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스왑밋에서

2003.02.01 23:53

김동찬 조회 수:260 추천:31

만나고 헤어지는 자리에 생기는 기압골, 늘 바람이 분다.

파장 때면 이는 먼지 바람, 어디서 모여들었을까 이름 모를 새들. 몇 장의 돈을 쥐고 떠나고들 있을 때 새들은 속속 도착한다. 그 중의 한 마리는 낯이 익다. 아, 목포 선창가의 그 갈매기가 아니냐. 먹지 않으면 배고픈 몸뚱아리, 신이 아닌 당신 바로 그 짐승이 아니냐. 먹기 위하여, 먹고 살기 위하여 밑으로 밑으로 내려 앉으라. 먹을 걸 찾으라, 종종 걸음으로. 놓치지 마라, 튼튼한 부리로. 그러나 새들은 안다. 헐벗은 새가 살찐 닭보다 낫다는 것을. 너무 오래 머물지 않는다. 몇 개의 먹이를 구하면 이내 그 날개를 편다. 날렵하게 땅을 박차고 하늘로 하늘로 솟구친다. 꿈꾸지 않는 자 날 수 있으랴. 등 따습고 배부르면 어찌 꿈꾸랴.
또 그들은 내려온다. 호흡을 가다듬고 노래하기 위하여, 포근한 잠을 위하여, 둥지 속에서 기다리는 새끼들을 위하여, 다시 날아오르기 위하여 내려온다. 마치 내가 내 새끼들을 떠올리며 밴의 시동을 걸 듯이 내려오고 또 날아오른다. 매일 되풀이하여 천막을 치고 물건을 깔듯이, 또 거두고 밴에 집어넣듯이 내려오고 또 날아오른다. 땅에서는 하늘로, 하늘에선 땅으로 내려오고 또 날아오른다.

파장 때면
늘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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