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2003.03.05 12:41

김동찬 조회 수:372 추천:41

1.

그것은 꽃이었다.

이파리 하나 하나가 빨갛게 피어나는
꽃잎이 되었다.

단풍나무 하나가
하늘까지 닿은
큰 꽃을 피우고 있었다.

2.

그것은 불꽃이었다.

벽에 걸린 유리액자 속에
단풍나무가
초록을 뿜어내고 있더니
어느 저녁
붉게 불타고 있었다.

노을 때문인가 하고
눈을 크게 떠보아도
노을은 노을대로
단풍나무는 단풍나무대로
불꽃을 사르고 있었다.

불길은 강물 되어
마을을 넘어
산을 넘어
흘러흘러 가고 있었다.


3.

사람들은
붉은 색으로 이름을 쓰지 않는다,
죽음의 색이라고.

그러나
먼저 떠나간 사람들,
남겨 두고 가기엔 너무나 눈이 아린
죽도록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름을
검정이나 파랑만으로
쓸 수는 없으리라.

온 몸으로 피워 낸
붉은 사랑,
마지막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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