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고대 수메르 인(人)의 조각상(유튜브 캡처)
그것은 그녀를 훔쳐보았다.
24시간 내내.
그것은 그녀의 일 거수 일 투족을 낱낱이 카피했다.
먹고 마시며 교접(交接)하고 배설하는 모든 것을.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전혀 몰랐다.
그것은 그녀의 내밀한 비밀을 훔친 뒤 세상에 유통(流通)시켰다.
그녀의 사생활은 관음족(觀淫族)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특히 그녀가 알몸으로 샤워를 하거나 클럽에서 만난 사내와 일회성 방사(房事)를 즐기는 장면에선 미칠 듯 환호했다.
그녀는 지인을 통해 뒤늦게 자신의 비밀스런 일상이 세상에 마구 까발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도무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만이 간직하고 있는 절대적 비밀이 발가벗겨지다니…..
수치스러웠고 끔찍했으며 당혹스러웠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녀는 망연자실했다.
보라는 듯 세상에 쫙 깔린 자신의 치부 때문에 몸서리를 쳤다.
급기야는 자살충동 마저 느꼈다.
두려움에 치를 떤 그녀는 모든 일상을 전폐(全閉)하고 두문불출했다.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침대에서 머물렀다.
하지만 그것은 이 마저 엿보며 카피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스마트 폰의 ‘비밀스런 눈동자’였다.
✱Caution:당신도 스마트 폰의 ‘비밀스런 눈동자’에게 카피 될 수 있다.
이산해 / 추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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