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가는 산길
2008.10.01 06:02
가을로 가는 산길
이 용 애
키 큰 팜츄리
긴 줄서기가 끝난 곳
거기, 크리스탈 호수로 오르는
산길이 있다
그 길로
고이 접어 둔 내 속의 가을이
먼저 가서 나를 불러들여
그리운 가을로 끌고 간다
산 밑 볕살 바른 외딴집 지붕엔
붉은 고추
가을을 낮으막히 태우고
살찐 수수 이삭 다소곳한 기슭엔
크게 입 벌린 밤송이
탐스런 아람 길섶에 떨궈 놓는
내 어릴 적 가을이 거기 있다
그 길 저 안쪽엔
물기 말려 곱게 차려입은 옷
그 마저 하나 둘 벗어 놓은
가을 나무들이 기다리는 곳
그들 외로운 나무끼리
따뜻한 이야기가 흐르는
그 산 어디쯤엔가
하얀 구름 멈춰선
파아란 하늘 끝 향해
아쉬움도 버거움도
훌훌 벗어 놓고
빈 마음으로
포근포근 고운 잎 밟으며
환한 미소로 갈 수 있는
또 다른
가을로 가는 산길이
꼭 있을 것만 같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1 | 장 노인의 가을 풍경화 | 이용애 | 2007.12.18 | 10015 |
80 | 식물원植物園에서 | 이용애 | 2009.01.26 | 901 |
79 | 세 살박이의 신사도 紳士道 | 이용애 | 2009.01.26 | 874 |
78 | 이사(移徙) | 이용애 | 2009.07.31 | 866 |
77 | 양란(洋蘭) 앞에서 | 이용애 | 2008.10.26 | 866 |
76 | 어머니! (지키지 못한 마지막 약속) | 이용애 | 2008.05.09 | 809 |
75 | 라일락 꽃 향기 | 이용애 | 2008.10.01 | 795 |
74 | 세歲밑의 길목에서 | 이용애 | 2010.01.09 | 785 |
73 | 태평양 물결 위에서 훌라 댄스를 | 이용애 | 2011.04.15 | 777 |
72 | 시(詩)도 주울 수 있을까 | 이용애 | 2010.07.08 | 763 |
71 | 잿빛 바다 | 이용애 | 2008.10.17 | 735 |
70 | 그 꽃 | 이용애 | 2011.04.15 | 710 |
69 | 물안개 | 이용애 | 2008.10.17 | 706 |
68 | 다시 찾은 파피(Poppy )꽃 단지에서 | 이용애 | 2008.04.25 | 701 |
67 | 새 별이 빛난 밤 | 이용애 | 2008.02.09 | 701 |
66 | 가랑잎의 여망 (餘望) | 이용애 | 2010.10.09 | 692 |
65 | 로마 그 영원히 살아있는 도시에서 | 이용애 | 2007.11.17 | 692 |
64 | 배봉산 기슭 | 이용애 | 2008.01.14 | 685 |
63 | 캐틀레야 향기 | 이용애 | 2007.10.16 | 667 |
62 | 그 날의 신음 소리가 | 이용애 | 2007.10.26 | 6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