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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소설 / 칼럼 사라진 대통령 후보(1)

2020.10.20 22:35

이산해 조회 수: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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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산해 장편 추리소설 "여의도 살인사건" 캡쳐


사라진 대통령 후보

망자(亡者)는 차기 유력 대통령 후보였다.

이름은 여포(呂布)

중국 후한(後漢)말기 무장(武將)의 이름과 동명(同名)이다.

외모도 비슷했다.

180미터가 넘는 장신(長身)에 몸무게도 쌀 한 가마니(80Kg)를 초과할 덩치였다.

 

이목구비는 이랬다.

송충이를 연상케 하는 더부룩한 눈썹에, 땀구멍이 도드라진 주먹만한 딸기코, 부리부리한 눈, 툭 불거진 입술과 사각형 얼굴, 간신히 붙어 있는 귀, 그리고 머리칼 한 올 없는 대머리였다.

 

대통령 후보가 흥건히 피를 흘리고 널브러진 곳은 랜초 팔로스 버디스에 위치한 대저택이었다.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진 해안가를 따라 축조(築造)된 이곳 대저택들은 미국을 대표하는 부()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이를 반영하듯 이곳의 주택 가격은 평균 5백만 달러(한국 돈:593)를 웃돌았다.

 

45천여 명의 거부들이 안주하는 랜초 팔로스 버디스에는 코리안 출신 중년 여성도 끼어 있었다.

이름은 방향단(方香壇:미국명: 글로리아 방)

▲나이 52

▲강원도 춘천 출생

▲서울 소재 여자 대학 졸업.

▲ 미스 코리아 선 당선

▲홍보 사절단으로 미국으로 건너와 LA에 정착.

▲무기 중계상인 유대계 남자 마크람 코우리와 교재 끝에 결혼.

결혼 2년 만에 남편 사망. 원인은 전립선 암으로 인한 수술 후유증.

남편 사후(死後) 무기 중계권 물러 받아 본인이 직접 무기 거래상으로 활동

한국 방위사업에도 개입.무기 납품.

이 때 국회 국방위 분과 상임위원이었던 여포와 인연을 맺고 연인 사이로 발전.

여포 의원 글로리아 방이 거주하는 랜초 팔로스 버디스 오가며 이중 살림.

 

절색(絶色)을 방불케 하는 방향단이 여포에게 흠뻑 빠진 이유는 건강한 남성미(男性美)와 식을 줄 모르는 근력(根力)때문 였다.

아름다운 여성이 외모가 우락부락한 남성을 선호(選好)하는 이유가 달리 있는 것이 아니다.


글로리아 방의 대 저택에서 숨이 끊긴 채 마스터 베이스 룸 침대에 널브러진 여포의 사인(死因)은 총격에 의한 절명(絶命)이었다.

저택의 살림을 담당하는 히스패닉 계 하우스 키퍼(가정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LAPD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사건현장을 봉쇄하고 있는 정복 순찰대와 접촉했다.

 

현장 지휘는 LAPD 살인계 소속 스티브 혁 형사였다.

그의 곁에는 동료인 소피아()형사가 함께 했다.

 

4백 평 규모 대지에 스페인과 아라빅 엔티크 스타일을 혼합해 건축한 저택은 대략 250여 평 규모였다.

오크 원목으로 제작한 출입문이 웅장하게 내걸린 입구에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두명의 순경 곁으로 혁 형사와 소피아 형사가 다가갔다.

스티브 혁 형사가 이들 가운데 명찰에 제임스 잉그램이라는 이름이 음각된 흑인 경찰을 곁눈질 하며 말했다.

언제 이곳에 출동했나?”

흑인 경찰이 차렷자세로 대답했다.

! 1시간 전입니다.”

신고인은?”

마리아라는 이름의 히스패닉계 여잡니다.”


이번에는 소피아 형사가 물었다.

, 여자는 이 집과 무슨 관계지?”

신고인은 이 집 하우스 키퍼랍니다.”

소피아 형사가 덧붙였다.

신고를 받은 시각은 언제인가?”

저희가 출동하기 바로 직전입니다.”

현장에 도착한 직후, 외부인들의 접촉은 없었나?”

소피아 형사가 마치 범인을 다루듯 흑인 경찰에게 캐묻자 부동자세를 취한 금발의 백인 여성 순경이 끼어들었다.

“911에 신고센터에서 때마침 랜초 주변을 순찰하던 저희에게 연락이 왔어요. 무선 연락을 받자마자 단숨에달려 왔죠. 현장에 도착한 즉시 하우스 키퍼가 가리킨 2층 마스터 베이스 룸에서 시신을 확인했어요. 그리고 지체없이 형사님들에게 연락을 드린거예요.”

 

두 순경의 초동 대처에 만족감을 드러낸 스티브 혁 형사가 엄지 척을 하며 말했다.

“오늘 현장 검증이 종료될 때까지 꼼짝말고 이곳 입구를 지켜주시게.”

그러고는 소피아 형사와 함께 보조를 맞추며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저택 거실로 들어서자 하우스 키퍼가 안절부절하지 못한 채 서성대고 있었다.

 

한편 LA 카운티 세리프 국()(LASD)과학수사대 소속 여 검시관 나오미 그로스먼을 필두로 DNA 분석 요원 등 20여 명도 현장 감식에 착수 했다.

 

주검은 알몸 상태였다.

주검이 널브러진 마스터 베이스 룸에는 감식계 배테랑 요원들이 뱉어내는 시끌벅적한 잡음으로 시장터를 방불케 했다.

지문감식 팀과 DNA 감식 팀 등 모두 3개 팀이 1개조로 편성된 현장 초동수사팀은 손에 라텍스 장갑을 끼

는 것을 신호로 감식 작업에 들어갔다.

 

요원들은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최첨단 장비를 이용했다.

현장 감식의 초입이라 할 수 있는 지문과 족적, DNA 혈흔 검사 등을 장비의 힘을 빌렸다.

스티브 혁 형사는 감식계 요원들이 현장 감식에서 사용하는 첨단 장비를 곁눈질 하며 격세지감을 느꼈다.

지난 시절의 현장 감식은 대부분 경험과 직감에 의존한 아날로그 수사방식이었다.

때문에 형사들은 고달프게 발품을 팔며 그림자 뒤에 몸을 숨긴 범인을 추적 해야만 했다.

헌데, 작금은 어떤가?

이제는 인간보다 오히려 최첨단 광학기계가 수사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

하여, 과거 십수년 전에 비해 범인 검거율이 대폭 상승했다.

     

혁 형사가 속으로 이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지문감식 요원들이 주검 곁에 다가섰다.

초동 수사에서 선봉대 역할을 하는 지문 감식반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발빠르게 움직였다.

 

지문 감식 요원은 둘이었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었다.

이들 중 황갈색 캐주얼 정장 자켓을 걸친 요원이 양손에 붓과 닌하이드린(Ninhydrin) 분말기를 들고 시신의 지문을 살폈

.

 

또 다른 요원은 침대 주변을 선회하며 지문 채취에 몰두 했다.

푸른 눈동자인 그는 도수가 높은 검은 뿔테 안경을 걸치고 있었다.   

뿔테 안경이 시신이 누운 침대와 배게, 이불, 침대 프레임 등에 닌하이드린 분말(粉末)을 분사(噴射)했다.

그리고 수십초가 지난 뒤 분말이 증발하자 보라색 지문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뿔테 안경은 능숙(能熟)한 손놀림으로 드러난 지문을 순간 접착제인 시아노아크릴레이트(Cyanoacrylate)에 붙여 채취했다.

 

뿔테 안경이 침대 주변에서 채취한 지문은 모두 3종류였다.

뿔테 안경은 방으로 통하는 출입구와 욕조실 등에서도 여러개의 지문을 채취했다.

 

두 요원은 오랜 경험에서 발현하는 감에 의존해 방구석구석을 이잡듯 뒤졌다.

그리고 두 서너시간이 경과하자 허리를 폈다.

더이상 건질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확보한 지문은 휴대용 디지털분석기에 입력해 종류를 가려낼 것이다.

 

캐주얼 정장이 감식계 팀장인 나오미 그로스먼에게 말했다.

“캡! 방안에서 채취한 지문은 모두 확보했습니다. 육안으로 확인한 종류는 대략 3가지였는데, 분석기를 통해 확인해 보시지요?”

“수고했어요.”

캡으로 불린 여자는 정장과 뿔테 안경을 번갈아 바라보며 짤막하게 말했다.

지문 검사와 함께 초동 수사의 주요 단서로 여기는 족적(足跡)검사는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했다.

터기 산()양탄자가 깔린 플로어(바닥)에는 집안에서 신는 슬리퍼가 남긴 희미한 발자욱만 남겼을 뿐이다.

따라서 여타 신발자국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캐주얼 정장과 뿔테 안경이 지문과 족적 감식을 끝내고 1차 현장 감식 결과를 보고서 양식에 필기하기 직전이었다.

스티브 혁 형사와 소피아 형사가 다가섰다.

두 형사를 훔친 캐주얼 정장이 아는 채를 했다.

여어, 프로패셔널 디텍티브(Detective) 나리들….오랫만에 재회를 하는구만요.”

소피아 형사가 말했다.

잭 갤리건. 새 장가를 들었다고 알고 있어요. 신혼 재미는 어때요?”

캐주얼 정장이 말했다.

좋아 죽을 지경이예요. 전처와 이혼 하기를 잘했어. 이 여자는 아주 딴 판이야! 아주 달라요.”

스티브 혁 형사가 끼어 들었다.

. 아무리 그래도 조강지처(糟糠之妻)가 최고라구. 대한민국 속담에 조강지처를 내치면 평생 재수가 없다고

했거든.”

캐주얼 정장이 뜨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스티브 형사. 그게 무슨 말입니까? 평생 재수가 없다니….”

혁 형사가 덧붙였다.

싫든 좋든 첫번째 아내가 최고라는 뜻이야.”

“…..?”

 

캐주얼 정장이 여전히 뜨악한 표정으로 혁 형사를 바라보자 소피아 형사가 화제를 돌렸다.

그건 그렇고요. 특별한 코드(지문 지칭)를 찾아 냈나요?”

이번에는 뿔테 안경이 입술을 움직였다.

방안에서 채취한 지문은 모두 3종류 였습니다. 디테일 한 부분은 지문인식검사를 해봐야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거고요.지금 현재 추론으론 방에 드나든 사람들의 출입이 그다지 빈번하지 않았음을 반증(反證)하네.”

족적은 어때요?”

소피아 형사가 덧붙였다.

요원이 답했다.

족적 감식은 실패했습니다. 카펫에는 단지 미세한 슬리퍼 자국만 있을 뿐이예요.”

 

지문 감식 요원들의 상황 설명을 귀에 담은 스티브 혁 형사와 소피아 형사는 이들과 등진 뒤 DNA 분석팀

요원들 곁으로 갔다.

 

DNA 요원들은 모두 4명이었다.

방안을 선회(旋回)하며 머리카락을 비롯한 수사에 증거가 될 만한 DNA 관련 자료들을 찾아내고 있었다.

 

팀 요원 가운데는 동양인으로 추정되는 짙은 검은색 머리에 여자 요원도 끼어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스티브 혁 형사가 허리 춤에 찬 방패 배지를 여자에게 보이며 영어로 말했다.

실례지만 어느 유닛 소속입니까?”

검은 머리가  혁 형사를 곁눈질 하며 말했다.

과학수사대 DNA 분석 유닛이예요.”

스티브 혁 형사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동시에 손을 내밀어 여자에게 악수를 청했다.

“LAPD 살인계 소속 스티브 혁 형삽니다. 그리고 이쪽은 저의 파트너인 소피아 형사고요.”    

혁 형사가 턱으로 소피아 형사를 가리키자 검은 머리도 소피아 형사를 향해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실비아 강이예요. 만나서 반가워요.”

LAPD 살인계 소속 소피아 형사예요.

소피아 형사가 자신을 소개하는 순간, 혁 형사가 정색한 표정으로 검은 머리를 향해 말했다.

패밀리 네임이 강입니까? 혹시 코리안 혈통인가요?”

검은 머리가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이예요. 저희 가족 모두가 코리안이예요.”

혁 형사가 덧붙였다.

“1.5세입니까? 아니면…..”

“1.5세예요. 4살 때 부모님이 한국에서 LA로 이민을 오셨어요.”

 

초록은 동색(草綠同色)이라 했다.

살인사건 현장에서 모처럼 만난 동족(同族)인지라 호기심이 발동한 스티브 혁 형사는 마치 죽마고우를 만난 듯 호기롭게 굴

었다.

두 사람이 사견(私見)이 길어질 듯 보이자 소피아 형사가 끼어들었다.

강요원.”

실비아라고 불러줘요.”

검은 머리가 얼굴에 움푹 패인 보조개를 드러내며 말했다

소피아 형사도 순발력 있게 응대했다.

좋아요. 실비아 요원. 헌데, 방안에서 무언가를 건졌나요?”

검은 머리가 말했다.

“침대에서 같은 종류의 머리카락 두 샘플과 죽은 시신의 페니스에서 체액(體液:Seman)을 검출(檢出)했어요

검출된 체액은 연구소로 가져가 정밀 분석을 할겁니다. 지금 당장은 이렇다 할 답변을 두분 형사님에게 말씀드릴 수 없네요

. 방안의 흔적을 미뤄 볼 때 그다지 많은 사람들이 출입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추론됩니다.이유는 방 안에 흩어진 잔재물(殘滓物)들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예요.”

스티브 혁과 소피아 형사는 DNA 분석 요원의 일시적 촌평(寸評)에 고개를 끄덕였다.

왜냐?

방금 전 지문 감식 요원들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기 때문 였다.

하여, 두 형사는 방안에 널브러진 피해자의 살해사건은 프로 킬러가 저지른 고도로 계획된 사건으로 잠정 추론하고 사건 

수사를 다각도로 확대해 펼쳐나가기로 했다. 

(계속) 

이산해 /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