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해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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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소설 / 칼럼 코드 원

2021.06.23 12:18

이산해 조회 수: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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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코드원(박정희)과 존 F 케네디 대통령 /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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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원(박정희) 살해사건 진상규명 청문회

 

#레이번 하우스 오피스 빌딩<Rayburn House Office Bldg> 2172호실 / 미 하원下院 국제법사 소위원회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인권-환경위 소속 레오나드 코헨 청문회: 위원장 레오나드 코헨(leonard cohen) 민주당 10선의원

 

2022년 8월16일 

미국 정가(政街)의 심장부인 워싱턴 D.C는 화씨 94도를 웃돌았다. 

말 그대로 가마솥 더위였다. 

그러나 살을 태우는 듯한 폭염속에서도 레이번 빌딩 주변은 인산인해(人山人海)였다. 

이들은 오전 10시부터 개막되는 ‘코드원(박정희 전 대통령) 살해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관람키 위해 몰려든 방청인들 이었다. 

 

오전 9시

회색 대리석으로 축조(築造)한 레이번 하우스 오피스 빌딩 입구는 중무장한 미 국회 경위들이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었다.

미국은 지난 2001년 9월 11에 발생한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들의 항공기 납치 자살테러 이 후 주요시설에 대한 경비를 한층 강화 했다.

특히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장소의 경우 더욱 그랬다. 

9.11 테러사건 전에 비해 검문 검색이 훨씬 까다로워진 것이다.

따라서 미 하원 청문회가 빈번하게 열리는 레이번 빌딩도 예의는 아니었다.

 

한편 오전 9시가 되자 입구에 좌우로 늘어선 씨큐어리티(국회 경위)들의 몸놀림이 바빠졌다. 

방청인들의 입장 때문 였다.

경비들은 입장객들이 디민 방청권을 꼼꼼하게 들여다 보았다. 

그러고는 몸수색검색대와 X레이 벨트 보안검색대에서 보안 검색을 펼쳤다.

보안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한 방청인들은 미 국회 소속 인턴들이 안내하는 장소로 이동했다. 

 

방청인들이 10여분만에 도착한 곳은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가 소속된 대 회의실 청문회 장(場)이었다.

청문회 장은 사안(事案)의 핵심 때문인지 초장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빼곡이 들어찬 방청석은 단 하나 빈자리가 없었다.

 

그런가 하면 프레스(언론)도 분주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종합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뉴욕 타임스,

USA투데이, 월스트릿 저널, 샌프란시스코 크로니컬, 보스턴 글로브 그리고 TV메체인 CNN과 NBC, CBS, 프리랜서 뉴스 공급 협회인 어셔시엣트 프레스(AP)등과 프랑스의 최대 일간지인 르몽드와 팬(Pen), 영국의 종합 일간지인 타임 등 지구촌 주요 언론들이 취재 경쟁에 나섰다.

이들 언론들은 일찌감치 미 국회 프레스 관리국으로부터 취재 허가증을 교부 받아 목에 걸고 취재 포지션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외국 출신 언론사 소속 기자들과 함께 워싱턴 주재 코리안 특파원들도 취재에 나섰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종합 일간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정론직필(正論直筆),한겨레, 경향신문 그리고 방송 매체인 KBS와 MBC, 뉴스 공급업체인 연합뉴스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한민국과 이웃한 일본의 요미우리와 마이니치, 산께이, 중국의 명보와 차이나 데일리 홍콩의 메이저 영자신문인 홍콩 익스프레스 등에서도 워싱턴 주재 미 툭파원들을 청문회장에 급파, 금세기 최대의 미스터리 사건을 취재키 위해 청문회장을 선점했다. 

이밖에도 지구촌에서 파견한 각국 언론사 소속 취재, 사진 기자들이 청문회장에 자리를 잡고 잠시 후부터 개회될 청문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미국인보다 동양인의 숫자가 훨씬 많은 방청석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얼굴들이 시선을 끌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던 K씨를 비롯, 전 국가안보담당 보좌관, 전직 국방부 장관, 과학 기술처 사무관, 대덕 연구단지 수석 연구원,전 청와대 경호실 요원 등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런가 하면, 미 서부 지역에 위치한 LA에서 ‘박정희 타도 미주 쟁취본부’장으로 활동한 대표적 종북(從北)인물인 조만호도 자리했다.

또 한 시카고 한인 커뮤니티에서 중도 보수 인물로 활동하며 한인들로부터 호감을 샀으나 어느 순간 친북 인물로 변신해 외면을 당한 남치훈(북한으로 부터 자금을 받고 활동하는 고정 간첩이라는 유력설)도 눈에 띄었다. 

학생 운동권 시절 박정희의 공포 정치를 견디지 못해 뉴욕으로 이주한 뒤 박정희 제거를 위한 청년 결사대를 이끌었다고 자처한 메릴랜드 한인사회 출신 성교중 등 박정희를 증오하는 면면의 얼굴들이 방청석에 상당수 섞여 있었다.  

 

청문회가 개회되기 직전, 사진기자들의 집중적인 플래쉬 세례를 받은 인물이 있었다.

제설민 박사였다.

그는 레오나드 코헨 청문회 제1호 증인으로 채택돼 증인석에 모습을 드러냈다.

제박사는, 코드원이 계획하고 발주한 핵폭탄 제조 사업 '한산대첩(閑山大捷)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인물로써 미국회로부터 청문회 주요 증인으로 채택됐다.

캐쥬얼 스타일을 혼합한 카키색 정장 차림에 숱이 많은 은백색 머리 칼을 단정히 빗어 넘긴 제설민 박사는 92세라는 노령(老齡)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혈기왕성한 모습을 보였다.

그의 곁에는 법률 조력자인 스웨덴계 미국인 여성 변호사 엘리자베스 올슨이 동석(同席) 했다.

 

개회 직전인2172호 청문회 장은 여전히 부산했다.

미 국회로부터 음향 발주를 따낸 컨츄렉터 음향(音響) 전문 기술자들이 청문회 위원들의 디지털 마이크로 폰을 재점검 하느라 바삐 움직인 탓이다. 

그런가 하면, 핀란드 산 마호가니 목재로 제작한 품위 있는 수직 형 테이블에는 모두 11명의 청문회 소속 의원들이 앉을 수 있는 회전형 가죽 의자가 일렬로 놓여 있었다.

의자 뒤로는 청문위원들을 보좌하는 비서관과 보좌관들의 자리가 별도로 마련됐다.

증인석은 청문회 위원들과 마주하는 위치에 자리했다.

역시 마호가니 목재로 제작한 직사각형 대형 테이블에는 두 개의 고성능 디지털 마이크로 폰이 설치돼 있었다. 

한 켠에는 생수가 담긴 유리병과 크리스탈 컵이 은쟁반에 놓였다.   

 

9시 55분

청문회 장은 한동안 시골 장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도 진행 요원의 아나운서 멘트가 스피커 폰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진정됐다.

“잠시 후 레오나드 코헨 청문회가 개회될 것이므로 방청객들은 물론, 언론사 소속 취재원들 모두가 정숙 해주기 바랍니다. 땡큐!”

 

아나운서 멘트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방청석 곳곳에서 요란스런 헛기침이 터져 나왔다.

동료 카메라기자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무엇인가를 열심히 주고 받던 취재 기자들도 일순간 입을 다문 채 카펫이 깔린 바닥에 주저 앉아 청문회 소속 위원들의 입장을 기다렸다.

청문회 장 내 붙박이 시계가 정확히 10시를 가리켰다. 

청문회 장은 마치 찬물을 끼얹은 듯 숙연한 분위기로 돌변했다. 

 

이윽고 인조가죽을 덧댄 위원 전용 출입구가 활짝 열렸다. 

동시에 청문회 위원 중 유일한 여성인 마틴 아미(공화당 소속 5선)의원이 첫번째로 청문회장에 모습을 보였다. 

뒤를 이어 위원장인 레오나드 코헨의원(민주당 10선 의원) 등 모두 11명의 청문회 위원이 차례로 출입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고는 마호가니 테이블로 다가와 자신들의 이름을 새긴 명패 앞 자리에 착석했다.

 

코드원 살해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발탁된 청문회 위원 명단은 이랬다.

※ 레오나드 코헨(청문회위원장 민주당 소속 10선의원)

※ 피터 C 골드마크 쥬니어:(청문회 간사: 민주당 소속 7선의원)

※ 더글라스 러쉬코프(청문회 간사: 공화당 소속 7선의원)

※ 오스틴 J 토빈 (민주당 소속 8선의원)

※ 마틴 아미(여성: 공화당 소속 5선의원)

※ 필립 시모어 호프만(민주당 소속 6선의원)

※ 셸리 홉킨스(민주당 소속 5선의원)

※ 베네딕트 쿰버베치(공화당 소속 9선의원)

※ 제리 피츠제랄드 잉글리쉬(무소속 8선의원)

※ 머독 윌칵스(민주당 소속 7선의원)

※ 패트릭 커밍햄(공화당 소속 6선의원)

 

한편, 종합 일간지 정론직필 소속 워싱턴 특파원인 곽정환 기자(부장 급)는 명단을 들여다 보며 흠칫했다.

이유는 미 하원 프레스 관리 담당 요원들이 건네 준 레오나드 코헨 청문회 위원 숫자 때문 였다.

청문의원 수가 11명인 것은 미국회가 각 상임위 소관별로 개최하는 청문회에서는 보기 드문 예로써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비슷한 예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63년 11월 22일 텍사스 댈러스에서 저격범 오스왈드에게 살해 당한 존 F 케네디 대통령 살해사건 청문회가 그것이다. 

케네디의 주검을 둘러싼 갖가지 음모가 횡행하자 미 하원 특별조사 위원회가 1979년에 JFK 암살 재조사 청문회를 개최 했다.

이 당시도 모두 11명의 청문회 의원들이 위원으로 자리한 전례가 있다. 

이처럼 많은 수의 의원들이 청문회 위원으로 발탁돼 사건을 재조명하는 것은 그만큼 박정희 대통령의 주검이 시사하는 바가 컸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일개 국가에서 벌어진 단순 사건이 아닌 세기적 사건임을 반증(反證)한 것이다.

 

곽기자가 위원 명단에서 시선을 뗄 즈음 청문회 위원들이 각자 정해진 자리에 앉았다. 

좌우를 중심으로 한가운데 자리를 잡은 이는 위원장이었다.

여성임을 배려해 마틴 아미 의원은 위원장 오른편 자리를 차지했다.

 

6척(尺)장신의 거구인 레오나드 코헨 위원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좌우를 훑어보며 위원들과 눈인사를 나누었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마이크로 폰을 두 서너 차례 가볍게  두드린 뒤 방청석에 시선을 주며 말했다.

"숙녀 신사 여러분!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미 하원 특별조사 위원회가 개최한 ‘코드원 살해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에 참석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오늘 개막한 제 324차 미 하원 국재관계 소위원회 특별조사위 레오나드 코헨 청문회는 미국 정부는 물론 코리아의 정부에게 있어서도 매우 중차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의 이름으로 개회된 청문회의 주요 골간(骨幹)은 다음과 같습니다. 코리아의 위대한 대통령이었던 박정희 대통령(이하 코드 원으로 지칭)의 미스터리 한 주검을 재조명하는 것입니다. 언급하는 것 조차 께름칙한 코드 원 살해사건은 42년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속에 감춰져 있습니다.”   

 

단숨에 이 대목까지 설파한 코헨 위원장이 손바닥으로 마이크로 폰을 가리고 폐부 깊숙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런 다음 행간을 이어갔다 

‘헌데, 코드원 시해 사건은 유감스럽게도 미국 정보기관의 주도적 사주에 따른 살인이라는 루머가 지구촌인들에게 실제인 냥 각인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미국은 물론, 코드원 살해사건의 공범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 일본과 이스라엘 등 주변국들 마저 아연실색 하고 있는 처지입니다.따라서 루머의 발원지로 지목된 미국은 코리아에서 불행하게 벌어진 코드원 시해 사건을 입법부인 국회는 물론, 미 검찰과 특별조사기구 등 사법기관에서 다각적으로 재수사 해 어둠 속에 가려진 진실을 기필코 파헤칠 것임을 천명합니다. 한편, 이 자리를 빌어 코리아의 정부와 일본 내각(內閣)에 사건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파헤쳐 보자는 제안을 하는 바입니다.”

 

코헨 위원장의 모두 발언이 다시 한번 멈췄다. 

마이크로 폰에서 입을 뗀 그는 단정하게 매듭을 한 넥타이를 수초 동안 매만지다 이내 말문을 텄다.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진 대로 코드원 시해 사건은 코리아의 중앙정보부장이 저지른 폐륜 사건으로 공표됐습니다. 한 때 충성스러웠던 부하와 코드원의 신변경호 책임을 맡은 청와대 경호실장이 벌인 밥그릇 싸움이었다는 겁니다. 이들 두 사람이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 정보부장이 갈수록 자신의 입지가 위축되자 우발적 행동을 했다고 알려집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나타난 시해 사건의 실제적 본질은 곁가지에 불과합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코드 원이 미국을 비롯한 지구촌의 이목을 깜 쪽같이 따돌리고 핵폭탄을 만들었으며, 이에 격노한 미국이 사주해 코드 원을 제거했다는 설(舌)입니다. 암호명 ‘한산대첩(閑山大捷)’으로 명명된 코드 원의 핵무기 제조 성공 내막도 본 청문회에서 상세히 다룰 것입니다. 아무튼 코드 원 서거 42년째인 작금에도 그의 주검에 대한 루머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미국정부는 물론, 코리아와 일본 내각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이유는 ‘코드 원을 미국의 거대한 어둠이 대리자(살해자)를 앞세워 살해 했으며, 일본 역시 조연 역할을 했다는 음모론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늘 역사적으로 개회한 ‘코드 원 살해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레오나 드 코헨 청문회’는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따라 붙는 어둠의 실체를 걷어내고, 그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카더라’의 진상을 밝혀내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때론 격하게, 때론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기승전결을 이어간 위원장은 다시 말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크리스탈 유리병에 담긴 생수를 컵에 따라 들이켰다.

레오나드 코헨 위원장의 이같은 일 거수 일 투족을 기자들은 물론 방청인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곁눈질 했다.  

목을 축인 위원장이 다시 마이크로 폰에 입술을 바짝 디밀고 말꼬리를 덧붙였다.

“코드 원 주검 진상규명 청문회 위원장인 본의원은 매우 안타깝게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친분이 매우 두터운 사이였습니다. 본 의원이 '코드원 살해사건 진상규명' 위원장에 내정되었을 때 '이는 필시 하늘이 저에게 지시한 사명'일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떠 올랐습니다. 때문에 혼신을 다해 이 난제(難題) 를 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물론 오늘부터 다룰 사건이 오랜 시간 경과된 탓에 실체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입니다. 허나, 본 청문회의 위원으로 자리를 함께 하신 10명의 유능한 의원님들께서 코드원 살해 사건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 할 터 이기에 긍정과 희망의 빛을 함께 기대해 보는 것입니다. 그럼 오늘부터 15일 간 진행되는 레오나드 코헨 청문회의 공식 개회를 선포합니다."

 

레오나드 코헨 위원장의 청문회 개회 모두발언(冒頭發言)이 끝나자 곧이어 청문회 간사인 피터 C 골드마크 주니어(민주당 소속 7선 의원)가 마이크로 폰을 잡았다.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록될 레오나드 코헨 청문회 장을 가득 메우신 숙녀 신사 여러분! 방청인들께서는 지금 쇼 타임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으신 것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음모와 이전투구가 횡행했던 과거의 현장을 몸으로 직접 느끼기 위해 이 자리에 오신 겁니다. 따라서 본 청문회에서는 이유를 불문하고 박수와 야유를 절대 사양합니다. 만약 방청인들께서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즉각 퇴장을 명할 것이며, 다음 청문회의 입장을 불허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숙지(熟知) 하시기 바랍니다."

이때였다.

방청인들이 너나 할 것없이 “브라보!” “나이스!”를 외치며 청문회 위원들을 향해 터져 나갈 듯한 박수 세례를 날렸다.    

순간, 안면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코헨 위원장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숙녀 신사 여러분 다시 한번 완곡히 부탁합니다. 이 자리는 레이디 가가의 쇼 타임이 무대가 아닙니다. 정숙해 주십시오.”

코헨 위원장의 멘트가 종지부를 찍자 방청석에서 또 한차례 폭소가 터졌다. 

그러나 빠르게 평정을 되 찾은 장내는 곧바로 청문회 개시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울려 퍼지면서 숙연 해졌다.

 

오전 10시15분

“15일 간 일정으로 진행되는 ‘코드원 살해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레오나드 코헨 청문회’를 개회합니다.”

위원장이 청문회 개회를 선포하며 의사봉(議事棒)을 세차게 3번 두드렸다. 

순간, 먹이를 노리고 있던 야수들처럼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던 카메라 기자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그러고는 레오나드 코헨 위원장을 비롯한 청문회 위원들과 증인으로 채택된 제설민 박사를 향해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며 플래쉬를 터뜨렸다. 

(계속)

 

이산해 / 추리 소설가

(장편 추리 소설 “코드 원”에 등장하는 이름은 대부분 허명(虛名)이다. 그러나 내용은 사실을 기반(基盤)으로 했음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