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를 깨우는

2003.01.31 21:37

김동찬 조회 수:405 추천:24

동두천에서도 한참을 더 들어간 봉암리. 어둠 품고 있는 산을
귀로만 마주 보던 밤. 제 삼 초소. 위장망으로 덮여 있던 적막에
가는 금 하나 그으며 후잇 후잇 영락없는 사람이 부는 휘파람.
비석도 없는 초소 옆 무덤이나 조금씩 닳아지던 방벽. 그 옆 자
리에 가만히 놓여 있다가, 헛것인 양 언뜻 스치는 그 소리에
나는 눈에 불을 켠 한 마리 짐승이 되곤 했다. 투명한 무서움,
서늘한 깨어있음!을 주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새.

홀로 잠이 깬 새벽. 시계 초침 보다 더 또렷이. 무덤옆 제 삼
초소, 봉암리, 동두천 위수지역을 벗어나 서울, 그리고 그 길이
어디라고 태평양 건너 로스앤젤레스 외곽 우리 집 마당까지 이십
년이나 걸려 날아와 후잇 후잇 나를 부르는 소리 들었다. 털을
세우고 눈을 부릅뜨고 안 보이는 것까지 볼 수 있도록 맑은 신경
들을 일으켜 깨우라고. 일어나라고.
새, 나를 깨우는 호루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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