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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소설 / 칼럼 사라진 대통령 후보(2)

2020.10.20 22:25

이산해 조회 수: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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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산해 장편 추리소설 "여의도 살인 사건"캡쳐


주간 지() ‘한반도

LA에서 발행하는 친북(親北)성향 주간지 ‘한반도’가 유력 대통령 후보였던 여포의 주검을 특집으로 편집했다.

특집 헤드라인은 토착왜구 유력 대통령 후보 객사(客死)”였다.

부제(副題)내연녀 집에서 의문의 죽음으로 다뤘다.

 

제목에서 느끼듯, 인용한 단어들이 한결같이 자극적이고 냉소적(冷笑)이었다.

발행인겸 편집인인 소양강이 기획한 이 기사는 원고지 60매 분량으로 출고됐다.

소양강은 본문에서 적개심(敵愾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주검을 난도질했다.

그는 여포를 대표적인 토착 왜구 정치인으로 지칭하며 남북통일의 걸림돌로 몰았다.

“한때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급부상한 국회의원 여포는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한 문제를 대의적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은 커녕 오히려 강경노선을 고수함으로써 평화통일의 걸림돌이 됐다.뿐만 아니라 친미주의자인 여포는 시종일관 한미(親美)동맹정책만을 주창,북한은 물론 중국마저 불편하게 만드는 악의 축이었다일제시대 때 스스로 일본군에 지원한 여포의 아버지는 만주에서 독립군을 때려잡는 냉혈한(冷血漢)으로 악명이 높은 인물이었다이처럼 그의 애비가 폐륜을 저질렀음에도 패전 후 미군정(美軍政)하에서 문관으로 특채된 뒤 뛰어난 처세술로 대한민국 건국(建國)후 정부의 주요 요직을 전전하며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여포는 지 애비가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긁어모은 돈으로 호화호식(豪華好食)하며 성장한 뒤 정계에 입문해 자신과 반대되는 정적(政敵)들을 탄압하는데 앞장선 인물이다. 수구꼴통 친미 사대주의자인 여포는 겉으로만 드러난 준비된 예비 지도자라는 번지르르한 모습과는 달리 위선의 탈을 쓴 이중 인격자였다.그가 내연녀인 방향단의 자택에서 벌거벗은 채 총알을 박고 숨진 모습을 통해 위선자의 처참한 말로(末路)가 어떤 것인지를 극명하게 드러냈다.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의 죽음이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는 촉매제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평양에서 자금을 조달받는다고 알려진 소양강의 논조는 갈 수록 광포(狂暴)했고 폭력적이었다.

때문에 그가 편집한 특집을 읽어내는데는 대단한 부담을 느낄 정도였.

그는 여포를 자신의 붓끝에 매달고 지면 위를 종횡무진 내달리며 능(凌辱)하고 폄훼했다.

주간 신문 한반도가 LA 코리아 타운 내 수퍼마켓과 식당 등지에 배포되자 코리안 출신 앤젤리노들의 여론도 극명하게 갈렸

.

긍정과 부정이었다.

신문의 논조를 비난하는 측은 여포의 죽음을 애통(哀痛)해 하며 대한민국의 앞 날을 걱정했다.

이들은 모국(母國)의 정치 경재 상황이 갈수록 심상치 않다고 전재한뒤 스러져가는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서는 여포와 같

은 대통령 후보가 절대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그의 사망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대통령 후보의 죽음을 반겼다.

이들은 여포의 객사는 하늘의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지적하고 그의 흉측한 죽음은 오히려 한반도에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촉

매제(觸媒劑)가 될 것 이리고 평가했다.

 

이들의 진영의 논리는 이랬다.

여포는 토착 왜구의 전형이다. 만약 그가 청와대 주인이 될 경우 우리가 현재 추진하는 과거사 청산은 완전히 물 건너 간다.

▶︎여포가 대통령이 되면 친일 청산도 물거품이 된다.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일제 잔재들이 설친다. 대표적인 인물이 다름아닌 여포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일관계 유지를 적극 표명하며 제2의 한일합방을 부르짖었다. 일본의 개 노릇을 하고 있는. 이런 자에게 어찌 국가의 운명을 맡기겠는가. 말도 안되는 소리다.

▶︎여포가 집권하면 북한과의 관계는 다시 냉전시대로 돌아간다.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왔던 남북화해 무드는 완전히 파도가 날 것이며 평화통일 또한 완전히 수포로 돌아간다.

▶︎여포가 집권하면 친 재벌 정책을 고수, 소규모 영세 중소기업은 망한다.

▶︎여포가 집권하면 모국(母國)언론의 자유는 더 이상 없다. 국가에서 운용하는 신문 방송은 여포의 대변지로 전락할 것이고 수구 언론들 역시 여포어천가(御天歌)를 씨부리며 아양을 떨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피땀을 흘려 쟁취한 언론의 자유를 고수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장기 집권을 해야 한다.

 

이들은 또, 다시는 대한민국에 여포와 같은 토착왜구 정치인들이 빌붙을 수 없도록 과거청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려야 한

다며, 그 첫 단계로 우선 국립묘지에 안장된 이승만과 박정희 를 본보기로 파묘(破墓)해 민족 정기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

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더 나아가 삼성과 현대 롯데 그룹 등 수구 재벌들을 정리해 시민단체가 경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법제

화 하기 위해 LA에 거주하는 애국 동포들이 적극 나서자고 분위기를 띄었다.

  

이들은 끝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을 촉진키 위해 LA 거주 한인들 가운데 평화통일을 방해하는 토착왜구 후손들을 속아내야 

한다며 가칭 '토착왜구 척결 LA 한인 본부 결성'에 동참 해줄 것을 호소하고 나섰. 

 

한편 유력 대통령 후보 여포의 죽음이 몰고 온 LA 코리아 타운 내 양분여론(兩分與論)은 캘리포니아의 들불처럼 거세게 천사의 도시를 달궜다.

 

유력 대통령 후보의 죽음

방향단의 저택에서 채취한 지문과 족적, 그리고 DNA 분석 결과는 싱겁게 결론이 났다.

지문의 경우 침실을 비롯한 집 안내에서 채취한 시료(試料:지문)는 모두 3종류였다.

첫번째는 히스패닉 계 출신의 하우스 키퍼(가사도우미:)의 지문이었으며, 다음으론 집주인 방향단의 것과 살해당한 여포

의 것으로 밝혀졌.

족적 역시 이들 세 사람이 사용한 실내화만 유일하게 드러났을 뿐이.

 

경찰은 범인 윤곽을 밝혀줄 DNA 분석 검사에 잔뜩 기댔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집안에서 수거한 머리카락을 디지털 현미경을 통해 분석했으나 앞서 열거한 3인물들의 것으로 밝혀졌을 뿐 외부인의 흔적

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저택 사방에 설치한 디지털 CCTV도 정밀분석을 거쳤다.

다행히 CCTV에선 범인들의 윤곽이 잡혀있었다.

물론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감식계 영상팀이 정리한 CCTV 속 영상을 컴퓨터 모니터에 재생한 내용은 이랬다.

범인들은 저택 후면(後面)벽에 설치한 다운스팟(Downspouts:거터에서 빗물을 받아 땅으로 쏟아내는 통)을 타고 2층 

창문으로 올라왔다.

범인은 두 명이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검은색 운동복 차림에 검은색 운동화를 신은 범인들은 눈만 돌출된 검은색 스키 모자에 검은색 안경을 걸

쳤다.

2층 창문에 도달한 범인들은 어깨에 둘러 맨 자루 주머니에서 휴대용써클 커터(Circle Cutter)를 꺼내 유리문 손잡이 부

분을 잘라낸 뒤 곧바로 창문 가장자리에 설치한 방범 알림선()을 잘라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창문을 개폐(改廢)한 범인들은 저택 안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여기까지 범인들의 움직임을 녹화한 CCTV는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 범인들의 동선(動線)을 담아냈다.

두 범인은 2층 복도를 통해 곧바로 마스터 베이스 룸에 도착, 범인 가운데 키가 후리후리한 놈이 조심스레 침실 문을 밀고 

내시경(內視)으로 방안을 살폈다.

그러고는 수초 후, 손에 내시경을 쥔 범인이 상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기다렸다는 듯 범인들은 동시에 방안으로 진입했다.

여기까지 였다.

CCTV의 영상은 더 이상 연결되지 않았다.

방안에는 CCTV가 설치되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범인이 방 안으로 들어간 뒤 정확히 3분 후. 범인들은 황급히 밖으로 나와 왔던 경로(經路)를 되짚어 갔다.

미동도 하지 않고 CCTV 모니터에 시선을 꽂았던 스티브 혁 형사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두 놈의 몸놀림이 거의 완벽해. 프로들이야.”

곁에 선 소피아 형사가 거들었다.

.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리고 한가지 더 덧붙이면 이래. 두 놈이 머뭇거림없이 발빠르게 침실을 찾은 것은 사전 답사(踏査)를 했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사전에 알려준 정황(情況)이 뚜렷해.”

그럴듯한 가설(假說)이구먼.”

스티브 혁 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두 형사와 함께 CCTV 모니터를 살핀 요원도 거들었다.

두 놈이 온통 검은색으로 몸을 가려 식별이 불분명합니다. 뿐만 아니라 손에는 라텍스 고무 장갑을 끼고 신발은 상업용 플라스틱 봉지로 완전히 감쌌어요. 때문에 방 안에서 이들이 남긴 흔적을 단 하나도 찾을 수 없었던 겁니다. 이놈들은, 방금 소피아 형사께서 말한 프로패셔널 킬러들 이예요. 고도로 훈련된….”

스티브 혁 형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피아 형사도 고개만 끄덕였다.

두 형사가 이날 검시소에서 건진 유일한 수확은 피해자의 주검 상태다.

여포는 9mm 패럼 탄환 한방에 절명했다.

범인은 총구를 심장에 겨눠 방아쇠를 당겼다.

심장의 벽을 뚫은 총알은 엄청난 속도로 좌심방(左心房)을 휘저으며 심장근육을 뜯어냈다.

동시에 엄청난 양의 피가 심장 밖으로 분출 되면서 산소가 희박해 졌고 불과 수십 초 후 숨이 끊겼다.

범인들이 사용한 무기는 스테츠킨 러시아 기관권총(Stechkin Russian APS Machine Pistol)이었다.

킬러들 사이에서 인간이 만든 살상(殺傷)무기 가운데 예술적 가치(?)를 지녔다고 알려진 이 총은 무비스타 이병현이 열연(熱演)한 영화 달콤한 인생(Bittersweet Life)’에서 사용된 무기이기도 하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LA 카운티 셰리프국(LASD)과학수사대를 빠져 나온 두 형사는 차를 몰아 코리아 타운 올림픽 가()로 향했다.

 

소양강

친북 노선 주간지 한반도발행인인 소양강을 탐문(探問)키 위해 올림픽 가()에 들어선 스티브 혁 형사와 소피아 형사는 뜻하지 않은 사고를 접했다.

다름아닌 주간지 한반도가 세입(貰入)한 건물 입구에서 소양강과 코리안 출신 중년 남녀 30여명이 서로 삿대질을 하며 옥신각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이 인도(人道)를 점령한 채 고성을 주고받자 어느새 신고를 받고 달려온 정복 순찰대 차량 두대가 보도블럭 좌우를 차단하고 무리들을 제지하고 있었다.

때마침 도착한 두 형사도 재빠른 걸음으로 이들에게 접근했다.

소피아 형사가 방패 배지를 무리에게 보이며 말했다.

무슨일이죠?”

무리 속에서 영어를 구사하는 50대 중반의 사내가 소양강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빨갱이 놈이 코리아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여포를 죽였어요. 그래서 우리가 따지러 온겁니다.”

소피아 형사가 말했다.

저 남자가 대통령 후보를 죽였다구요? 그게 사실인가요?”

이번에는 파마머리를 한 50대 여성이 나섰다.

그리고 서툰 영어 발음으로 말했다.

그래요. 저놈이 여포 의원을 죽인거나 마찬가지예요. 왜냐하면, 저놈이 신문에 여포를 악질 토착왜구 운운하면서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인물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구요. 때문에 우리는 저놈이 여포 의원을 죽였거나, 또는 사주를 하지 않았나 의심하는 거예요.”

팔짱을 낀 채 분위기를 관망하던 스티브 혁 형사가 무리를 향해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저희 경찰이 저분(소양강)과 대화를 할 참이었습니다. 하여, 여러분들은 진정하시고 이만 돌아가주십시오. 피해자의 살해 여부는 공권력이 판단할 겁니다. 그리 아시고 당장 해산하세요.”

스티브 혁 형사가 유창한 한국어로 말하자 신문사 입구에 운집한 한인들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소양강을 향해 다양한 육두문자를 쏟아내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10여 분 뒤.

소피아 형사의 단호한 임의동행(任意同行)요구에 반발하던 소양강은 끝내 두 형사를 따라 LAPD 본부인 파커 빌딩으로 옮겨 왔다.

살인계 취조실로 들어선 소양강은 을씨년스런 분위기에 압도돼 다리를 후들거렸다.

물론 지은 죄는 없었지만 개같은 기분이었다.

연행되기 직전 소피아 형사가 속사포처럼 지껄인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운운한 미란다 수칙이 떠 올랐.

빌어먹을! 진작 그, 생각을 하지못했군.

소양강은 취조실에서 스티브 혁 형사에게 물었다.

지금 당장 변호사를 불러 주시오.”

혁 형사가 말했다.

물론입니다..”

소양강이 다시 말했다.

이봐요 혁 형사님. 나는 변호사가 올 때까지 묵비권을 행사할거요.”

좋도록 하십시오.”

혁 형사는 이렇게 말한 뒤 소피아 형사와 취조실을 빠져나왔다.

변호사가 도착하려면 제법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두 형사는 즉시 파커빌딩 지하실에 위치한 자료 분석실로 갔다.

그러고는 분주하게 발품을 팔고 있는 흑인 여성 요원에게 다가갔다.

스티브 혁 형사가 요원에게 말했다.

재스민. 지금 당장 코리안 위클리 뉴스 페이퍼인 한반도 신문을 출력

해줘. 지난 달부터 이번 달까지 발행한 기사들을 부탁해.”

 

재스민이라 불린 여자 요원은 흔쾌히 대답한 뒤 사과를 한입 배어 문

컴퓨터 데스크 탑에서 능란한 손놀림으로 한반도 신문을 스크랩 했다. 

요원은 컴퓨터 화면에 클로즈업된 신문 지면을 마우스로 조작해 두

형사가 대기하고 있는 모니터에 옮겼다.

신문은 한국어로 제작 됐기 때문에 혁 형사가 주도했다.

매주 12페이지로 발행한 주간지는 대부분 한국소식으로 채워졌다.

페이지에 3분의 2는 연예인들의 동정을 담은 연예계 소식으로 짜깁기

를 했으며 나머지 역시 서울에서 발행하는 시사 주간지들의 기사를 오려 붙여 지면을 메꾸었다.

신문 편집에서 눈길을 끈 것은 기획기사였다.

지면 한 페이지를 모두 할애(割愛)한 특집은 발행인 겸 편집인이라는 백그라운드 밑에 소양강이란 이름이 표기돼 있었다.

 

기획 기사의 헤드라인은 한반도 평화를 방해하는 여포의 파렴치.

김정은 위원장의 평화 구상이라는 소제목이 달린 기사에서 소양강은 노골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현명한군주’로 추켜 세

우며 한편으론 여포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소양강이 이 기사에서 피력한 팩트는 여포와 같은 낡은 헤게모니를 제거하지 않는다면 한반도에서의 평화는 영원히 이뤄지

지 않을 것라 했다. 따라서 고착(固着)화 된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주창한 북남화해협

력이 선행 되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포와 같은 친미 사대주의자들이 척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고를 작성한 소양강은 기사의 단락(段落)마다 여포를 증오했다.

소양강은 심지어 여포와 같은 토착왜구들은 더 이상 한반도에서 발을 붙일 수 없도록 제거함이 마땅하다고 노골적으로 적

개심을 드러냈.

 

뿐만 아니었다.

소양강은 기획 기사 말미에서 LA에 거주하는 애국 동포들 역시 일치단결해 김정은 위원장의 수훈(垂訓)을 따를 것과 여포

퇴진에 적극 동참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실제로 이 기사가 나가자 LA 거주 상당수 코리안들은 소양강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코리안들은 성명서에서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숨을 쉬는 토착왜구들과 수구꼴통들을 몰아 내지 않고서

는 한반도 평화는 요원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코리안들은 또 성명서에서 아직도 대한민국에는 이승만과 박정희 같은 천하의 역적들을 추앙하는 틀딱(노인세대를 폄

하하는 신조어)들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국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들을 현충원에서 파묘하도록 법개

정을 적극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컴퓨터 화면에 클로즈업 된 대부분의 논조(論調)들은 이런 식이었다.

은연중에 북한 김정은을 위대한 지도자로 부추기며 찬양하면서 한편으론 차기 유력 대선(大選)주자인 여포를 깔아뭉갰다.

그것도 온갖 수사(修辭)를 동원해 인신공격을 하며 지독히 폄훼(貶毁)했다.

 

증오와 비아냥이 난무하는 기사에서 시선을 거둔 스티브 혁 형사가 곁에 앉은 소피아 형사를 바라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소피아 형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 왜그래? 마치 벌레를 씹은 표정이야.”

맞아. 독충(毒蟲)을 씹은 것 같아.”

내용이 뭔데?”

이 친구 똘아이야. 가슴속에 증오가 가득해. 기사의 핵심이 온통 여포를 제거해야한다는 것으로 점철(點綴)돼 있어. 이유는 몰라도 아무튼 피해자(여포)살해 배후(背後)인물 가운데 이 친구도 관망 대상이야.”

스티브 혁 형사는 그러고는 삼성 갤럭시 노트 스마트 폰을 들여다 보았다.

화면에 뜬 시각을 알아보기 위해서 였다.

 

취조실을 나온지 어느 덧 1시간 여가 지났다.

두 형사는 황급히 엘리베이터에 올라 살인계 취조실로 향했다.

 

제 클라이언트(의뢰자)께선 여포씨의 주검과는 아무런 연관도 혐의도 없습니다. 이 분은 현재 억울하게 공권력에 끌려와 고초를 당하고 계십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야 하는 것이 합당하군요. 하여, 법률 조력 변호사로서 두 형사님에게 정중이 청하는 바입니다. 취조실 문을 열어 주십시오.”

한국계 여성 미국인 변호사는 두 형사가 취조실 의자에 엉덩이를 내려놓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변호사로부터 건네 받은 명함에는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 헬렌  오라고 음각돼 있었다.

손에 명함을 쥔 소피아 형사가 변호사를 곁눈질 하며 말했다.

이봐요, 카운슬러(Counselor).당신의 의뢰인이 여포씨의 죽음에 혐의가 있건 없건 여부는 우리가 결정해요. 지금 저 분이 취조실에 있는 것은 다분히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공권력은 카운슬러 입회 하에 몇가지 질문을 해야겠어요. 내 말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소피아 형사가 정곡(正鵠)을 찌르듯 포효(咆哮)하자 여 변호사의 인상이 한쪽으로 일그러졌다.

여자 형사의 일갈(一喝)이 틀린 것만은 아니었기 때문 였다.

얼굴을 찌푸린 변호사가 표정을 바꾸며 반문했다.

방금 제 의뢰인이 혐의가 다분하다 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혐의죠?”

소피아 형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제 옆에 있는 스티브 혁 형사의 말에 따르면, 소양강이라 불리는 혐의자가 자신의 신문에 살해당한 피해자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하며 적개심을 드러냈다고 했어요. 그리고 저 혐의자의 정치적 노선(路線)이 친북한적이어서 피해자와는 정반대의 생각을 견지(見地)한 것으로 나타났구요. 이럴진데, 이번 사건의 성격상 당신의 의뢰인이 살해당한 여포씨의 주검과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예요.”

순간, 초조한 기색으로 변호사와 형사의 문답을 귀에 담고 있던 소양강이 버럭 고함을 치며 항변(抗辯)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 집어쳐! 내가 여포의 죽음에 개연성이 있다고? 개가 풀 뜯어먹는 소리라고. 나는 그 새끼 주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흥분한 소양강이 길길이 날뛰자 스티브 혁 형사가 나섰다.

이봐요. 소양강씨. 우리 경찰이 지금 댁을 혐의자로 다룰 뿐 범인으로 취급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라도 사건과 연관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경찰에 조사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세계에서 최고의 권력다로 불리는 미국 대통령도 마찬가지예요. 따라서 선생이 지금 이 시각에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가에 대해 진술해야 합니다. 하여, 선생이 진술한 알리바이가 합당하면 즉시 풀어줄 겁니다. 그러니 흥분을 가라앉히고 취조에 순순히 협조 하십쇼. 만약 인권 침해라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우리를 고소해도 무방합니다.”

스티브 혁 형사의 논리 정연한 설득에 할말을 잃은 소양강은 거친 숨을 몰아 쉴뿐이었다.

소양강에 대한 취조(取調)는 무려 18시간 가량 지속 됐다.

두 형사 질문에 답한 소양강의 알리바이가 사실인지 확인키 위해 살인계 소속 동료 형사들의 발품을 빌려 시간시간 확인 작업을 병행했기 때문 였다.


스티브 혁 형사와 소피아 형사가 소양강에게 집중적으로 캐물은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여포 의원 LA 방문 때 끈질기게 뒤 좇으며 인터뷰 요청을 한 배경

여포 의원 동포 만찬회에서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인신공격한 저의(低意)

여포 의원 LA 일정 후 한국으로 귀국한 뒤 자신의 신문 지면을 통해 시리즈로 공격성 기사를 다룬 이유

언론인으로서 공정치 못하게 여포 의원을 끊임없이 인신공격 한 배경 등을 따져 물었다.

 

장시간에 거쳐 취조 심문을 끝낸 스티브 혁 형사는 소양강이 변호사와 나란히 취조실을 벗어나기 직전 이렇게 말했다.

선생은 일단 귀가해도 좋습니다. 허나, 우리 경찰이 요구할 때면 당분간은 취조에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튼 오늘 장시간 동안 저희와 자리를 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뵙죠.”

스티브 혁 형사가 여기까지 말하자 소양강이 발끈했다.

뭐라고요? 다음에 또 보자고…..씨발 말도 안되는 소릴 랑 집어 쳐.이거 왜 이러시나? 꼴에 방패 배지를 차고 있다고 가오(Form)잡나! 앞으론 협조 안해. 안할거라구.”

소양강이 핏대를 세우며 등을 보이자 소피아 형사가 한마디 거들었다.

여포 의원 살해사건이 종지부(終止符)를 찍을 때까진 당신도 혐의자야. 언더스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