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해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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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소설 / 칼럼 사라진 대통령 후보(4)

2020.10.20 21:49

이산해 조회 수: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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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산해 장편 추리소설 "여의도 살인사건" 캡쳐


한통의 전화

LAPD 헤드쿼터인 파커 빌딩 앞은 이른 아침부터 난장판이었다.

미니애폴리스 백인 경찰에게 무릎으로 목 졸림을 당해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주검을 항해하는 시위대가 파커 빌딩 앞에서 극렬 시위를 펼치고 있었다.

경찰과 대치한 시위대는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피켓과 흑인 살해를 멈춰라(Stop killin Black People)”는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소리를 질러댔다.

 

시위대의 32는 백인이었고 나머지는 흑인과 동양인들이었다.

시위대의 움직임은 갈수록 격렬해 졌다.

당초 구호에만 그쳤던 동작이 점차 물리적으로 변질되면서 경찰을 향해 달걀 세례를 날리거나 사과 등 과일을 경찰을 향해 마구 던졌다.

시위대는 그러고는 경찰이 쳐놓은 바리케이트를 밀치고 경찰서 안으로 밀고 들어 올 기세였다.

시위대의 스크럼이 거칠어지자 경찰 무리 가운데 누군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봐, 경찰들. 어느 년 놈이건 간에 바리게이트 안으로 넘어오는 자는 무조건 조지라우. 언더스탠?”

순간, 파커 빌딩을 나서던 스티브 혁 형사의 스마트 폰에서 요란스런 벨 소리가 울렸다.

혁 형사는 황급히 허리춤에서 전화를 꺼내 화면을 쓸어 올렸다.

낯선 전화번호였다.

혁 형사는 주변이 시위대의 거친 구호로 파열음(破裂音)이 난무하자 곁에 선 소피아 형사에게 눈짓으로 자리를 피하자고 했다.

스티브 혁 형사는 그러고는 삼성 갤럭시 노트 스마트 푠의 스피커를 열고 말했다.

“LAPD 살인계 소속 스티브 혁 형삽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상대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캔 유 스피크 코리안 스피킹?”

물론입니다.”

혁 형사는 자신도 모르게 한국어로 즉각 응대(應對)했다.

상대가 말했다.

여성이었고 목소리로 추정컨 데, 젊은이었다.

미국 형사님이 어떻게 한국말을 할 줄 아시죠?”

혁 형사가 대답했다.

한국인 2셉니다.”

상대가 보이지는 않았으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본론을 말했다.

혁 형사님. 한국 신문 정론직필과 중앙일보를 읽었어요. 두 신문에 여포 의원 살해범을 신고하면 현상금 2백만 달러를 준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가요?”

사실입니다. 하지만 확실해야 합니다.”

여자가 덧붙였다.

범인을 잡는데 도움을 준 사람은요?”

당연히 사례금이 지불됩니다. 헌데, 그건 그렇고….지금 전화하시는분은 누구시죠? 그리고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분인지 우선 밝혀주샤야 합니다.”

여자가 말했다.

제 이름은 제니퍼 현이예요. 한국 이름은 현수진이고요. 직업은 마사지 가게에서 일하고 있어요.”

어느 마사지 샵입니까?”

“’꿈결마사지 가게예요.”

코리아 타운 웨스턴 가에 위치한 곳 맞습니까?”

그래요. 쇼핑 몰 코너에 있는 가게예요.”

 

곁에서 혁 형사의 통화 내역을 엿듣고 있는 소피아 형사가 입술로 말했다.

. 누구야?”

혁 형사도 입술로 답했다.

코리안 신고자

소피아 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혁 형사가 상대에게 말했다.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만나 뵙고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만.”

상대가 말했다.

좋아요. 지금 저는 꿈결에 와있어요. 이리로 오시면 돼요.”

 

1시간 뒤.

꿈결에서 마주한 상대는 28세 한국 출신 여성이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에 짙은 색조화장(色調化粧)을 한 여자는 두 형사가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사무실로 사용하는 골방으로 이들을 안내했다.

()대신 박카스 강장제를 내 온 여자는 소피아 형사에게 박카스를 건네며 엄지 척을 해 보였다.

여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곁눈질하고 있던 혁 형사가 박카스를 거머쥔 소피아 형사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들이키라는 시늉을 했다.

단숨에 박카스 병을 비운 혁 형사가 여자에게 말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자세히 말씀해주십시오.”

흰색 팬티가 보일 정도로 다리를 포개고 앉은 여자가 말했다.

“1주일 전이었어요. 검정색 나이키 운동복 차림을 한 남자 2명이 여기에 왔더랬어요.”

순간 두 형사의 입에서 동시에 오마이 갓!’이 터졌다.

그래서요?”

소피아 형사가 어눌한 한국어로 말했다.

여자는 소피아 형사가 한국말을 하자 놀랍다는 시늉을 하며 말을 이었다.

그때가 밤 8시쯤이었어요. 제가 마침 손님이 없어서 카운터를 보고 있었는데, 두 남자가 가게 안으로 들어와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어요. 제가 물론이라고 대답한 뒤 숏이냐, 롱이냐하고 질문하자 고개를 갸우뚱 거리더라고요.”

그게 무슨 뜻입니까?”

혁 형사 물었다.

여자가 얼굴에 보조개를 피우며 답했다.

숏은 안마만 받는 거고요, 롱은 한번 하는 거예요.”

궁금증을 결코 참지 못하는 소피아 형사가 혁 형사에게 물었다.

방금 저 여자가 뭐래?”

마사지를 받다가 꼴리면 즉석에서 한다는구먼.”

소피아 형사가 킥킥대며 웃음보를 터뜨렸다.

여자가 계속했다.

제가 이렇게 제안하자 두 남자가 엄지를 불끈 치켜 세웠어요. 저는 즉시 두 남자를 샤워 시설이 딸린 방으로 안내한 뒤 저와 함께 일하는 마사지 팔러 언니와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두 남자는 체격은 깡 말랐는데, 조슨 엄청 힘이 좋더라구요. 쉬지도 않고 30분을 그 짓만 했어요. 덕분에 저도 오랫만에 진하게 즐겼다니까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두 남자 모두 이북 사투리를 썼어요.”

이북 사투리라구요? 어떤 사투리 말입니까?”

소피아 형사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여자가 덧 붙였다.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아무튼 이북 사투리는 맞아요. 제가 연속극을 즐겨 보는 통에 간혹 연속극에서 이북 사투리를 쓰는걸 들었거든요. 때문에 두 남자의 말소리가 북한 사투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여기까지 말한 여자가 잠시 숨을 골랐다.

스티브 혁 형사가 그 순간을 가로챘다.

두 남자의 인상착의를 아십니까? 그리고 가게에 CCTV가 설치돼 있겠죠?”

여자가 말했다.

당연히 CCTV가 있어요. 카운터에 모니터가 설치돼 있구요. 하지만 손님이 있는 방에는 CCTV가 없어요. 비밀스런 영업 때문이죠.”

 

두 사람의 대화를 통역기로 듣고 있던 소피아 형사가 여자를 향해 말했다.

우리가 사진을 보여 드리겠어요. 댁이 서비스를 해줬다는 두 남자와 같은 옷차림을 한 수배자들이예요.”

통역은 스티브 혁 형사가 했다.

소피아 형사는 이어 아이폰 11 플러스 스마트 폰에서 사진 앱을 찾아내 클로즈업 한 다음 문제의 나이키 운동복 사내들의 사진을 확대했다.

아이폰 화면에는 빗물을 받아 땅으로 배출하는 다운스파 앞에 멈춰선 두 남자의 형상이 드러났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들이 모두 스키 복면을 하고 있어서 얼굴의 윤곽은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체구의 골격은 육안으로도 대충 가늠할 수 있는 왜소한 모습이었다.

마사지 팔러 여자는 아이폰의 화면이 깨질 정도로 시선을 주었다.

그렇게 아이폰을 들여다 본 여자가 말했다.

얼굴을 보지 못해 장담할 수는 없지만 두 남자의 옷차림과 체격을 보니 우리가 서비스한 남자들과 비슷한 것 같아요. 특히 헤어스타일과 나이키 운동복은 똑같았어요.”

소피아 형사가 말했다.

“CCTV를 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두 남자가 이곳에 들어섰을 때는 쌩 얼굴이었나요?”

여자가 말했다.

그럼요. 여기에선 복면을 쓰거나 가리지 않았어요. 말그대로 쌩얼이었다니까요.”

 

두 형사는 여자가 안내하는 카운터로 가 벽에 부착된 CCTV 모니터를 확인했다.

두 형사는 녹화기에 담긴 두 사내의 모습을 찾아내기 위해 우선 가게 중인에게 협조를 구했다.

그리고 디지털화()된 녹화기의 되 감기를 수없이 반복한 끝에 결국 두 사내의 모습을 잡아냈다.

 

마사지 가게에 들어선 두 사내는 카운터에서 여자와 요모조모 흥정을 했다.

CCTV 모니터에 녹화된 두 사내의 억양은 거칠고 된 이북 사투리였다.

스티브 혁 형사는 즉시 두 사내의 억양을 삼성 갤럭시 노트에 더빙해 평소 친분을 유지하는 미주중앙일보 대기자(大記者)에게 전송했다.

혁 형사의 더빙 화면을 전송 받은 대기자가 스피커 폰으로 말했다.

마이 프랜(혁 형사 지칭). 억양을 분석해 보니 함경남도 사투리야. 방금 영상 속 사내가 구사한 이랬지비, 저랬지비 하는 억양은 함경남도 출신들의 말투라고.”

고마워. 대기자 선생.”

혁 형사가 전화를 끊고 소피아 형사에게 말했다.

이들 말투가 노스 코리아 출신 말투라는군. 사우스 코리아에선 이런 말을 쓰지 않는다고 하네.”

소피아 형사가 말했다.

그렇다면, . 이놈들 혹시 스파이 아냐? 당신이 말한 간첩들…..”

두 형사는 마사지 가게 CCTV 속 두 인물을 캡쳐한 뒤 여자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자리를 떴다.

밖으로 나온 두 형사는 차에 올라 페달을 밟고 LA 카운티 셰리프 국()과학수사대로 향했다.

DNA 감식계에 의뢰한 괴한의 직물 분석 결과를 확인키 위해서 였다.


LASD(로스 엔젤리스 카운티 셰리프 과학수사대)에 도착한 두 형사는 곧바로 DNA 분석 감식계가 자리한 3층으로 갔다.

자동 개폐 유리문을 통과하자 감식계 내부는 시장 통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시끌벅적댔다.

연구원들의 움직임이 이처럼 부산한 이유는 날을 거듭할 수록 대형 참서(慘事)사건이 꼬리를 물고 터져 그만큼 감식분석이 밀려있기 때문 였다.

따라서 대형참사사건 증가 만큼이나 요원 일력 보강도 따라야 했다.

하지만 엄청나게 소요(所要)되는 인력과 인건비 등이 따라주지 않아 요원들은 늘 힘들게 발품을 팔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연구소 뿐만은 아니었다.

LAPD 역시, 천사의 도시에서 악행을 밥 먹듯 저지르는 어둠의 자식들을 검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형편이었다.

따라서 현직 수사관들은 발뒷꿈치에 불이 날정도로 발 품을 팔고 있으나 기하급수적(幾何級數)으로 늘어나는 강력 범죄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한편, 손짓 발짓으로 부산을 떨고 있는 DNA 분석 감식팀 곁에 접근한 두 형사는 수석(首席)요원인 백인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수고가 많군요. 그러고 보니 우린 구면(舊面)이네요.”

소피아 형사가 친근감을 드러냈다.

소피아 형사를 곁눈질한 수석 요원도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네요. 그렇잖아도 두 분 형사님에게 연락을 드릴 참이었어요. 결과가 나왔거든요.”

반가운 소리예요.”

소피아 형사가 추임새를 넣었다.

요원이 덧붙였다.

형사님들께 직접 보여드리죠. 자리를 옮길까요?”

 

두 형사는 수석 요원의 꽁무니를 따라 디지털 현미경이 놓인 장소로 이동했다.

그러고는 요원이 플라스틱으로 만든 사물함에서 손바닥 크기만 한 비닐봉투를 꺼냈다.

봉투 겉에는 사건현장의 고유 번호와 분석 결과, 그리고 상황 설명이 깨알 같이 타이핑된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봉투 속에는 살해현장에서 수거한 미세한 직물이 담겼다.

수석 요원이 비닐 봉투를 두 형사에게 내보이며 말했다.

디지털 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직물의 성분은 폴리에스터 섬유였어요.신축성이 뛰어나 운동복 제조에 많이 쓰이죠.”

수석 요원은 잠시 말을 끊고 자신의 데스크에서 삼성이 출시한 최신형 삼성 갤럭시 태블릿 S7플러스를 가져왔다.

그러고는 지문인식코드로 화면을 연 뒤 노트셀프(Noteshelf)앱을 펼쳤다.

필기 전문 노트 앱인 노트셀프에는 현장 증거물인 폴리에스터 직물에 관한 다양한 분석 결과와 폴리에스터 생산국가 및 나이키 운동복을 제조한 국가가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

수석 요원이 갤럭시 태블릿을 두 형사에게 보이며 설명을 깃들였다.

여포 의원 살해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물을 분석한 뒤 범인들이 착용한 나이키를 추적했어요. LA 지역내 주요 나이키 매장을 샅샅이 뒤졌죠. 헌데, 여타 나이키 매장에선 증거물과 같은 폴리에스터 재질(材質)의 츄리닝 운동복은 없었습니다. 다행히 로데오 거리에 위치한 나이키 매장에서 우리가 찾던 재질의 츄리닝 운동복을 발견했어요.”

성격이 급한 소피아 형사가 답답하다는 듯 요원의 말을 자르고 끼어들었다.

변죽은 그만 울리고 우선 결론부터 말해줘요.”

곁에서 소피아 형사를 곁눈질하고 있던 스티브 혁 형사가 검지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며 피식 웃었다.

당혹스런 표정의 수석 요원이 소피아 형사를 째리며 말꼬리를 이었다.

요원들이 즉시 존 도어(미상의 인물을 가리킬 때 사용한다)의 사진을 캐셔에게 디밀고 물었죠. 이들을 기억하느냐고요. 사진을 살핀 캐셔가 아는채를 했어요. 두 남자가 오후에 매장에 나타나 검은색 나이키 츄리닝 운동복을 각기 구입했다는 거예요. 그러고는 옷값이 비싸니 깍아달라는 말을 했다는군요.”

이들이 영어로 말했다고 합니까?”

스티브 혁 형사가 물었다.

요원이 대답했다.

물론이예요.”

 

북한 출신의 두 범인을 확증(確證)한 두 형사는 과학수사대를 벗어났다.

이제 남은 일은 이들을 좇는 일이다.

문제는 함경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이들이 아직도 천사의 도시에 은둔(隱遁)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모든 것은 운명에 거는 수밖에.

 

차에 올라 시동을 켠 스티브 혁 형사가 소피아 형사에게 말했다.

소피아. 놈들을 찾으려면 제일먼저 어딜 가야하지?”

소피아 형사가 말했다.

. 그걸 알면서 왜 나에게 묻나?”

“……?”

소피아 형사가 계속 했다.

당연히 밥집이랑 여관을 뒤지는 것이 순서겠지.”

혁 형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무릎을 뻗어 페달을 길게 밟고 앞을 향해 내달렸다.


평양(平壤)

야심(夜深)한 밤에 밝게 불을 밝힌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소속 정찰총국은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다름아닌 해외정보팀이 활동하는 35()내 킬러들을 미국에 잠입시키는 문제 때문 였다.

35국 소속 국장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밀리에 전개된 회의에서 상정(上程)된 주요 토의 안건은 남조선의 여포 제거였다.

정찰 총국이 사활을 걸다시피 매달린 여포 제거 작전 안건은 이날로 막바지에 달하고 있었다.

미송(美松)나무로 제작한 원탁 테이블에 둥글게 자리를 잡고 앉은 참석자들은 어언 3시간 동안 침을 튀기며 갑론을박 끝에 결론을 도출(導出)했다.

필터까지 타 들어간 담배 꽁초를 유리 재떨이에 비벼 끈 뒤 새 담배를 꺼내 입에 문 35국 국장이 불이 켜진 지퍼 라이터를 담배에 가져가며 말했다.

내일 중국 베이징에서 LA로 날아갈 두 요원은 현재 컨디션이 어떠하오?”

그러자 국장을 마주보고 앉은 매부리코가 말했다

컨디션은 최곱네다.베이징에서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그동안 팽동무와 양동무 모두 잘 먹고 잘 지냈다고 했시요.”

, 다행이구만. 이번 공작은 우리의 목숨이 걸린 매우 중차대한 일이라요. 하여, 내래 노파심에서 다시 한번 하는 소린데,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여포 그 놈은 반드시 처단해야 하오. 아시갔소? 내 말…..”

물론입네다. 꼭 실행 하갔시요.”

35국 국장이 비장한 어투로 말하자 그와 마주한 나머지 35국 소속 임원들이 힘주어 외쳤다. 


경복궁

경복궁에 위치한 경회루(慶會樓)누각 앞에서 두 사내가 밀담(密談)을 나누고 있었다.

한 사내는 감색 점퍼 차림이었고 또다른 사내는 노타이에 회색 정장 차림이었다.

 

마치 성난 불독처럼 우락부락하게 생긴 회색 정장이 점퍼를 향해 나지막이 말했다.

이봐, 보좌관. 축하하네. 이번 일은 너무 완벽 했어. 죽은 여포에겐 안된 말이지만 예술이야. 죽음의 예술!”

회색 정장은 자신이 내뱉은 말에 취한 듯 그럴 듯 낄낄거렸다.

불독 인상을 마주한 점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점퍼가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회색 정장이 그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

보좌관. 우리 대표께선 당신의 공()을 절대 잊지 않겠다 하셨어. 만약 우리 대표가 집권하면 당신을 청와대 비서관으로 특별 기용하겠다고 하셨네. 그리 아시고 시국이 잠잠해 질 때까지 가족과 함께 해외 여행이라도 떠나시게. 내 말 뜻을 이해 하겠지?”

회색 정장의 회유(懷柔)를 묵묵히 듣고만 있던 점퍼가 입을 열었다.  

수석님. 방금하신 말씀 허언(虛言)은 아니시겠죠?”

허언이라니! 이봐 미스터 현. 대체 나를 어찌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가. , 수석이라구. 그것도 왕 수석 말일세. 아무튼 걱정 붙들어 매시게. 한번 약속한 것은 하늘이 주저 앉아도 지킬 것이네!”

점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안주머니에서 A4 용지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점퍼는 꺼내 든 백지 한 장과 손에 쥔 볼펜을 회색정장에게 건네며 말했다.

청와대에 저를 기용하겠다는 약조(約條)를 문서로 확약(確約)해 주십시오. 제 요구대로 해주신다면 저 역시 입다물고 당분간 해외로 나가겠습니다.”

회색 정장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하구는….나를 그렇게도 믿지못하겠어? 오케이! 그렇게 함세. 미스터 현 요구대로 해주겠네.”

회색 정장은 그러고는 점퍼가 건넨 A4 용지와 볼펜을 받아들곤 약정서(約定書)를 써 내리기 시작했다.  


프로페셔널

베이징 다싱구국제공항 2번 램프 17L/35R 활주로에 베이징 발()에어버스(Airbus)A380점보 제트 여객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번에 8백여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에어버스는 중국 국적기(國籍幾)인 에어 차이나(Air Chaina)였다.

제트엔진에서 엄청난 굉음(轟音)을 토해내며 발진 태세를 갖춘 여객기가 관제탑에서 이륙을 해도 좋다는 사인이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기세 좋게 활주로를 박차고 나갔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에어버스는 회전(Rotaion)과 전환(Transition)그리고 상승(Climb)을 한 뒤 고도(高度) 33000피트에서 똑바로 균형을 잡았다.

에어버스가 동체를 평행으로 유지하자 비로소 스튜어디스가 손에 마이크로 폰을 잡고 기내 방송을 읊었다.

무비 스타를 방불케 하는 외모의 여 승무원은 영어와 중국어를 병행(竝行)했다.

주된 내용은 에어 차이나 여객기는 앞으로 12시간 뒤 천사의 도시 LA 국제공항(LAX)에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여 승무원이 입술을 달착거리며 기내 방송을 하고 있을 즈음 2층 중간 좌석을 차지한 두 사내가 스마트 폰을 귀에 대고 무언가를 열심히 말하고 있었다.

당당한 체구에 혈색이 좋은 두 사내는 전화 통화를 마친 후 서로를 바라보며 커다랗게 웃어 보였다.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은 흰색 와이셔츠 차림의 사내가 말했다.

이보시기요, 양 동무. 국장께서 잘 다녀오라 합디다.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공작이 실패할 경우 지체없이 그 자리에서 앰플을 물고 자결하라 했시요.”

흰색 와이셔츠와 어깨를 나란히 한 또 다른 흰색 와이셔츠 사내가 말했다.

나도 방금 35국 부부장과 통화했시요. 그 양반도 나에게 똑같은 소리를 했지비. 그러고는 뭐라 했는지 아오? 작전이 성공하면 김정은 위원장 경호 팀에 보내준다고 하지 안카쏘..”

두 사내는 동시에 엄지 척을 해 보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스티브 혁 형사와 소피아 형사가 여포 살해사건 직 후 LA 공항 출입국관리소에 알아본 결과 이들 이름은 팽목한과 양동일로 밝혀졌다.

한편으론 이들이 소지한 여권은 각기 중국 조선족 자치구 라오닝 성()에 거주하는 조선족 2세의 여권인 것으로 드러났다.

스티브 혁 형사와 소피아 형사가 출입국 관리소가 건넨 여권 카피본을 중국 라오닝 성에 조회한 결과 밝혀진 사실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