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 홍성란

2005.03.11 08:32

김영수 조회 수:403 추천:19

김동찬 시인의 <새->

      해설 ; 홍성란 시인


바람이 부는 날엔
새- 하고
노래하고 싶다.

오랫동안
떠나지 않는
기억도
약속도

난분분
꽃잎 지는 틈타
함께 날려 보내고 싶다.

악물고
닫아 두었던
가슴을 열고 나면

한 마리 새가 되어
가벼워진 몸뚱아리

눈물도
묵은 한숨도
새- 하고 날아간다.

-김동찬, <새-> 전문



***** 우리가 “새-”하고 발음하게 되면 자음과 모음을 통과한 날숨이 지속됩니다. 이 날숨의 지속 의지는 어디에도 막히고 싶지 않다는 자유의지에 닿아 있습니다. “바람이 부는 날엔/새- 하고/ 노래하고 싶다”는 화자에게서 그를 속박하는 “기억”이나 “약속”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욕망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은 누구나 “난분분/꽃잎 지”듯이 가벼운 몸이 되어 “한 마리 새”처럼 “날아”가고 싶은 것입니다. 이 날짐승인 “한 마리 새”는 “바람이 부는 날”에 “노래하고 싶다”는 “새-”와는 다릅니다. <새->는 ‘새’라는 동음어를 택하여 시상을 전개하고 있는 시인의 언어미학적 감수성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 날숨으로서의 “새-”는 “악물고/닫아 두었던/가슴을 열고 나”서 만들 수 있는 마음의 소리인 동시에 어디에도 막히지 않는 자유의지의 표백입니다. 그런데 “악물고/닫아 두었던/가슴을 열고 나면” “눈물도/묵은 한숨도/새- 하고 날아간다”는 고백에서 우리는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일체유심조와도 만나게 됩니다. 그러니 바람이 불지 않아도 우리는 가끔 “새-”하고 노래해볼 일입니다. 한 마리 새처럼 가벼워진 몸이 될 테니.

*느티나무 동시조 홈에서 담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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