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해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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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소설 / 칼럼 추리소설 ‘괴물’ (1)

2019.10.04 03:37

이산해 조회 수: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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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KNOWN

 

불 금

LA 코리아 타운의 중심가()인 올림픽 블러바드는 행인들로 넘쳐났다.

불금(불타는 금요일)이었기 때문이다.

행인의 다수는 젊은이들 이었다.

 

때는 일몰(日沒) 직전.

윌셔 블러바드와 버몬트 애비뉴가 교차하는  선상(線上)에 위치한 나이트 클럽 '몸부림'은 문전성시였다.

젊은 남녀 청춘들이 가무주연(歌舞酒宴)을 즐기기 위해 대거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대열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선 청춘들은 나이트 클럽 개장 시간을 기다리며 무료함을 잡담으로 달랬다.

클럽 입구에는 체구가 우람한 시큐어리티들이 버티고 서 있었다.

이들은 시종일관 눈을 부라리며 입장객들의 무질서를 통제 했다.

입장객들 대부분은 아시안 이었다.

코리안 또는 중국인과 일본계로 추정됐다.

나머지는 미국인과 라티노 또는 중동계 였다.

 

긴 대열속에 섞인 여성들은 가슴을 훤히 드러낸 선정적인 드레스 차림으로 몸매를 과시했다.

치마 역시 속 옷(팬티)이 노출될 정도로 짧은 초미니 스커트가 대부분이었다..

화장도 두드러졌다.

눈과 입술은 짙은 색조였다

목과 손목 귀에는 사치스런 장신구로 치장했다.

도드라지게 자신의 외모를 꾸민 여성들은 오직 불금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남성들 역시 매한가지였다.

무비 스타 이병현과 장동건 이정재 등을 빼어 닮은 사내들은 정장 차림새로 남성미를 강조했다.

단정 하면서도 우아한 폼새를 드러낸 사내들은 모델같은 위용을 과시했다.

아무튼 클럽 몸부림 입구를 기점으로 장사진을 치고 있는 청춘 남녀들은 입장을 앞두고 쉴틈없이 잡담을 주고 받았다.

대화의 주된 팩트는 음담패설(淫談悖說)이었다.

왁자지껄한 소음이 난무하는 대열속에는 빼어난 미모의 여성도 끼어 있었다.

동양인이었다.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비너스 상처럼 수려한 이목구비와 매력적인 몸매를 갖춘 여자는 무표정인 채 앞 만 응시하고 있었다.

어깨를 덮은 부드러운 생머리와 석류처럼 살짝 벌어진 입술 틈새로 보이는 백옥 같은 하얀 치아, 잡티 한 점 없는 우유빛 얼굴 피부와  건강미가 넘치는 몸, 그리고 길고 가는 손가락이 돋보였다.

차림새도 자유분방한 캐주얼이었다.

색바랜 청바지 위에 밤색과 주황색이 혼합된 체크무늬 난방을 걸쳤다.

신발도 유명 브랜드 캐주얼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키는 대략 175cm로 추정됐다.

큰 키였다.

몸매도 빼어났다.

청바지가 터질정도로 부플어 오른 힙과 포탄처럼 단단하게 솟구친 젖가슴은 성적 매력이었다.

몸에 칼을 들이대 인위적으로 조합한 형상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이목구비와 몸매의 조합은 완벽 그 자체 였다.

여자의 빼어난 아름다움 때문일까.

주변의 수많은 시선이 그녀를 훔쳤다.

허나,여자는 무관심했다.

여자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 이미 면역이 돼 있었다.

대열속의 여자는 군계일학(群鷄一鶴)이었다.

소돔과 고모라

몸부림 바 출입구 앞에서 거만한 자세로 버티고 있던 두 명의 흑인 시큐어리티가 허리춤에 찬 워키토키를 빼어 든 뒤 귀에 가져갔다.

그러고는 수초 동안 교신을 한 후 클럽 출입구 앞을 차단 했던 은색 쇠사술을 걷어냈다.

개장을 알리는 신호였다.

이를 눈치 챈 입장객들이 대열을 흩트리며 술렁이었다.

허벅지만 한 팔뚝에 번개 문신과 해골 문신을 한 시큐어리티가 검지 손가락을 좌우로 까닥이며 입장객 들을 향해 큰소리로 말했다.

"하이. 가이! 지금부터 몸부림 바 출입을 실시한다. 이에 앞서 우선 여러분의 나이를 체크할 것이다. 신분증을 보여 달라."  

입장객들은 시큐어리티가 요구한 드라이브 라이선스를 들이 댄 뒤에야 비로소 클럽 입장이 허용됐다.

빼어난 미모의 여성도 소지한 손 가방에서 신분증을 꺼내 흑인 남자에게 보였다.

여자가 건넨 드라이브 라이선스를 살핀 흑인 시큐어리티가 곁눈질로 여자를 훔쳤다.

여지껏 십수년 간 경비직을 해오면서 단 한번도 여자와 같은 미모는 본적이 없었다

여자의 엄청난 미모 때문인지 연거푸 입맛을 다신 시큐어리티가 은근히 추파를 던졌다.

시큐어리티가 드라이브 라이선스에 기제된 이름을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한마음이 너의 이름이냐?"

여자가 말했다.

"맞아!"

시큐어리티가 덧붙였다.

", 엄청나게 섹시하다.보이프랜 있냐?"

여자가 말했다.

"아직은 없어. 찾는 중이야..."

"그래...그렇다면 나는 어때? 너를 후끈 달아오르게 해 줄수 있거든."

여자가 말했다.

"나는 너처럼 노골적으로 껄떡대는 가이는 질색이야."

한마음이라 불린 여자는 흑인 남자가 건넨 자신의 신분증을 건네 받고 눈꼬리 웃음을 날리며 클럽 안으로 사라졌다.

 

나이트 클럽 몸부림은 북세통이었다.

클럽 개장 직후 물밀듯이 밀고 들어 온 청춘들 때문 였다.

이들은 클럽 안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괴성을 내 지르며 댄스 플로워에 올라섰다.

그러고는 고막을 쥐어뜯는 광적인 리듬에 맞춰 미친듯이 몸을 흔들어 댔다.

그런가 하면 벽돌색 타일로 벽과 바닥을 장식한 화장실에선 남녀들이 환각제인 코캐인을 입과 코로 흡입하는가 하면, 캘리포니아에서 재배한 대마초를 폐부 깊숙히 빨아들였다.

코캐인과 대마초 등 환각제를 강렬하게 흡입한 청춘들은 순식간에 약물에 취했다.

약물이 혈관과 폐부를 잠식하며 말초신경을 자극하자 이를 주체하지 못 한 청춘들이 환호작약하며 댄스 플로워를 향해 달려 나갔다.

머리를 봉두난발(蓬頭亂髮) DJ가 레코드 턴테이블에서 재생되는 랩에 맞춰 상체를 요란하게 흔들며 청춘들을 향해 연거푸 씨부렸다.

청춘들은 그 때마다 소리를 지르며 한목소리로 화답했다.

이들이 주고 받는 내용 대부분이 마약과 섹스 예찬이었다.

 

시간이 흐를 수록 몸부림은 후끈 달아 올랐다.

3백 여명을 웃도는 남녀 청춘들이 한데 엉켜 광란의 춤사위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형광 조명이 번쩍이는 댄스 플로워 중앙에서는 주변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성행위를 하는 커플들도 눈에띄었다.

평범한 상식으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탈행위가 버젓이 펼쳐지고 있음에도 그 누구하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의례히 그렇다는 투였다.

방종(放縱)의 이유는 이랬다.

대다수의 청춘들이 약물에 취해 있는데다, 댄스 플로워에서의 일탈행위가 결코 새삼스런 것이 되지 않기 때문 였다.

아무튼 음담패설과 욕설이 난무하는 랩의 추임새에 DJ가 박차를 가하자 기고만장한 청춘들이 말초 신경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며 더욱 더 광란의 늪 속으로 빠져 들었다.

클럽 안은 남녀 청춘들이 뿜어 낸 열기와 뒤 섞인 대마초 연기가 부유(浮遊)할 뿐이었다.

 

한편 한마음이라 불린 여자는 바텐더가 술과 안주 등을 공급하는 바텐에 홀로 앉았다.

 

여자의 스팟(자리)에는 병 맥주가 놓여 있었다.

여자는 간간히 맥주를 입에 가져가 한모금씩 마시며 열기로 가득찬 댄스 플로워를 곁눈질 하곤 했다.

하지만 여자는 정작 춤을 추지는 않았다.

단지 보기만 할 뿐 이었다.

그러는 사이 수많은 남자들이 여자 곁에 다가와 헤픈 웃을 날리며 수작을 부렸다.

'함께 춤추자' 또는 '술을 마시자' '대화를 하자'는 등 뻔 한 맨트를 날렸다.

여자는 남자들의 추근거림이 불편했다.

그러나 여자는 깍듯하게 매너를 보이며 정중히 거절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몸부림이 출입문을 개방한지 어느 덧 2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나이트 클럽 몸부림은 더욱 더 달아 올랐다.

천정에 박쥐처럼 매달려 있는 수십개의 스피커에선 여전히 고막을 찢는 굉음이 파열음을 내며 을부짖었다.

실성한 사람처럼 미친듯 몸을 흔들며 땀을 쏟는 청춘들의 몸놀림에서 악마구리 형상이 보이는 듯 했다.  

노브라의 여성들은 약물과 흥에 취해 웃도리를 반쯤 벗어재낀 채 드러 난 젖가슴을 마구 흔들었고, 남성들도 탈의 한 상체를 이리저리 비틀며 춤에 몰입했다.

이 곳 몸부림이야 말로 소돔과 고모라였다.

한마디로 아수라 판이었다.

 

남녀 청춘들은 자신들이 노골적으로 알몸을 드러냈다 해서 수치심을 느끼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은 환각 상태인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행위를 다반사(茶飯事)로 여겼다.

홀로 맥주를 마시며 무료함을 달래던 여자가 잠시 바텐더와 귀엣말을 주고 받은 뒤 자리를 벗어났다.

여자의 발걸음은 화장실로 향했다.

여자 화장실에 들어서자 매스꺼운 대마초 연기가 후각을 자극했다.

화장실 곳곳에선 둥글게 만 달러 빌(1달러 지폐)을 코에 대고 코케인을 흡입하는 여자들과 대마초를 피우는 여자들로 넘쳐났다.

그런가 하면 토일렛 볼(변기)이 설치된 밀폐 공간에선 남녀가 한덩어리가 돼 격한 몸부림을 하고 있었다.

여자는 화장실에서 머뭇거리다 이내 바텐으로 돌아왔다.

 

주유

감색 정장에 격자 형 넥타이 차림을 한 동양인 남성이 여자 곁으로 다가왔다.

여자가 곁눈질로 사내를 훔쳤다.

잘생긴 핸섬남이었다.

무비 스타 장동건과 이병현 이정재를 조합한 번듯한 이목구비였다.

여자라면 누구라도 이 남자에게 반할 것이다.

키도 훤칠했다.

족히 180센티미터는 넘어 보였다.

떡벌어진 어깨와 굵은 허벅지는 사내가 힘이 좋다는 것을 의미했다.

허리 벨트 앞에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사내가 여자를 향해 말했다.

실례지만 한국 분이십니까?’

여자가 말했다.

물론이예요. 한국 여자예요.”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곁에 앉아도 될런지요?”

여자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수초 후 이렇게 말했다.

무례하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허락할께요.”

여자 곁에 자리한 사내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헨리 주입니다. 한국 이름은 주유로 불립니다.”

여자가 사내의 악수를 받으며 말했다.

주유라 하셨는데...혹시 삼국지에 등장 하는 오나라의 명장 주유와 동명이인 인가요?”

사내가 말했다.

대단하십니다.그런것까지 알고 계시다니...”

여자는 가만히 웃기만 했다.

두 남녀는 순식간에 의기투합 했다.

서로가 지닌 지성과 미모 때문 였다.

남자는 대화를 나누며 상대가 비범 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여자의 영혼은 보물 창고였다.

엄청난 지식이 그곳에 담겨져 있었다.

인문학의 모든 것인 문학 / 사학 / 철학을 비롯한 물리학과 의학은 물론 클래식과 대중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

여자는 명철함 뿐만 아니었다.

언행도 부드럽고 상냥했다.

기개가 넘쳤고 또 한 반듯했다.

자주 웃었으나 척박하지 않았다.

다정하게 굴었으나 헤프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여자와 함께한 사내들은 몸놀림을 함부로 하지 못했다.

아무리 거칠고 난폭한 사내라도 여자 앞에서 만큼은 고분고분했다.

마치 잘 훈련된 맹수가 주인을 향해 꼬리를 내리듯 말이다.

여자의 이같은 카리스마는 우아한 영혼이 빚어낸 지성과 치명적인 아름다움 때문일 것이다.

지금 여자와 대화를 이어가는 사내도 그랬다.

사내 역시 외모나 지식면에서 결코 여자에게 꿀릴 것이 없을 정도로 비범한 인물임애도 웬지 주눅이 든다고 생각했다.

하여, 대화의 주체는 여자였다.

여자는 사내의 속성을 파악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질문을 퍼부었다.

여자로부터 날카롭고 까다로운 질문을 받은 사내는 여자가 자신에게 당당히 했던 것처럼 머뭇거림 없이 흔쾌히 답을 드러냈다.

다양한 질문을 받은 사내는 마치 난해한 퀴즈를 유연하게 풀어내 듯 어렵잖게 질문에 응수했던 것이다.

여자도 사내의 다양한 박식에 호감이 끌렸다.

이 정도의 사내라면 함께해도 무방할 것이다.

여자가 말했다.

이 곳은 너무 핫 해요. 괜찮으시다면 다른 곳으로 이동할까요?”

물론입니다.”

남자는 여자의 권유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나이트 클럽 몸부림을 벗어난 두사람은 지척에 위치한 파킹랏으로 향했다.

여자는 파킹랏으로 가는 순간 사내에게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할 것을 권했다.

여자가 말했다.

“비벌리 힐즈에 손맛이 좋은 불란서 레스토랑이 있어요. 해물 전골 스파게티가 일품이죠. 주유씨의 의향은 어때요?”

좋습니다. 그렇잖아도 허기를 느끼고 있던 차였습니다.”

사내는 자신의 승용차가 있었음에도 여자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파킹랏에 주차된 여자의 승용차는 벤츠 S500 스포츠 세단이었다.

승용차의 색상은 흰색이었다.

 

승용차 내부는 간결하고 깨끗했다.

 

보닛과 시트 그리고 바닥에는 먼지 하나 찾아 볼 수 없었다.

 

여자의 성격이 매우 정갈한 것 같았다.

 

 

 

벤츠는 지하 파킹랏을 벗어나 윌셔 가() 대로에 올라 섰다.

 

그러고는 몸부림에서 불과 두 블럭 떨어진 델리가게 앞에서 멈췄다.

 

사내가 담배와 음료수 등을 사겠다고 여자에게 말했기 때문이다. 

 

이 후 두 사람은 불란서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음식과 샴페인과 포도주를 비운뒤 다시 벤츠에 몸을 실었다.

 

 

 

The End of Affair

 

여자는 유연하게 핸들과 패달을 조작해 하이웨이 주간도로로 진입했다.

벤츠가 주간도로에 들어서자 여자는 스마트 폰과 승용차에 설치된 무선 기기 블루투스를 연결해 디지털 스테레오의 볼륨을 켰다.

 

스피커를 통해 클래식, 재즈 트럼팻터 윈튼 마샬스의 스매쉬 곡 “ '정사(情事)의 끝 The End of Affair' ”이 애잔하게 재생됐다.

 

 

여자와 남자는 음악을 들으며 담소를 나눴다.

 

담소의 주된 내용은 포크 락 싱어 송라이터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과 관련된 찬반론이었다.

 

사내는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고 여자는 밥 딜런에게 노벨상을 안긴 위원회의 상업성을 비난했다.

 

사내가 말했다.

 

밥 딜런이 노래한 시 ‘Like a Rolling Stone’은 시류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 노랫말은 시대의 지성으로 불멸의 시가 된 것입니다.”

 

여자가 말했다.

 

저 역시도 밥 딜런의 노랫말을 좋아해요. 그렇지만 그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것은 성급한 처사였어요. 차라리 니코스 카잔차키스에게 그 상을 수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두 사람의 갑론을박이 지속되고 있을 즈음 벤츠는 어느 새 목적지에 근접하고 있었다.

 

벤츠가 정차한 곳은 인조석으로 정면을 장식한 이층 구조의 단독 주택이었다.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었으나 세련된 설계가 돋보인 건축물이었다. 

 

자연목 팬스로 담장을 친 주택 뒷뜰에는 수영장이 자리했다.

 

일정한 크기로 다듬어진 잔디도 보기에 좋았다.

 

 

 

여자를 따라 들어선 집 안은 깔끔했다.

 

캐나다 산 오크 나무로 바닥과 천정을 마감한 거실도 돋보였다.

아름드리 소나무를 켜 만든 책꽃이에는 전문 의학 서적을 비롯한 각종의 다양한 인문학 서적이 빼곡 하게 들어차 있었다.

 

그런가 하면, 벽 면 한 켠에는 고화질 초대형 HDTV, 그리고 맥킨토시 오디오 세트와 12인치 우퍼 탄노이 스피커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벽면에는 예술적 가치가 느껴지는 다양한 흑백 사진들이 당시의 시간들을 오버랩하고 있었다.

 

 

사내는 여자의 살림살이를 곁눈질 하며 호기심을 부추겼다.

 

그리고 방금 여자가 밝힌 말을 되새겼다.

 

이 집은 저 혼자만의 공간이예요. 동거인은 아무도 없어요.”

 

사내는 여자를 바라보며  혼자 살기에는 너무 큰 집이라고 생각 했다.

 

허나 자신 주변에도 재력이 막강한 솔로들이 호사스런 거주 공간에서 독립된 삶을 즐기고 있지 않은가.

 

사내가 이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순간 여자가 주방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은쟁반에 다과를 받쳐 내왔다.

 

사내를 거실 중앙에 자리한 테이블로 안내한 여자가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

 

부모님과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은 파리로 이주했었요. 남동생이 파리에서 비지니스로 자리를 잡은 탓에 그리 한거예요.”

 

여자는 자신의 직업과 취미도 덧붙였다.

 

남자가 귀 담은 여자의 자기 소개는 이랬다.

 

 

 

여자는 현재 휴업중인 비뇨기과 닥터였다.

 

실력과 재주는 더 있었다.

 

시인이자 수필가이며 사진작가이기도 했다.

 

클래식 기타와 가야금 등 현악기 연주도 수준급이었다.

 

 

 

나이는 여자로서는 농염한 때인 32.

 

단 한번도 결혼 경력이 없는 골드 미녀,

 

남자를 안 것은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빼어난 미모 덕에 한국과 미국 내 유명 엔터테인먼 회사로 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이유는 '자신을 상품화 하지 않겠다'는 것 때문이었다.

 

하기야 재력과 미모, 학식과 재주 등 어떤 면에서도 결코 꿀릴 것이 없는 여자가 유명 연예 기획사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친 것은 당연한 처사였다.

 

 

여자는 여가 활용에 대해서도 밝혔다.

 

틈이 날때마다 부모님과 남동생이 거주하는 파리 여행을 즐긴다고 했다.

여자는 중동에 대해서도 남다른 애정과  깊은 지식을 겸했다.

여자는 이란의 과거인 페르시아에 대해 학문적 사고가 깊고 심오했다.

 

비단 페르시아 뿐만 아니라 터어키와 그리스의 고전에도 해박했다.

 

여자는 기호학(記號學)에도 뛰어나 중세시대의 파피루스 원전을 해독하는 천재를 드러냈다.

 

 

 

신은 여자에게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동시에 명철(明哲)한 두뇌까지 보자기에 싸서 선물한 것이다.

 

사내는 이토록 비범한 여자를 바라보며 희열(喜悅)을 느꼈다.

 

사내는 속으로 외쳤다.

 

'한마음이라 불리우는 이 여성을 알게 해 주신 신에게 감사를...'

 

 

 

사내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양파 껍질 같은 여자에게 마음을 허물고 있었다.

 

자신도 지식인 사회에서 결코 빠지지 않을 만큼 지혜와 재주를 겸비했다고 자부한 터였다.

 

외모 역시 자신감에 넘쳤다.

 

나이트 클럽 몸부림에서 마주친 여성들이 자신의 품에 달겨들어 사랑을 구애하는 해프닝이 비일비재 했다.

 

그럼에도 여지껏 정조(?)를 지키며 순수남자로 일상을 버텨냈다.

 

이처럼 지조를 지킨 탓일까.

 

 

 

()와 명철한 지혜로 충만한 우아한 영혼을 만날줄이야....

 

사내는 한 껏 부푼 감정을 억제하며 여자의 히스토리를 가슴에 새겨 나갔다.

 

 

여자는 외국어에도 능통했다.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와 중국어 스페인어, 그리고 아라빅(아랍어)을 구사했다.

한마디로 여자는 천재였던 것이다.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이력을 남자에게 소개한 여자는 비운 찻 잔에 다시금 차를 채우며 사내에게 말했다.

 

"주유씨의 개인사에 대해 듣고 싶어요."

 

여자는 그러고는 사실만 말해달라고 덧붙였다.

 

사내는 여자가 피력한 사실 운운의 단어를 상기하며 커다랗게 웃었다.

 

사내는 즉시 손을 들어 선서하는 동작을 취하며 진실만을 말하겠노라고 했다.

 

사내는 마치 전투에 나선 병사처럼 자세를 고쳐 잡고 자신의 생의 전반을 털어 놓았다.

 

"한마음씨에 비하면 저는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합니다."

 

강원도 춘천 출생이라고 밝힌 사내는 국제무기 거래상 출신인 부친과 어머니를 따라 초등학교 시절 미국으로 건너왔다.

 

흔히 말하는 1.5세 코리언이었던 것이다.

 

 

 

유년시절부터 총기(聰氣)를 드러낸 사내는 미국인 학교에서도 별난 학생이었다.

 

학문과 운동과 사교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성격도 활달한 외형이어서 수많은 친우들이 따랐다.

 

유복한 집 안 덕에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부친의 직업이 무기 거래상 이었으므로 집의 재정은 늘 풍족했다.

 

옛 말에, 광에서 인심난다고 했다.

 

항상 주머니가 두둑했으므로 친구들에게 베푸는 선심도 한결 같았다.

 

때문에 나이를 불문하고 주변에 포진한 친구와 동료들이 사내를 따랐다.

 

 

 

그런가 하면 사내의 수려한 이목구비를 흠모한 많은 여성들이 추근대며 구애(求愛)를 펼쳤다.

 

하지만 사내는 여성의 아름다움보다 지혜를 사랑했다.

 

때문에, 여성 편력이 상당할 거라는 주변의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사내는 외롭게 지냈다.

 

 

 

20대 중반,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다양한 일상을 섭렵한 사내는 잠시 무위도식(無爲徒食)하며 방탕생활을 즐겼다.

 

이를 곁에서 지켜 본 부친이 '사내라면 커다란 포부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간곡한 어조로 자신을 설득, 끝내 부친의 요구를 받아들여 무기 거래상으로 나섰다.

 

부친의 가업을 물려 받은 것이다.

 

사내의 삶의 궤적(軌跡)을 관심 깊게 귀 담은 여자가 입가에 알듯모를듯 한 미소를 지으며 사내 앞에 놓인 유리잔에 샴페인을 채웠다.

 

 

"겉과 내면의 세계가 흠잡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하군요."

 

여자가 유리잔을 부딪히며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한마음씨에 비하면 마냥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여자와 사내는 앉은 자리에서 샴펜인 한 병을 모두 비운 후 뒷마당에 설치한 덱으로 자리를 옮겼다.

 

 

 

밤하늘에는 빛을 발광하는 수많은 별들이 두 사람을 고즈넉이 내려다 보고 있었다.

 

 

 

11시께

 

너도밤나무로 제작한 덱에 자리를 잡은 두 사람은 서로를 곁눈질 하며 흠모의 정을 쌓아갔다.

여자는, 미켈란젤로의 데빗드 조각상과도 같은 사내의 단단한 체구와 우아한 이목구비에 욕정(欲情)이 발동했다.

 

뿐만 아니라 내면을 아우르는 박식함서도 커다란 매력을 느꼈다.

 

 

 

이런 사내라면 오늘 밤 나의 모든 것을 주어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여자는 속으로 이렇게 되뇌이며 조금씩 사내 곁으로 다가갔다.

 

 

 

이심전심일까...사내 역시 여자에게 마음이 끌리고 있었다.

 

사내는 독한 럼주가 혈관속을 파고 들어 말초신경을 자극하자 소심한 감정을 밀쳐 냈다.

 

 

 

사내는 알코올 탓을 핑계 삼아 슬그머니 여자의 어깨에 손을 가져갔다.

 

사내의 손이 자신의 어깨에 닿자 여자는 본능적으로 거부반응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 때 뿐이었다.

 

두 눈을 감은 사내가 이번에는 노골적으로 여자의 입술을 훔치자 기다렸다는 듯 두 팔로 사내의 목을 감싸쥐고 순응했다.

 

 

 

어색함을 떨쳐버린 여자와 사내는 비로소 뜨겁고 거칠게 서로의 입과 입술을 탐했다.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입맞춤을 하는 두 사람의 형상이 마치 나비와 꽃 같았다.

 

나비와 꽃이 된 두 사람은 서로를 희롱하며 달콤한 나락에 빠졌다.

 

 

 

여자와 사내의 입맞춤은 오랫동안 지속됐다.

 

두 남녀가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서로의 입술을 탐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사내의 스마트 폰이 요란스럽게 진동했다.

 

진동과 함께 벨 소리도 울렸다.

 

누구인가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다.

 

 

 

사내는 당초 애써 전화의 수신을 외면했다.

 

한창 달콤함에 빠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 였다.

 

하지만 스마트 폰의 벨 소리도 끈질겼다.

 

끊어지면 되살아나길 반복했다.

 

사내는 결국 전화를 받기 위해 살그머니 여자를 밀쳐냈다.

 

스마트 폰을 귀에 가져간 사내는 경어(敬語)를 섞어가며 발신자와 통화 했다.

 

사내가 스마트 폰의 전화 앱을 닫은 것은 통화가 이뤄진지 대략 10여 분 후였다.

 

 

 

카오스

 

통화를 끝낸 사내가 럼주 잔에 술을 절반 가량 채우고 나서 여자에게 잔을 건넸다.

술 잔을 받아 든 여자도 같은 양의 럼주를 사내의 잔에 채워 주었다.

 

'두 사람의 행복한 만남을 위하여 건배!'

 

사내가 여자의 술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히며 말했다.

 

'저두요!'

 

여자도 활짝 핀 미소를 지으며 경쾌하게 화답했다.

 

 

 

단숨에 술 잔을 비운 두 사람은 기다렸다는 듯 또 다시 서로를 껴안고 격하게 애무를 시작했다.

 

사내는 여자의 젖가슴을 탐했고 여자는 사내의 와이셔츠 안에 손을 가져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사랑을 구애 했다.

흥분이 고조된 여자가 속삭였다.

 

"주유씨, 사랑해줘요."

 

사내가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여자와 사내는 한 몸이 된 상태로 덱에서 나와 침실로 갔다.

 

침실에 들어 선 두 사람은 거칠것이 없었다.

몸에 걸치고 있던 모든 것들을  순식간에  벗겨냈다.

조도가 낮은 갓 등은 켜 둔 채 그 빛을 몸으로 쪼이며 서로를 탐했다.

사내가 훔친 여자의 몸은 여지껏 단 한번도 본적이 없는 완벽함 그 자체였다.

 

헐리웃 무비 스타 제니퍼 로페즈의 뒷태처럼 터질듯한 힙과 비너스의 흉상(胸像)처럼 미와 성적 매력이 넘치는 단단한 젖가슴, 그리고 흠결 하나 없는 우유빛 피부는 사내를 방금이라도 폭발하게 만들 극한 매력이었다.

 

 

사내도 여자처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식스팩으로 균형을 갖춘 복근(腹筋)과 가슴, 그리고 떡 벌어진 어깨, 알근육으로 다져진 허벅지와 그 사이에 돌출된 단단한 남성은 보기만 해도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여자와 남자는 서로 바라보고만 있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듯 온 갖 자세를 취하며 격정의 세계로 뛰어 들었다.

여자와 남자는 야수처럼 날뛰며 서로를 탐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동틀 무렵까지 격렬하게 사랑을 나눴다.

 

 

 

몸속의 모든 에너지를 소멸시킨 사내가 깊은 잠에 빠진 것은 여명(黎明) 직 후였다.

 

또 한 오랫 만에 사내의 뜨거운 정기(精氣)를 취 한 여자가 침실을 빠져 나온 때는 창문을 타고 어슴프레 새벽이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여자는 숨을 거칠게 몰아 쉬며 잠 든 사내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살인마

 

다사다난한 날 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대도시인 LA에서 평온을 맞는다는 것은 그다지 흔치 않은 일이다.

날이면 날마다 다양한 형태의 흉악범죄가 발생해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됐다.

 

총기 사건, 강도 사건, 마약범죄, 청부 살인 등 듣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한 대형 범죄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지구별 내 1 60여 나라에서 몰려 든 다인종들이 천사의 도시에서 악마로 돌변해 공권력을 우롱했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 언론에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경쟁적으로 이들 범죄를 극대화 해 기사로 다뤘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전면에 배치한 뒤 소설같은 문장으로 사건을 희화화 했다.

 

천사의 도시에서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편집 행태였다.

 

하지만 언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류에 편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광학문명의 세례를 받고 자란 독자들은 언론의 아날로그식 정론직필에 열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뉴스를 원했다.

 

잡다한 기사 행간에서 가끔씩은 서늘한 냉소가 느껴지고 사설에서는 예상을 뒤엎고 통쾌한 파격이 반전을 가져다 주는 직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LAPD 살인계 소속 형사 앨버트 하몬드도 같은 생각을 하는 부류였다.

날이면 날마다 카오스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데, 언제 / 어디서 / 누가 / 무엇을 / 어떻게 / 왜 라는 육하원칙의 문장보다 단순히 누가 / 무엇을 이라는 단락의 쇼캇을 원했던 것이다.

 

따라서 앨버트 형사는 신문을 집어들 때마다 제일 먼저 시시콜콜한 가십 기사에 눈길을 주었다.

 

오랫만에 내근 상태인 엘버트 형사는 구정물처럼 시큼한 블랙커피를 홀짝이며 조간 신문을 읽어 내리고 있었다.

 

종합판인 1면의 헤드라인을 곁눈질한 그는 신문을 넘겨 2면 기획기사에 시선을 고정 시켰다.

 

기자의 바이라인을 단 박스기사였다.

 

앨버트 형사의 시선이 본문 두 번째 행간에 닿자 느닷없이 육두문자를 쏟아냈다.

 

썬 오브 비치!”

 

이유는 LAPD를 출입하는 기자들이 로컬 판 지면에 자신의 수사 무능을 비판하는 기사를 비아냥을 곁들여 조졌기 때문이다.

앨버트 형사는 기사가 종지부를 찍을 때가지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이름을 뇌깔이며 욕설과 저주를 퍼부었다.

 

이처럼 앨버트 형사가 신문 기사를 놓고 한창 열을 받고 있는 순간 데스크 귀퉁이에 놓인 전화기에서 전화 벨이 울렸다.

 

화급을 요하는 핫라인이었다.

낡은 회전의자에 비스듬히 상체를 기대고 있던 앨버트 형사는 신경질적으로 신문을 구겨 쓰레기 통에 처박고는 수화기를 나꿔채 듯 거머쥐었다.  

 

"살인계 소속 형사 앨버트 하몬드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수 초 동안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던 송수화기 건너편에서 더듬거리는 음성이 말했다.

 

"저는 조셉 주라는 코리안 입니다."

 

", . 그렇습니까... 계속 말씀하세요."

 

"다름 아니라 제 아들이 사흘 째 귀가하지 않아 속을 태우고 있습니다 만..."

 

"그래서요?"

 

"자식 놈이 성인이라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 데, 사흘 이 지나도록 전화 한통 없고 제가 아들에게 수없이 전화를 해도 음성 메시지만 반복됐어요. 혹시나 해서 아들과 친한 친구들에게 빠짐없이 전화를 해도 모두가 최근에는 연락한 적이 없다는 말 만 되풀이 했습니다."

 

".....?"

 

상대가 계속 말했다.

 

"자식놈의 평소 행동이 워낙 빈틈이 없는데다 매우 치밀한 성격이여서 별다른 걱정을 하진 않았습니다 만, 이제 나흘 째 아무런 연락이 없다보니 걱정이 앞서 경찰에 신고 전화를 드린 겁니다."

 

형사가 말했다.

 

"선생님, 잘 하셨습니다. 자식을 둔 부모라면 너나 할 것없이 걱정이 드는 것은 당연하지요. 아무튼 아드님의 이름과 출생년월일 그리고 직업과 쏘셜씨큐리티 번호를 말씀해 주십시오."

 

코리안으로부터 아들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앨버트 하몬드 형사는 동료 파트너 여자 형사 린 앤더슨과 함께 자료실로 접속해 실종 인물에 대한 신상 파악에 나섰다.

 

경찰국 데이터 뱅크에 실종됐다는 사내의 사회보장 번호를 입력하자 실종 인물의 백그라운드가 컴퓨터 화면에 떴다.

앨버트와 앤더슨 형사는 화면에 뜬 실종 인물 파일을 복사기에서 카피한 뒤 실종인물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연결했다.

 

"앨버트 하몬드 형삽니다. 제가 질문하는 내용에 대해 알고 계신 모든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아들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씀드리지요."

 

LAPD 형사와 실종 인물의 아버지는 대략 30여 분 간 통화를 나눴다.

앨버트 하몬드 형사는 통화 말미에서 '전화로는 미흡한 부분이 많아 만나서 대화하자'고 한 뒤 약속 시간과 만날 장소를 정하고 전화를 끊었다.

 

(계속)

 

이산해 /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