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세요? 그 합바지 사건.
2007.07.29 00:33
영수 오라버니, 기억나세요? 뉴욕에서의 그 합바지 사건.
준비 조차 시키지 않고, 합바지 가랑이 갈라지듯 이내 갈라지던 뉴욕의
프리웨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 오라버니는 바지 가랑이를 잘못 끼워 매 번 길을 돌아가야 했지요.
보다 못해 제가 한 마디 날렸죠. "아니, 바지 가랑이도 하나 못껴요?"
오라버니는 허리가 끊어지도록 웃었죠.
세상은 그처럼 친절하지도 않고 우리 또한 챙김이 부족했었지만, 우리들의 웃음만큼은 이팝꽃 터지듯 환했었지요.
길 하나 제대로 찾아들지 못하는 그 서툼이, 오히려 '시조 시인 김영수' 답고 진한 인간미를 풍겨 정말 눈물겨웠어요.
우리 시대 최후의 무공해 시조 시인, 김영수 오라버니.
처음으로 오라버니의 문학서재에 들어가서 '겨울 산정 호수'를 읽고 나니 문득 그때 생각이 나서 이렇게 긴 글을 쓰게 되었네요. '겨울 산정 호수'라는 말 자체가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뉘앙스가 있잖아요?
오늘 제가 선물 하나 드릴께요. 오라버니 같은 사람,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동시 작가 작품입니다.
<구부러진 길>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드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이준관-
준비 조차 시키지 않고, 합바지 가랑이 갈라지듯 이내 갈라지던 뉴욕의
프리웨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 오라버니는 바지 가랑이를 잘못 끼워 매 번 길을 돌아가야 했지요.
보다 못해 제가 한 마디 날렸죠. "아니, 바지 가랑이도 하나 못껴요?"
오라버니는 허리가 끊어지도록 웃었죠.
세상은 그처럼 친절하지도 않고 우리 또한 챙김이 부족했었지만, 우리들의 웃음만큼은 이팝꽃 터지듯 환했었지요.
길 하나 제대로 찾아들지 못하는 그 서툼이, 오히려 '시조 시인 김영수' 답고 진한 인간미를 풍겨 정말 눈물겨웠어요.
우리 시대 최후의 무공해 시조 시인, 김영수 오라버니.
처음으로 오라버니의 문학서재에 들어가서 '겨울 산정 호수'를 읽고 나니 문득 그때 생각이 나서 이렇게 긴 글을 쓰게 되었네요. '겨울 산정 호수'라는 말 자체가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뉘앙스가 있잖아요?
오늘 제가 선물 하나 드릴께요. 오라버니 같은 사람,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동시 작가 작품입니다.
<구부러진 길>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드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이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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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선 시인님 그리고 누이요
그 사건을 회상시켜 주시니 잠시나마 미소를 짓습니다.
바지 가랑이도 제대로 못 끼는 사람이라고 핀잔주던 그 순발력에 놀랬습니다.역시 시인입니다.
언제 다시 웃어볼지 모르는 시간을 사는데 누이가 웃겨줍니다.감사합니다.
겨울산정호수가 녹아서 제 흥에 개곡 바윗돌도 들어 올리는 소리 한번 할 날이 오겠지요.
이준관 시인의 <구부러진 길>같은 식구들이 사는 세상으로 이주하고 싶습니다.
늘 건강히 잘 계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