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해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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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소설 / 칼럼 LA 코리안 부부

2020.07.02 18:24

이산해 조회 수: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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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작자 미상(UNKNOWN) <20여 년 전 어느 사진 첩에서 캡쳐> 


20207월 어느 토요일 오후.

천사의 도시 LA 코리아 타운 내 XXX 아파트.


또 시작이다.

같은 동 옆집 아파트에 거주하는 코리안 중년 부부의 히스테리가 재발 됐다.

이들 부부의 히스테리는 연중행사(年中行事)였다.

방음(防音)이 부실한 탓에 벽을 뚫고 들려오는 부부의 언쟁(言爭)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평이 났다.

 

50대 초반인 코리안 부부는 올림픽 블러바드 선상에 위치한 상가지역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들이었다.

결혼 초기만 해도 잉꼬부부로 소문났던 부부는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면서 권태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급기야는 이혼도 불사하겠다는 저주성 막말을 퍼부으며 서로를 증오하기에 이르렀다.

 

이들 부부는 특이하게도 토요일이면 단 한주도 거르지 않고 싸움질을 했다.

이들의 입 싸움을 듣는 날은 나에게는 지옥이었다.

왜냐?

나는 매주 금요일, 다운타운 자바시장에서 밤을 꼬박 세워 야간 일을 한 뒤 토요일은 하루 종일 내내 잠을 자는 날이기 때문 였다.

 

헌데, 잠 좀 잘라 치면, 정규 방송의 뉴스시간처럼 정확히 낮 12시부터 부부가 고성(高聲)을 지르며 싸움질을 시작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괴이한 현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한한 것은 이들 부부 때문에 잠을 설치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은근히 이들의 싸움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유는 흥미진진했기 때문.

하여, 오늘도 잠자리에 누운 채로 벽을 뚫고 확연히 전해오는 부부의 입 싸움을 즐기기로 했다.


우선 이들 부부의 싸움질을 중계하기에 앞서 독자제위(諸位)에게 양해를 구해야 겠다.

왜냐하면, 이들 코리안 부부의 실명을 지면(紙面)을 통해 까발리기가 곤란 해서다.

이들 부부는 LA 코리아 타운에서도 내노라 하는 인물들로서 사생활 보호차원에서 익명(匿名)으로 대신한다.


부부 가운데 여자의 서방(書房)LA 코리아에서 방귀께나 뀌는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지난 30여 년 전 천사의 도시로 이민 온 서방은 온갖 궂은일도 마다하고 몸을 불살라 끝내는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했다.

그리고 꿈에도 그리던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식을 올리고 무남독녀 딸내미를 생산한 뒤 순탄한 가정을 이끌었다.

헌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루시퍼는 잘나가는 이들 부부의 길일상(吉日常)을 결코 간과하지 않았다.

루시퍼는 화목한 가정을 이끌던 서방에게 좀비들을 보내 분탕질을 하기 시작했다.

코리아 타운에서 서방을 일컬어 성실과 근면의 모범이며 결코 법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선한 사마리안이라 칭송할 정도였던 그가 갑자기 돌변한 것이었다.

 

청바지와 티셔츠 한 벌로 사계절을 지냈던 서방이 어느 날 인가부터 한 벌에 수천 달러를 호가 하는 정장 양복을 입기 시작했다.

결혼 예물로 받은 대우(大宇)제품 전자 손목시계도 어느새 롤렉스 금딱지로 바뀌어 있었다..

아내가 결혼 기념일 선물로 건넨 싸구려 지갑 역시 사라지고 대신 뒷주머니에는 명품 오리지널 루이비똥 가죽 지갑이 버젓이 자리했다.

과거에는 술도 늘 대한민국 산 소주와 막걸리만 마신 그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서방의 술 취향이 고급 양주로 변했다.

 

뿐만 아니다.

때로는 일주일 내내 샤워를 하지 않아 몸에서 똥 썩는 냄새가 진동했던 서방이었다.

헌데, 어찌된 영문인지 어느 순간부터 날이면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두 차례씩 꼬박 샤워를 했고 거기에다 한 술 더 떠 재스민 향수까지 듬뿍 뿌려댔다.

아내는 서방의 이같은 변화를 당초에는 긍정적으로 여겼다.

이유는 자나깨나 돈 밖에 모르던 서방이 면모(面貌)를 일신했기 때문.

 

서방은 아침에 눈을 뜨면 휘파람을 불었다.

그리고 자신이 무슨 선지자라도 된 양 인생은 의미가 있다고 씨부리며 똥폼을 잡았다.

늘 검은 기름 때가 끼었던 손톱도 어느 틈에 정갈하게 손질돼 있었다.

머리 역시 과거에는 봉두난발(蓬頭亂髮)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180도 변했다.

마치 카바레 제비처럼 머리를 82로 가르마 하고 포마드까지 처발라 한껏 모양을 부렸다.

 

서방의 이같은 급변화를 긍정적으로 여긴 아내는 자신도 덩달아 변하기 시작했다.

서방이 카바레 제비처럼 몸치장을 하는 터에 자신만 몸빼 바지를 입고 청승을 떨 수 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서방처럼 뭔가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동안은 수전노처럼 돈 앞에서 벌벌 떨었으나 이젠 아니었다.

예금통장에 남아도는 것이 돈밖에 없지 않은가.

하여, 아내도 돈을 쓰기 시작했다.

서방처럼 배벌리 힐스에 가 값비싼 명품 브랜드 옷으로 몸을 휘감고 완두콩 만한 다이아몬드 반지도 새로 구입했다.

차도 그동안 애지중지 몰고 다녔던 현대 소나타를 처분하고 메르세데스 벤츠 S500으로 교체했다.

막상 돈을 써보니 제대로 돈 맛을 알게 됐다.

지갑에서 뭉치 돈을 꺼낼 때마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것을 번번히 느꼈다.

아내는 속으로 말했다.

돈이란 역시 팍팍 질러야 제 맛이야.

 

이렇듯 돈을 물쓰듯 흥청망청 했으나 은행 잔고는 아직도 동그라미 7곱개가 굳건하게 버티고 있었다.

통장은 부부 명의였다.

 

그렇게 서방과 아내는 천지개벽할 변화를 맞았다.

유일한 혈육인 외동딸은 부모의 이같은 일련의 변화를 쌍수(雙手)로 환영했다.

그동안 자나깨나 돈타령만 읊었던 부모가 서로 경쟁하 듯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새로운 일상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세월은 이들 부부를 축복하는 듯 한동안 무탈하게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 아파트에서 처절한 비명과 앙칼진 고성이 한데 엉킨 파열음이 나의 단잠을 깨웠다..

 

나는 이날도 전날 밤 야간 근무를 한 탓에 깊은 잠 속에 빠져 있었다..

파열음의 긴 파장(波長)은 아내의 처절한 울부짖음 이었다.

나는 귀를 바짝 고추 세우고 부부의 싸움질을 엿듣기 시작했다.  

벽을 뚫고 예의 여자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날카롭게 솟구쳤다.

! , 빌어먹을 씨방새아. 네가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럴 수 있냐?”

여자가 말을 비틀자 서방이 말했다.

이런, 맛대가리도 없는 홍어 젖같은 예편네를 보았나?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앙탈을 부리는거지?”

뭐라구, 앙탈? , 이 씨부럴 눔아. 네가 나에게 보라는 듯 팬티에 곱술곱술 한 터럭을 묻혀 세탁기에 처넣었는데, 대체 어느 년이야? 네 놈이 미치고 환장해 놀아나고 있다는 황홀경그 년이냐?”

이처럼 아내가 눈을 부라리고 대들자 서방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서방은 아내가 꼴도 보기 싫다는 듯 아예 얼굴을 외면한 채 등을 돌리고 말했다.

이런 니기미! 그래, 황홀경의 미스 주와 붙어먹었다. 그래서 어쩔건데, 정 배알이 꼴리면 이혼하자구. 그러면 너도 좋고 서로가 좋잖아?”

. 이혼 좋아하네. 네 놈이 나를 때려 죽인다 해도 이혼은 절대 못해줘. 그년 좋으라고 이혼…..말도 안되는 소릴랑 집어쳐!”

아내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 였다.

온 갖 것들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을 이기지 못한 서방이 손에 잡히는 대로 기물을 부수고 있는 것이었다.

동치미를 담은 유리병과 깨소금 단지가 부서질 때마다 아내도 덩달아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그래, 부숴라. 이눔아. 그 것 모두 네놈이 땀 흘려 번 돈으로 장만한 것이다. 실컷 때려 부시라구!”

아내가 경끼를 일으키며 악다구니를 치자 열이 받힌 서방은 더욱 길길이 날 뛰었다.

주방에 걸린 와인잔을 비롯해 아내의 화장품 대 거울을 일거에 발로 걷어찼고 갈수록 흥분이 고조되자 분기탱천(憤氣撑天)해 급기야는 얼마전 새로 장만한 초고화질 LG 16K QLED 티브이를 번쩍 들어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순간, 화면이 깨지면서 섬광(閃光)이 번쩍였다.

TV가 작살나는 모습을 지켜본 아내는 실성한 사람처럼 거실 바닥을 엉금엉금 기며 대성통곡을 했다.

아이고, 내 팔자야. 저런 씨부럴 눔을 믿고 내 금쪽같은 청춘을 다 받쳤으니 이처럼 분하고 원통할 일이 있나.아이고 아부지….”

아내는 그러고는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아내가 이처럼 서러움에 복받쳐 울었으나 서방은 요지부동이었다.

눈 한번 깜짝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 순간 머리 속에는 황홀경의 미스 주가 오버랩 됐다.

아직도 노릇노릇한 솜털을 지닌 그녀의 코맹맹이 소리가 여편네와 극명하게 대비됐다.

징글징글하게 울고 있는 여편네를 내려다 보니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하늘도 무심하시지….어쩌다 내가 쉰 밥덩어리같이 생긴 저런 여자를 많났을까.’

서방이 속으로 자문자답을 하고 있을 때였다.

서럽게 목놓아 울던 아내가 옷깃에 코를 팽하고 푼 뒤 입술을 움직였을다.

, 빌어먹을 씨방새야. 기왕에 말이 나온 김에 오늘 할말 못할 말 다해보자.”

서방이 받아 쳤다.

소금에 저린 배추처럼 지지리도 못난 뇬이 주둥이는 아직 건재하구먼. 그래. , 원대로 오늘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모두 지껄이라구. 내가 마지막으로 여편네의 말을 들어주지. 그리고 내일부터는 부부의 연()은 끝이야. 언더스탠? 끝이라구!”

아내가 풀어진 눈동자의 초점을 모으며 일갈했다.

, 이 시부랄 눔아. 누구 맘대로 끝을 내? 네 눔의 조시 썩어서 구더기가 득실거리기 전까지는 언감생심(焉敢生心)네 눔이 그년하고 낄낄거리는 꼴 못봐.”

서방은 아내의 이같은 협박에 진저리를 쳤다.

마치 살모사가 자신의 목을 휘감고 혀를 널름거리는 섬뜩한 느낌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예편네를 청부살인업자를 시켜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완전한 자유를 얻은 뒤 황홀경의 미스 주와 새로운 살림을 차리고 싶었다.

허나, 아직은 시기 상조였다.

현재 자신은 LA 코리아 타운에서 덕망가(德望家)로 코리안들의 추임을 받으며 유명인사 행세를 하지 않는가.

이러한 위치를 섣부른 행동으로 잃기는 싫었다.

 

서방은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여편네의 행색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울음으로 눈가가 너구리처럼 변한 여편네의 꼬락서니가 참으로 징글징글 했다.

순간, 또 다시 솜털이 뽀송뽀송한 미스 주가 떠 올랐다.

어제 밤 그녀의 집 침대에서 나눈 화끈한 정사(情事)도 머리 속을 어지럽혔다.

온갖 애교로 서방을 몇차례나 초주검으로 몬 그녀의 현란한 몸놀림이 고깃덩이로 전이(轉移)되고 있었다.

서방은 속으로 한 숨을 길게 내쉬며 여편네의 말을 기다렸다.

이같은 자신의 속내를 알아챘을까.

아내가 비아냥투로 말했다.

, 시부럴 눔아. 니눔이 조강지처를 강아지 밥 취급하 듯 하면 천벌을 받는다. 오늘 날 니눔이 LA바닥에서 고개를 뻣뻣하게 세우고 건방을 떠는 것도 모두 내가 일군 후광(後光)때문이야. 그런데, 이제 와서 보라는 듯 빤쓰에 젊은 년 터럭을 묻히고 와? 이런 빌어먹을 년 놈들. 계집년 배위에서 복상사(腹上死)로 뒈질 눔.”

 

두 사람의 언쟁을 엿듣고 있는 나는 이 순간 배를 잡고 웃었다.

여자 배 위에서 죽다니….대체 무슨 말인가?

복상사라는 어려운 한문자도 처음 듣는 것이어서 재빨리 구글에 확인해 보았다.

내용은 이랬다.

성교중에 동맥경화증이나 심장마비로 여자의 배 위에서 죽는 것

구글을 확인한 순간 저주성 발언으로 들리긴 했으나 웬지 행복한 주검처럼 여겨졌다.

하고 많은 주검 중에서 여자 배 위에서 죽다니. , 얼마나, 근엄하고 숭고한 주검인가!

 

애니웨이…..아내의 절규는 계속됐다.

똥물에 튀겨도 시원찮을 눔! 네 눔이 양심이 있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진중히 생각해봐. 처녀 시절 네 눔이 아양을 떨며 나를 꼬드길 때 나는 너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어. 당시 네 꼬락서니는 한마디로 개돼지만도 못했었거든.”

“…..?”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눔이 초지일관 내 뒷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며강미녀씨를 진정으로 사랑합니다어쩌구 하는 개수작에 넘어가 꽃다운 내 청춘을 네 눔에게 헌납했지. 그리고 결혼식을 치룬 첫날 밤 신혼여행 호텔에서 네 눔이 나를 덮쳤다. 헌데, 오마이 갓! 네 눔도 그때를 떠올리면 낯짝이 후끈거릴 거야. 허구헌 날 내 귀에다 변강쇠어쩌구 하며 구라를 쳤던 네 눔 것이 아무리 애를 써도 성을 내지 않아 나를 엄청 실망시켰어.”

순간, 서방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젊은 청춘을 돈 버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라구.”

아내가 말했다.

하여튼 그래서 네 눔의 조슬 세우기 위해 내가 팔방으로 나섰어. LA에서 화타로 소문난 진시한약방(秦始漢藥房)에서 남자에게 좋다는 보약이란 보약을 무려 3년을 대놓고 먹였지. 뿐만 아냐. 네 눔 조세 좋다는 백사(白巳)를 비롯해 산삼은 말할 것도 없고 해구신과 심지어는 비뇨기과에서 음경확대수술까지 해줬어.”

“…….?”

지성이면 감천(至誠感天)이라 했다. 내가 사방팔방으로 발품을 팔아 네 눔의 고깃덩이를 세워 놓았더니 세상에라. 그것을 화류계(花柳界)년들에게 휘둘러? 나쁜 새끼! 내가 그걸 세운 이유는 나와 네 눔의 행복을 위해서 였어. 헌데, 어느 날부터 그것이 불끈불끈 치솟자 한다는 짓이 유곽녀들과 방사(房射)질이었어. 네 눔도 알다시피 나의 온 갖 정성으로 네 눔의 고깃덩이가 혈기왕성 해졌을 때 내 나이 30대였어. 한창 뜨거울 나이였지. 그럼에도 네 눔은 엉뚱한 곳에서 기()를 소진하고 고작 석 달에 한번씩 치루는 나와의 방사에서는 네 눔이 서질 않아 나의 애간장을 태웠어. 썩어 문드러질 눔!”

 

아내는 이 대목에서 다시 대성통곡을 했다.

여자의 울음소리가 마치 현악기 아쟁의 울부짖음 같았다.


나는 여자의 청승맞은 울음을 귀담으며 측은지심(惻之心)을 느꼈다.

그렇지 않은가?

여자 나이 30대면 꽃처럼 한창 물이 오를 시기다.

그런 30대를, 더구나 자신의 아내를 고작 3개월에 한번씩 찾다니…..에라 이, 썩을 눔아! 네 눔이 연산군이라도 된단 말이냐? 네 눔은 아내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어도 싸다 이눔아.

 

서럽게 눈물을 떨군 아내가 이내 진정이 됐는지 울음을 멈추고 팽하고 코를 풀었다.

그러고는 끊어진 말꼬리를 이었다.

그나마 네 눔이 3분도 채 걸리지 않고 싸지른 씨앗으로 내 딸이 이, 지구별에 왔어. 그 후에 어찌됐는지 네 눔도 잘 알거야. 코리아 타운내 건달들과 어울려 밤이면 밤마다 유곽(룸싸롱)을 싸질러 다니며 계집질을 질펀하게 했어. 룸싸롱 69의 갈보년을 임신시켜 혼외 자식을 낳았지. 네 눔은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 어린애를 내가 몰래 보살폈어나는 그토록 네 눔을 위해 온 청춘을 다 바쳤었어. 네 눔이 종업원 한테 회장님 소리를 듣는 리쿼스토어도 델리가게도 뷰티서플라이 가게도 모두 다 내가 피땀을 흘려 일군거야. 그런데, 그 돈으로 항홀경 미스 주와 희희낙락(喜喜樂樂)하며 조슬 휘둘러? 그러고도 네 눔이 인간이냐? 이 개만도 못한……”

아내가 쉼표도 찍지 않고 여기까지 항변하자 서방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아내를 내려다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젠장! 이 여편네가 세치 혀는 살아서 말도 안되는 연속극을 마구 씨부리는구먼. 그래, 네 말대로 설령 그렇다 치자. 그런 너는 어땠나? 이왕 말이 나왔으니 나도 너의 치부를 들추련다. 너는 내가 너에게 소홀히 한다는 핑계로 외박을 밥먹 듯 했지? 내 친구가 어느 날 이렇게 귀띔했다. 네 년이 서방 몰래 바람을 피운다고. 처음엔 설마 했어. 왜냐? 솔직히 너라는 여자는 바람을 피울 위인이 못됐거든. 그만큼 순진 했다는 예기다. 그런데, 흥신소를 통해 뒷조사를 해보니 친구 말이 맞았던 거야.”

“…..?”

하루는 흥신소 직원이 네 뒤를 미행했지. 잘 차려 입은 네 년이 코리아 타운에서 성업중인 호스트 바에 출입한다는 거였어.네가 좋아하는 파트너가 29살 이정재였다며? 나도 호기심에 그 자식을 훔쳐봤지. 정말 영화배우 이정재처럼 생겼더라구. 허우대도 멀쩔하고. 뿐만 아니라 너는 한국에서 온 유학생 남자애들이 즐겨 찾는 몸부림바에도 자주 갔지? 흥신소 직원이 사진까지 찍어서 내게 보여줬어. 그곳 몸부림 바에서도 이병현을 빼어 닮은 젊은놈과 룸바 차차차를 미친뇬처럼 몸을 흔들며 추었더군. 그리고 놈을 돈으로 꼬드겨 뜨거운 밤을 보냈지?. 헐리웃에 위치한 모텔 밤의 열기 속에서질펀하게 즐기는 것을 몰래 카메라로 찍었다구. 네 년이 토요일 밤이면 화려하게 차려 입고 대물호스트 바와 댄스클럽 몸부림바를 찾는 이유는 다름아닌 뜨거운 몸을 식히기 위한 변태 행로(行路)였어. 이러고도 나의 외도를 탓할 수 있나? 네 뇬 역시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을 거야. 안 그런가!”

 

아내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였다.

똥 싸지른 놈이 성질 부린다더니, 바로 서방눔을 빗댄 말이었다.

아내가 소리쳤다.

그래, 이 눔아! 내가 바람 좀 폈다.

날이면 날마다 긴긴 밤 독수공방하며 허벅지에 바늘 침을 얼마나 찔러 댔는지 알기나 하고 씨부리는거냐? 해서, 달아오른 몸을 식히려고이정재도 만나고 이병현이도 만났다. 인정머리라곤 겨자씨만큼도 없는 네 눔은 모를거다. 그 젊은 애들은 진정으로 나를 따뜻하게 품었다. 물론 돈 때문이긴 했지만 진정으로 사랑을 갈구(渴求)한 나를 그들은 지극정성으로 최선을 다해 식혀 주었다. 그리고 사랑이 뭔지 몰랐던 내게 사랑의 비밀도 알려줬어. 나는 그 순간을 통해 생의 최초로 나를 발견했어. 그리고 여지껏 내 인생살이가 얼마나 위선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느꼈어. 나는 이정재와 이병현이 나의 세계를 깊숙이 파고들며 잠자고 있던 내면의 울림을 깨웠을 때 신의 세계를 발견한거야. 그래, ‘, 주님. 당신께서 내게 은총을 베푸시사 이들 두 젊은이를 보내주셨나이다네 눔은 나에게 불륜 운운하며 겁박 하지만, 천만에! 나의 일탈을 불륜이라 괴변으로 몰아붙이는 네 눔의 주둥이야 말로 구더기만도 못한 아가리라고.”

서방은 할말을 잊었다.

듣고 보니 여편네의 말이 맞았던 것이다.

말 그대로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었다.

오죽했으면 쑥맥처럼 아무것도 모르던 여편네가 이정재와 이병현 이에게 빠졌을까.

오죽 사랑이 그리뤘으면 엠마뉴엘 부인처럼 거리를 헤매 였을까.

여편네를 내려다 보던 서방은 갑자기 온 몸에서 경련이 이는 느낌을 받았다.

느닷없이 몸에서 모든 기운이 빠져나가는 듯 했다.

갑자기 눈이 침침해지고 귀에서도 이명(耳鳴)처럼 소리가 윙윙거렸다.

다리도 후들거렸다.

가슴 한 켠에선 거대한 무게가 내리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구정물에 짠 행주처럼 보였던 여편네의 얼굴이 갑자기 천사처럼 환영(幻影)됐다.

꼴도 보기 싫었던 몸매도 아름답게 보였다..

생각만 해도 오싹했던 여편네의 모든 것이 순식간에 사랑스럽게 변주(變奏)됐다.

 

별안간 황홀경의 미스 주가 고개를 치켜든 살모사처럼 느껴졌다.

물끄러미 자신을 올려다 보고 있는 여편네가 이다지도 아름답고 우아할 줄이야.

 

서방은 쭈그리고 않은 아내를 덥석 들어올리고 키스를 퍼부었다.

입술과 이마와 뺨과 목과 눈가에 닥치는 대로 입맞춤을 해댔다.

영문을 몰라 주춤거리던 아내도 서방이 지극정성으로 자신에게 애정을 표하자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아내도 서방을 받았다.

 

지금 나는 나의 귀를 의심하고 있다.

불과 수 분전만 해도 세상을 거덜 낼 것만 같았던 서방과 아내의 육두질이 야릇한 신음으로 바꿨기 때문 였다.

나는 이같은 상황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 무슨 해괴망측한 쇼 타임이란 말인가.

 

부부의 야릇한 신음은 벽을 타고 점점 더 강렬해 졌다.

그러고는 급기야 거친 방사음(房事音)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방사음은 사랑을 듬뿍 담고 있었다.

이는 그동안 잃었던 신뢰를 되찾는 회복의 화음(和音)이었고, 서로를 위로하는 화해의 듀엣이었다.

서방은 방사 도중 아내를 향해 강사랑 진실로 당신을 사랑해를 부르짖었다.

아내 역시도 서방을 향해 자기야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를 반복했다.

 

아파트 옆집 건너 옆집에 사는 홀아비 권씨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젠장! 할려면 좀 조용조용히 해라. 마누라 없는 놈 사타구니가 근질거려 살겠나. 빌어먹을..... .

 

후기(後記):서방과 아내는 그 후 서로가 단 한순간도 없으면 못살 정도로 찰떡 궁합이 되었다고 코리아 타운에 전해진다.

루시퍼의 농간을 지켜보던 가브리엘이 적당한 기일에 부부를 구원(救援)한 것이다.

 

한편 황홀경 미스 주는 서방이 자신을 배신하자 지리산으로 건너가 생머리를 밀고 비구니가 됐다는 소문이다.

그리고 서방의 혼외 자식인 아들은 아내가 입양해 딸내미와 한 집에서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끝)

이산해 /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