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해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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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2017.04.21 02:06

지/필/묵 조회 수: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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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양화가 아티스트 김연화 그림)



"얼굴이 잘생긴 X 얼굴 값을 하고, 얼굴이 못생긴 X 값을 한다"
정말인가?

생긴 대로 논다는 뜻으로도 역해석 되는 이따위 괴변을 누가 유포하는가?

"못생겨서 죄송하다"했던 이주일은 얼굴로  시대를 풍미했다.

결코 꼴값을 해서가 아니었다.

혼신을 다해 건강한 웃음을 선사했다.


당시 이주일이 활약 했던 시대는 암울했다

허나 그의 웃음을 통해 대한인들은 맘껏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소크라테스는 어떤가?

움푹 패인 눈, 뭉툭한 코, 둥글 넓적한 얼굴.

조각상을 통해 유추한 그의 얼굴은 전형적인 추남(醜男)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크라테스는 인류 지성사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이처럼 못생긴 몸 거죽 안에 지성의 등불을 간직한 그에게 감히 꼴값을 한다고 비아냥 할 수 있겠는가.


못생긴 영웅은 또 있다.


지구별 32 제패 했던 쿠빌라이 (징기스칸)이다.

그는 너무 못생긴 나머지 자신의 ()마저 등에 태우기를 거부할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칸 역시 꼴값이 아닌 영웅 값을 하며 불멸의 전사가 됐다.


아름다운 미성(美聲) 자랑했던 이태리 출신의 테 가수 루치아노 파파로티도 추남이었다.

거구에, 생김새도 제멋대로였다.

하지만 별볼일 없는얼굴로 세기의 연인으로 군림했다.

그의 달콤한 울림 통(美聲)에 함몰된 여성들이 경끼를 일으키며 숭배 했던 것이다.

중국 정치사의 유일 무일 한 여제(女帝)측전무후.

당나라의 한 축을 이끈 그녀 역시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혐오감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추녀(醜女)였다.

하지만 측전무후는 그 얼굴로 천하를 쥐락펴락 했다.

성격은 다소 거칠었으나, 뛰어난 정치력으로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이끌었다.


얼굴이 못생긴 유명인사 가운데 결코 빼놓을 없는 인물이 있다.

프랑스가 배출한 철학자이자 계몽가인 볼테르다.

인물화가들이 필사 한 볼테르의 얼굴은 근엄하고 차갑다.

그의 이목구비는 미남의 구성요소와는 거리가 멀다.

허나, 볼테르의 영혼 속에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고매한 사상이 살고 있었다.

볼테르는 한 갖 고기주머니에 불과한 인간의 몸 거죽을 예찬하는 대신 지혜를 찬양 했다.

앙시엥 레짐(Ancien Re’gime)”의 몰락을 구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 봍테르는 그 얼굴로도 프랑스 혁명의 기린아로 불세출 반열에 올랐다.


니체는 미학을 통해 미추(美醜)를 분별하는 개념은 정확치가 않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느냐 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니체의 지적은 타당하다.

때에 따라 선 아름다움 것도 추하게 느껴진다.

추한 것 역시 아름답게 여겨지 듯


고슴도치의 눈에 비친 인간의 형상은 단지 징그러운 벌레일 뿐이다.


얼굴이 못생기면 ' ' 한다는 편견은, 무지의 소치다

또 한 굴절된 시각(視覺)의 자기모순이다.

못생긴 사람이 생긴 대로 노는 것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그것을 꼴값이라 매김하는 비틀린 시선이 오히려 문제다.


들판에는 다양한 모습의 방초(芳草)들이 자생한다.

아름다운 생김새부터 별볼일 없는 것까지.

하지만 이들은 편견이 없다.

생긴 그대로 서로 한 세상을 어울릴 뿐이다.


오직 인간들 만이 미추를 따지며 상처를 준다.


무학대사의 지적처럼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만 말한다.

이는 특히 시비를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도드라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옆 사람을 향해 제멋대로 생긴 얼굴로 꼴값을 한다고 비아냥 하는 이들.


글을 마치며 필자(이산해)도 솔직히 고백한다.

혐오감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못 생겼다.

오죽하면 필자 곁을 지나는 검은 고양이 조차 눈 길 주기를 꺼려 할 정도다.


(신문 칼럼)


이산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