다섯 아버지
2004.07.22 22:57
다섯 아버지
오늘
2003년도 달력이
달랑달랑하는 세밑에
초등학교 동창 승규를 떠올렸다.
난 아버지가 다섯이야
하나님 아버지
원장 아버지
감독 아버지
학년 아버지
진짜 아버지
소전원 아이들은 모두 아버지가 많았다.
아버지가 많으니 동생도 형도 많았다.
한 명이라도 싸움에 휘말리게 되면
모두가 함께 나섰다.
기계똥으로 도장이 찍혀있는,
빡빡 깎은 머리
아무도 이기지 못했다.
아버지가 많고
형제가 많은
승규는 6학년이 되었을 때
반장이 되었고
학교를 대표하는 어린이 회장이 되었다.
이민 온 지 백년이 된 코리안 아메리칸,
처음엔 빼앗긴 내 나라 쪽을 보며
사탕수수밭에 눈물도 심었지만
이제 백만의 형제를 가졌다.
다섯은 아니지만
한 쪽 가슴에 하나씩
훈장처럼 빛나는 두 개의 조국을 갖게 되었다고,
그리고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승규를 다시 만나면 얘기해줄 테다.
초등학교 때 내켜하지 않았던 박수를
이제라도 그 친구를 위해
아주 오랫동안 쳐주는 일도 절대로 잊지 않으리라.
(* 2003년도 미주 한겨레 신문 송년시)
오늘
2003년도 달력이
달랑달랑하는 세밑에
초등학교 동창 승규를 떠올렸다.
난 아버지가 다섯이야
하나님 아버지
원장 아버지
감독 아버지
학년 아버지
진짜 아버지
소전원 아이들은 모두 아버지가 많았다.
아버지가 많으니 동생도 형도 많았다.
한 명이라도 싸움에 휘말리게 되면
모두가 함께 나섰다.
기계똥으로 도장이 찍혀있는,
빡빡 깎은 머리
아무도 이기지 못했다.
아버지가 많고
형제가 많은
승규는 6학년이 되었을 때
반장이 되었고
학교를 대표하는 어린이 회장이 되었다.
이민 온 지 백년이 된 코리안 아메리칸,
처음엔 빼앗긴 내 나라 쪽을 보며
사탕수수밭에 눈물도 심었지만
이제 백만의 형제를 가졌다.
다섯은 아니지만
한 쪽 가슴에 하나씩
훈장처럼 빛나는 두 개의 조국을 갖게 되었다고,
그리고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승규를 다시 만나면 얘기해줄 테다.
초등학교 때 내켜하지 않았던 박수를
이제라도 그 친구를 위해
아주 오랫동안 쳐주는 일도 절대로 잊지 않으리라.
(* 2003년도 미주 한겨레 신문 송년시)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2 | 집 | 김동찬 | 2004.08.25 | 251 |
41 | 개똥벌레에게 | 김동찬 | 2004.08.25 | 244 |
40 | 비밀 | 김동찬 | 2004.08.25 | 339 |
39 | 동물의 왕국 | 김동찬 | 2004.08.25 | 297 |
» | 다섯 아버지 | 김동찬 | 2004.07.22 | 526 |
37 | 신문 읽어주는 예수 | 김동찬 | 2003.12.09 | 632 |
36 | 은행나무, 그 노란 잎 | 김동찬 | 2003.09.02 | 617 |
35 | 어느 날 | 김동찬 | 2003.09.02 | 337 |
34 | 시인은 시로 말한다 | 김동찬 | 2003.09.02 | 330 |
33 | Re..기차역 그림 | 김동찬 | 2003.09.18 | 473 |
32 | 기차역 그림 | 김동찬 | 2003.09.02 | 614 |
31 | 바퀴 | 김동찬 | 2003.09.02 | 341 |
30 | 겨울나무 | 김동찬 | 2003.09.02 | 324 |
29 | Re..바다 | 김동찬 | 2003.09.18 | 352 |
28 | 바다 | 김동찬 | 2003.09.02 | 334 |
27 | 부서뜨리는 바다 | 김동찬 | 2003.05.30 | 290 |
26 | Re..그 약속은, | 김동찬 | 2003.06.09 | 406 |
25 | 연어 | 김동찬 | 2003.05.30 | 377 |
24 | 무지개 | 김동찬 | 2003.05.24 | 294 |
23 | 감동... | 김동찬 | 2003.05.14 | 3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