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2004.08.25 07:52

김동찬 조회 수:339 추천:31

시커멓고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이른 아침 산에 오르고
저물녘이면 내려오는
그 사람들

민간인을 가장해
우리들 깊숙이 침투해있는
그 수상쩍은 무리들

잘 분간이 안 가지만
잘 살펴보시라,
유난히 큰 그들의 귀.
말을 아끼고
듣는 걸 좋아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산사람들의 귀는 당나귀 귀.
산사람들의 귀는 당나귀 귀.

산이 침묵으로 말하는 이야기와
풀벌레와 들꽃의 미세한 노래까지
그 귀는 놓치지 않는다.

그들이 나무에 기대어 잠시 쉴 때에도,
때묻지 않은 푸른 바람
계곡의 물이 내려가며 들려주는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

이제 히말라야의 가슴 깊이 숨겨진
비밀을 들으러 간다고 한다.
크레바스에 누워서 돌아오지 않는 산악인들과 셀파들이
왜 거기 그토록 오래 누워있는지...

한없이 작은 사람에게,
작지만 살아있는 사람에게,
살아서 그 위에 딛고 서있는 사람에게,
산중의 산들이,
만년설과 빙벽이,
거침없이 내리꽃히는 햇살이,
네팔과 티벳의 신들이,
산에 발붙이고 살아온 그곳의 사람들이,
들려주는 얘기를
그들은 그 큰 귀로 들을 것이다.

그리고 무얼 들었냐고 묻는
우리들 곁으로 돌아와
씨-익 건강한 웃음으로
히말라야의 이야기를 대신하리라.

산사람들의 귀는 당나귀 귀.
산사람들의 귀는 당나귀 귀.

  
* 2001년 히말라야 원정을 떠나는 재미한인산악회원들을 위한 축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 김동찬 2004.08.25 251
41 개똥벌레에게 김동찬 2004.08.25 244
» 비밀 김동찬 2004.08.25 339
39 동물의 왕국 김동찬 2004.08.25 297
38 다섯 아버지 김동찬 2004.07.22 526
37 신문 읽어주는 예수 김동찬 2003.12.09 632
36 은행나무, 그 노란 잎 김동찬 2003.09.02 617
35 어느 날 김동찬 2003.09.02 337
34 시인은 시로 말한다 김동찬 2003.09.02 330
33 Re..기차역 그림 김동찬 2003.09.18 473
32 기차역 그림 김동찬 2003.09.02 614
31 바퀴 김동찬 2003.09.02 341
30 겨울나무 김동찬 2003.09.02 324
29 Re..바다 김동찬 2003.09.18 352
28 바다 김동찬 2003.09.02 334
27 부서뜨리는 바다 김동찬 2003.05.30 290
26 Re..그 약속은, 김동찬 2003.06.09 406
25 연어 김동찬 2003.05.30 377
24 무지개 김동찬 2003.05.24 294
23 감동... 김동찬 2003.05.14 337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7.07

오늘:
2
어제:
2
전체:
36,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