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도 주울 수 있을까
2010.07.08 12:52
시(詩)도 주울 수 있을까
이용애
아침 산책길에 마주친 유칼립터스 나무
알파벳(v)자로 두 팔 벌리고 서 있다
옷은 훌훌 벗어 발밑에 내려놓고
하얗고 매끈한 허리를
맨살 들어 낸 채
수줍어 돌아섰다
하늘 향해 행복한 얼굴
늘씬한 몸매가
햇살 받고 빛을 낸다
위에서 내려다 본
제 몸매에 취해
머리를 살랑이며 자랑이 한창이다
산책 나온 꼬마 삽사리가
한 다리 쳐들고 발등에 쉬를 한다
그래도 여전히 싱글거리네
키 큰 만큼 마음도 큰가 보다
날마다 걷던 길인데
왜 이제야 보이지
내 눈이 이제 좀 밝아지려나
시(詩)도 주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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