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해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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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소설 / 칼럼 평양 일기(日記) 2

2020.04.29 11:24

이산해 조회 수: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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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만찬

뿔테안경과 어머니는 무남독녀를 구한 연청음을 점심식사에 초대했다. 

평양 시내 만수대 외곽에 위치한 프랑스식 고급레스토랑에서였다.

레스토랑에는 VIP를 위한 별관이 따로 있었다.

일행은 호화롭게 꾸민 별관에 자리했다. 

 

음식은 다양한 서양 요리였다.

프랑스에서 건너 온 셰프가 직접 조리한 것들이었다.

 

식탁에 가득 놓인 만찬을 즐기며 여자가 말했다.

“우선 제 가족을 소개하겠시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남자 우리 아빠부터 말씀들이겠습네다.”

여자는 그러고는 뿔테안경의 이력을 들춰냈다.

뿔테안경은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의 현직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당 조직부 제1부부장이었다.

최고 인민회의 대의원이기도 한 그는 이름이 주성치였다.

 

중앙위원회는 김정은 위원장을 보위하는 직할체재로써 군 조직과 인사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는 것이다.

4명으로 이뤄진 이들 조직은 북한 권력의 핵으로 통했다.

한마디로 무소불위의 권력 집단인 것이다.

주성치는 핵심부서에서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다고 했다.

 

주는 김정일의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을 보이지 않는 적들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했다. 

이때문에 권좌에 오른 김정은이 그를 각별히 총애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고모부이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행정부장 겸 국방부 제1부위원장이었던 장성택을 제거하는데 주성치가 개입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또 김정은의 생모인 고용희를 사력을 다해 보호함으로써 김정은의 신임을 더욱 공고히 했다.

 

주성치는 김정은과 한자리에서 거리낌없이 국내외 현안을 논하는 몇 안되는 책사(策士)로 알려졌다.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백그라운드를 가감없이 드러낸 여자는 어머니에 대해서도 말했다.

어머니는 문정림으로 불렸다. 

문정림은 김정일이 북한을 이끌던 시기에 인민공훈배우로 이름을 떨친 유명 배우였다.

그래서일까. 마주보고 있는 모습에서도 과거의 영광이 베어 있는 듯 했다. 

 

부모를 소개한 여자는 자신에 대해서도 말했다.

나이는 32세. 미혼이었다.

허나, 10년은 젊게 보였다.

여자는 자신의 직업을 3층 서기실 요원(要員)이라고 했다.

3층 서기실은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선(秘線)조직이었다.     

이 조직은 조선왕조 때 왕정을 출납하던 승정원과 비슷한 일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3층 서기실은 과거 당조직지도부가 총괄한 대외업무를 수행하며 요인 암살, 납치, 체제 홍보 등 전방위로 활약하는 조직이었던 것이다.

 

여자는 아버지의 막강한 영향력에 힘입어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케임브리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그녀는 학위를 받고 귀국한 뒤 곧바로 3층 서기실로 특채 됐다.

그러고는 해당부서에서 업무를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

특히 빼어난 미모와 번뜩이는 재능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총애한다는 것이었다.

 

한편 주다혜는, 지난해 2019년 6월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열린 남북미정상회동 때 북측 의전 팀 일원으로 활동했다.

그녀는 이 당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을 밀착 수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자의 구설(口舌)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는 연청음은 놀라움과 당혹감에 휘둘렸다.

소문으로만 듣던 북한의 부르즈아 계급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 였다.

 

여자가 자신의 가족사를 밝힌 후 연청음을 곁눈질 했다.

고혹한 눈빛이었다.

눈빛은 아침이슬 같기도 하고,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뭉게구름같기도 했다.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사랑스러움 이었다.

 

연청음의 이같은 속내를 눈치챈 것일까?

여자도 입가에 안개같은 미소를 드리웠다.

미소는 달콤한 벌침처럼 연청음의 심장을 파고 들었다. 

 

두 남녀의 은근한 교감을 알아챈 아버지가 연청음에게 와인을 권하며 운을 뗐다.

“선생께선 무슨 일을 하고 계십네까?”

연청음이 손에 받아 든 와인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마음을 닦기 위해 수행중입니다.”

“마음을 닦는다니요…무슨 뜻입네까?”

“하던 일을 잠시 내려 놓고 내가 누군 인지 알기 위해 세상을 떠돌며 답을 구하는 중입니다..”

 

순간,주성치가 크게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다.

“잘생긴 얼굴에다 풍체(風體)도 좋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상당한 지식을 갖춘 젊은 양반인데, 뭐가 부족해서 거사(居士)를 자처합네까?”

연청음이 말했다.

“세상은 빵만으론 살 수 없습니다. 내 자신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돈이 넘쳐나고 지식이 많아도 지혜가 없다면, 그것은 죽은 삶입니다.해서 나를 살리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각(自覺)이 필요한 것입니다. 즉, 나를 아는 것 말입니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가 하는.”

 

여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선생님이 추구하신 자각을 깨우쳤습네까?”

연청음이 말했다.

“아직은 아닙니다. 허나, 언젠가는 내가 누구인지를 깨우치겠죠.그러면 진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겁니다.”

여자가 말했다.

“연선생님의 본래 직업은 무엇입네까?”

 

여자의 물음을 받은 연청음은 잠시 망설였다.

자신의 내력을 굳이 밝힐 필요가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였다.

허나, 여자의 재촉으로 인해 말문을 트기 시작했다.

연청음.

고구려 시대의 명장 연개소문의 직계 자손.

올해 나이 30세. 

서울출생.

그는 태어나자 마자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고 버려졌다. 

그가 성장한 곳은 서울에 있는 육아원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3살까지 살았다. 

그리고 미국에서 건너 온 한국인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새 인생이 펼쳐진 것이다.

 

양부모는 천사의 도시(LA)에 거주했다.

양부모는 당시 슬하에 3명의 딸만 두었다. 

하지만 양자로 입양한 연청음을 친자식 이상 정성껏 보살피며 키웠다.

누나들 역시 연청음을 귀여워하며 아끼고 사랑했다.

연청음도 이에 화답하듯 아무 탈없이 성장했다.

 

헌데, 연청음은 하늘이 내린 천재 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발군의 실력을 나타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음에도 그가 대학생 수준의 교재를 읽고 이해하고 풀어냈다.

그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수학과, 철학, 물리학, 의학, 기호학 점성술등 성인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관련 서적에 심취했다.

 

연청음은 틈만 나면 하루 종일 도서관에 들어 앉아 독서에 탐닉(眈溺)했다.

부모는 연청음의 광적인 폭풍독서를 걱정하며 마음을 조아렸다.

허나, 연청음의 집요한 독서를 말릴 재간이 없었다.

간혹 아들을 불러 앉혀놓고 지나친 독서에 대해 타일렀으나 그 때 뿐이었다.

마치 무엇에 홀린 듯 연청음은 도서관행(行)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뿐만 아니었다.

도서관 출입도 모자라 초대형 책방인 반스앤 노블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그리고 반스앤 노블에 맛을 들인 그는 그곳에서 하루종일 죽치고 앉아 모든 책을 머리속에 스캔 했다.

이를 눈치 챈 책방 수퍼바이저가 아예 전용 좌석을 따로 마련해 줄 정도였다.

 

이처럼 무서운 기세로 독서를 한 탓일까?

그의 나이 열살이 되자 교육 수준은 이미 박사가 돼 있었다.

부모는 아들이 더 이상 낮은 수준의 교육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했다.

부모는 아들을 영재교육 기관에 위탁해 특별교육을 주문했다.

 

연청음은 이곳에서도 천재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11살이 되자 연청음은 커네티컷 뉴 헤이븐에 위치한 예일 대학에 진학했다.

특별전형이었다.

 

예일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연청음은 이곳에서도 일취월장(日就月將)이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누구보다 앞서 나갔다.

 

전공과 관련된 학문을 완독하자 이에 흥미를 못 느낀 그는 부전공으로 철학을 택해 정진했다.

 

한편으론 의학서적에도 통달한 그는 예일을 그만두고 볼티모어에 위치한 존스 홉킨스대학교 의대를 지원했다.

그러고는 신경의학(神經精神醫學)을 공부했다.

 

연청음은 의대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그는 이곳에서 학위를 취득한 뒤 중국 쓰촨으로 건너가 한의학도 연마 했다.

 

연청음의 학업 실력은 비단 이론에서만 뛰어난 것이 아니었다.

실전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독보적인 실력을 보여줬다.

 

연청음이 한의학을 마스터한 뒤 네팔과 파키스탄에서 펼친 의료행위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사경을 헤매는 중증환자일지라도 기여이 살려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 최고의 한의학 권위자인 취판득은 연청음을 가리켜 ‘제2의 화타’라고 극찬했다.

연청음은 취판득에게 한의학의 모든 것을 전수 받았다.

 

연청음은 부유한 자들에게는 과다할 정도의 치료비를 받아냈다.

그렇게 번 수입은 헐벗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썼다. 

어려운 이들을 아무 대가없이 치료해 준 것이다.

 

연청음은 의술만 뛰어난 것이 아니었다.

철학과 신학과 인문학에도 달통(達通)했다.

연청음은 20대 초반의 애송이였으나 그의 심오한 학문으로 인해 그를 추종하는 덕망가들이 줄을 이었다.

 

그의 부모와 누나들은 연청음의 번뜩이는 지혜를 사랑했다.

비록 그가 일찍이 세상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버려졌지만 그것은 어쩌면 ‘신의 예정된 조화’(造化)였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력하고 그것을 또한 자신의 것으로 체화(體化)한 연청음은 어느 순간부터 돈과 명예를 내려놓고 깊은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연청음은 이미 자신의 뛰어난 의술과 저술활동으로 엄청난 부를 일궈냈다.

벌어들인 돈은 모두 부모에게 건넸다.

 

자신은 생활에 필요한 것만 챙겼다.

 

급작스레 심경변화를 일으킨 연청음은 지난 3년 전부터 지구별 여행길에 올랐다.

그는 유럽과 중국, 인도, 그리고 대한민국과 일본에 머물며 각자(覺者)들과 교류했다.

북한에 오기 직전에도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대도시 대학에서 그의 강연이 펼쳐졌다. 

 

한편, 연청음이 평양 여행을 하게된 배경은 이랬다. 

 

북한사정에 정통한 베이징 대학 교수가 연청음에게 귀띔했다.

“기왕이면 평양을 여행해 보는 것도 일상의 도움이 될 것이오.”

 

연청음도 귀가 솔깃했다.

언젠가는 중국 국경을 넘어 북한 땅을 밟겠다는 생각이 뇌리 속에 각인돼 있던 참이었다.

 

하여, 연청음은 베이징 발(發)LA행 발권을 미루고 고려항공 편 북한 행 비행기 표를 선뜻 구입했다.

북한에 대한 사전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무모한 도전을 한 것이다.

그리고 연청음은 평양 여행길에서 뜻하지 않은 인물(주다혜)을 만났다.

 

연청음의 개인사(史)에 귀를 기울인 여자와 부모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감동을 한 주성치는 불쑥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언제 평양을 떠나십네까?”

연청음이 말했다.

“여행 일정이 3박4일 입니다. 이틀 후면 다시 베이징으로 출발합니다.”

 

주는 일정이 촉박한 연청음의 평양 투어를 못내 아쉬워 하는 표정이었다.

그래서일까.

주는 연청음에게 몇일 더 평양에 머물 수 없겠느냐는 청을 했다. 

만약 생각이 같다면 자신이 체류 연장은 책임지고 해주겠다고 피력했다.

여자의 어머니도 가능하면 평양에 더 머물러 달라고 거들었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자 연청음은 혼란스러웠다.

자신은 단지 여자를 도왔을 뿐이다

그럼에도 엄청난 권력을 지닌 가족이 지금 자신에게 과분한 호의(好意)를 표하고 있다. 

이를 어찌해야 할까…

 

연청음은 잠시 침묵한 채 생각에 젖었다.

그러고는 모든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비로소 말했다.

저의 체류 허가가 연장 있다면 몇일 평양에 머물겠습니다.”

 

묘향산

주다혜는 영어를 능숙하게 말하고 이해했다.

때문에 두 사람의 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서울 말투에도 능숙했다.

3층 서기실에서 교육한 덕택이었다.

 

일주일 간 병가를 낸 주다혜는 연청음과 함께 묘향산을 나들이 했다.

교통편은 주다혜가 운전하는 아우디 Q7이었다.

 

평양에서 희천 고속도로를 이용해 약 1시간 30분여 만에 도착한 두 사람은 묘향산내 위치한 보현사(普賢寺)에 들렀다.

 

고찰(古刹)인 보현사는 서산대사가 입적한 명승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두 남녀는 서로 종교는 다르지만 법당에서 합장한 뒤 인근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산책로 주변은 온 갖 푸르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규칙적으로 짖어대는 새소리와 계곡을 굽이치며 쏟아내는 물소리가 절묘한 화음을 이루며 두 남녀의 발걸음을 경쾌하게 이끌었다.

 

주다혜의 산행은 거침이 없었다.

불과 이틀 전, 의식을 잃고 널브러진 그녀가 아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몸놀림이었다.

오히려 발걸음이 더딘 것은 연청음이었다.

여자를 따라잡기에 급급했다.

 

그렇게 두 남녀는 산책길을 벗어나 인적이 드문 산속으로 접어 들었다.

주변 사위(四圍)가 정적에 휩싸인 곳이었다.

보이는 것은 울창한 소나무와 잣나무 그리고 스쳐 지나는 바람 뿐이었다.

 

주다혜는 연청음을 둥근 바위들이 운집한 곳으로 데려갔다.

어른 크기보다 훨씬 커다란 암석들이었다.

 

두 남녀는 적당히 둥근 암석에 몸을 기대고 섰다.

그러고는 말없이 서로의 시선을 교환했다.

사랑스러웠다.

 

주다혜.

티끌 하나 없는 고은 피부, 섬세한 이목구비, 우수에 젖은 검은 눈동자, 완벽하게 자리잡은 골격, 요염하게 솟구친 젖가슴, 가늘고 긴 손가락, 둥글고 풍만한 엉덩이, 무엇 하나 흠잡을 때 없는 완벽함 이었다.

 

사내는 여자에게 영혼을 빼앗겼다.

영혼이 무너지자 몸속의 모든 세포가 아래로 향했다.

여자는 사내의 눈을 통해 갈구한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여자도 갈망하고 있었으니까.

여자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입술을 사내에게 가져갔다..

사내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허나, 사내도 기다렸다는 듯 여자의 입술을 받았다.

 

여자의 입술은 시(詩)처럼 아련했다.

그리고 꿀처럼 달콤했다.

혀끝의 감촉도 짜릿했다.

 

여자는 적극적이었다.

마치 쇠를 담금질 하듯 사내를 다뤘다.

현란한 손놀림과 몽환(夢幻)적인 색음(色音)은 에덴 동산의 유혹이었다.

연청음은 주다혜의 노예가 됐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이끌렸다.

 

두 남녀는 한 쌍의 나비였다.

암컷은 날개 짓으로 수컷을 희롱하며 동산으로 유인했다. 

 

태초의 동산으로….. 

그곳은 아무도 넘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였다.

수컷이 들어서자 비로소 붉은 동백꽃이 만개(滿開)하기 시작했다.

 

동산에서 두 남녀는 오랫동안 거닐었다.

감득(感得)하고 또 감득했다.

 

동산의 주인인 이브는 그를 진정으로 흠모(欽慕)했다.

아담은 모든 것이 완벽한 사내였다.

외모가 그렇고, 지혜가 그랬다.

뿐이던가.

아킬레우스처럼 강인한 힘도 이브의 마음을 휘어잡은 원천이었다.

에덴 동산의 사과를 베어 문 이브가 말했다.

“연청음씨, 사랑해요.”

평양 사투리가 아닌, 서울 말투였다.

“저도 다혜씨를 숭배합니다.” 

연청음이 말했다.

순간, 부드러운 봄바람이 두 남녀를 스치고 지나갔다.

새들도 목청을 돋구어 합창 했다.

묘향산 자락에 걸린 태양이 시샘하듯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북한 중앙위원회 본관

김정은 집무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관이 오후 6시가 되자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 했다.

이곳은 김정은 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는 장소였다.

집무실 건물을 통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조치였다. 

허나, 이유가 있었다.

매우 이례적인 인물이 방문했기 때문 였다.

 

다름아닌 연청음과 주다혜, 그리고 아버지 주성치와 어머니였다.

연청음과 주다혜 가족이 중앙위원회 본관을 찾은 것은 김정은 위원장 때문 였다. 

 

사연은 이랬다.

주다혜가 갑작스런 변고(變故)로 3층 서기실 출근이 미뤄지자 귀띔을 받은 김정은이 주성치를 집무실로 불러 자초지종을 캐물었다.

 

김위원장과 마주 앉은 주성치는 그간의 사정을 낱낱이 털어났다.

주부장(部長)의 사연을 귀담은 김위원장의 표정이 매우 놀라는 투였다.

 

김위원장이 말했다.

“이보라요, 주부장. 딸내미 상태는 어카 됐소?”

주부장이 목소리를 내리 깔고 말했다.

“수령님(김정은)덕택에 쾌차했씨요.”

 

주성치와 대화를 나눈 김정은은 즉석에서 파격적인 주문을 했다.

“주부장. 이번 주 토요일 저녁 6시에 내가 만찬을 준비하갔소. 그리 알고 그 남조선 청년과 가족 모두 이 곳으로 오시라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엄청난 제안을 받은 주성치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절대권력이 우리 가족을 초대하다니! 더욱이 생면부지의 남조선 출신 젊은이와 함께….

 

감격에 겨운 주성치는 김정은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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