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의 선글라스

2002.12.21 14:11

이용우 조회 수:1237 추천:108

안락의자에 깊숙히 몸을 묻은 큰형님은 여전히 입을 닫고 있다. 피의자의 진술부터 들으려는 형사처럼, 양 팔은 깍지를 하고 두 다리는 꼬아 올렸다. 유도로 다듬어 진 큰형님의 다부진 어깨가 가라앉은 방 안의 공기를 더욱 눌러 내리는 것 같았다.
여보, 이제 그것좀 벗어요.
물컵을 입에서 뗀 큰형수가 그렇게 말했다. 답답한 분위기를 물로라도 씻어 내려는 듯, 큰형수는 연신 얼음물을 들이키고 있었다.
뭐얼?
작은형 집에 자리를 잡은지 반 시간 만에 처음으로 큰형님의 입이 열렸다. 한참 닫혔던 목을 갑자기 열어서 그런지 가래 묻은 소리가 거칠게 갈라져 나왔다.
이거요.
큰형수는 오른쪽 약지로 자신의 눈자위를 가리키며 찡그린 미소를 띄웠다. 큰형님은 잠시 어리둥절 하는 것 같더니 이내 어허, 큼큼 하는 헛기침과 함께 게면적은 표정을 지으며, 공항 출구를 빠져 나올 때부터 쓰고 있던 청색 선글라스를 콧등에서 떼어냈다. 큰형님의 부리부리한 호랑이 눈이 드러났다. 그 호랑이 눈을 보자 큰형님을 만났다는 느낌이 선연해졌다. 선글라스를 벗은 큰형님은 색 바랜 사물이 낮설은지, 아니면 눈이 부셨던지 두 손바닥으로 양쪽 눈두덩을 썩썩 부벼댔다. 그런 큰형님의 모습은 얼굴에 달라붙은 꿀벌을 떼어 내려는 한 마리 곰을 연상 시켰다.
큰형님의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던 작은형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풀석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숙였다. 나란히 앉은 작은형수도 배시시 미소를 베어문다. 나는 하품을 하는척 따라 웃으며 허리를 폈다. 내 곁에 앉은 성희누나 만 웃지 않았다.
형님이 꾸지람을 내리시면 달게 받겠습니다. 모두 저희가 부족한 탓이지요. 하지만 지은이 뒤를 졸졸 따라다닐 수는 없잖습니까. 대학 졸업반이나 된 아이의 의사를 강제하기도 어려운 일이구요.
잠시 분위기가 호전된 틈을 엿본 작은형이 사과 겸, 변명 겸 얼른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호랑이 눈을 치켜 뜬 큰형님은 불편한 심기를 전혀 누그러뜨리지 않고 우렁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걸 누가 모르나? 문제는 환경이야, 지은이가 엇나갈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 문제였다 이 말이야.
방금전의 웃음기로 잠시 풀렸던 긴장이 큰형님의 그 한 마디에 다시금 바짝 조여들었다. 작은형은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하는 표정으로 큰형님의 얼굴을 건너다 본다. 앉은 자리에서 45도 각으로 시선을 조아린 작은형수와, 고개를 꺽은체 소파 팔걸이를 손톱으로 살살 긁고 있는 성희누나도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큰형수만 그게 무슨 소린지 아는 얼굴로 냉수 한 모금을 훌적 들이킨다. 큰형님은 성희누나 쪽을 한번 힐긋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지은이가 여기 공부하러 왔지 껌이나 맥주 팔러 온 거 아니잖아. 시커먼 동네에서 별별... 것 들을 다 상대 했을테니, 그런 환경에서 어떻게 아이가 온전 하겠나 말이다. 삼촌이 둘이나 있으면서 조카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 제대로 못챙겨서 일을 이렇게 만들어? 내참.
큰형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두는 얼굴을 벌겋게 달아 올렸다. 특히 성희누나는 붉다못해 파랗게 질린 것 같았다. 미국땅을 밟은 것도 오늘이 처음인 큰형님은 기껏 들은 풍월로 시커먼 동네 운운 하며 성희누나의 가게를 비하 했다. 거기다 나와 작은형은 비난의 말 속에서나마 삼촌 자리를 찾아주면서 하나뿐인 고모는 짐짓 무시해버렸다.
큰형님의 심사가 어떠할지 짐작 못하는 바는 아니다. 좀더 낳은 교육을 받으라고 보낸 맏딸 지은이가 같은 동족도 아닌 이색 인종과 결혼을 하겠다니, 형님 속이 끓는 것이야 손을 얹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지은이 다니는 대학에 입학하려고 수속까지 모두 마친 둘째 지명이의 유학을 아예 취소해버렸을까. 미국 유학 간다고 국내 대학에 원서 재출도 하지 않았던 지명이는 지금 재수 아닌 재수생 신세가 되어 있다. 유도대학 2학년 말에 담당 교수의 과대표 선발이 공정성을 잃었다며 학교를 자퇴 했을 정도로 큰형님의 성격은 지나치게 강직하다. 큰형님은 자신이 딸만 셋을 둔 것마저 지조와 연결시키는 사람이다.
군자는 오직 한 길로 가는 거야.
정말 속심이 그럴까 싶다가도 고개를 쑤욱 빼고 결연하게 선언하는 큰형님의 표정을 보면, 저 양반은 어쩌면 진실로 하는 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큰형님은 30년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파카만년필을 아직도 양복 윗주머니에 단정히 꼿고 다니기도 한다.
자신의 결혼식에 참석도 하지 않은 오빠를 서울을 떠난 지 15년만에 처음으로 상면하며, 성희누나는 어쩌면 극적인 화해를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큰형님의 도착 날자가 다가올수록 초조해 하는 성희누나에게, 작은형과 나는 큰형님도 이제 많이 변했다 는 말로 위안을 갖게 했다. 큰형님 쪽에도 방문 일정과 비행기 도착시간 따위를 확인 하며, 지은이와 누님 일을 뭉뚬그려 좋은 감정을 갖도록 애를 썼다. 물론 한번 이거다, 하고 정하면 좀체 바뀌지 않는 외골수에 터무니없는 강직성이 마음에 걸렸지만, 오십 중반의 명퇴자가 예전처럼 날개를 펄럭이랴 싶었던 것이다. 헌데 그렇게 했다. 큰형님은 내심 모두가 우려하고 있던 것을 기어이 터뜨리고 말았다.
형님, 지은이가 누나 가게에서 케쉬어 하는 건 걔가 자청한 일 입니다. 우리도 처음엔 걱정이 되어 말렸지요, 허지만 사회 밑바닥도 경험 하고 또 자기 전공과도 무관치 않다며 고집을 부려서 허락 했던 겁니다. 그리고 형님도 아시는 대로 챨스는 지은이의 대학 친구이지 누나네 가게에서 마난 아이가 아니잖습니까.
아무래도 한 번은 집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던지, 작은형은 정면으로 문제를 들어 올렸다. 사실 큰형님은 지은이와 동거를 하고 있는 챨스가 딸의 학교 클라스메이트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불맞은 소 짚가리 들여받는 심정으로 성희누나를 쪼고 있는 것이다.
알아, 안다구. 내 말은 그 학교에 한국 학생들도 수 백명이나 된다던데 지은이가 어째서 외국 아이를 사귀게 되었느냐 이거야. 그건 걔가 네 누이 가게에서 일한답시구 본 것이 그것 뿐이니까 그 영향으로 저리 된 것 아니냐 이 말이야.
내친김에 큰형님이 그렇게 말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사실음이 되어 귀속을 파고들자 설핏 현기증이 일며 눈앞이 캄캄해 졌다.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들었을 때, 종종 걸음으로 현관을 나서는 성희누나를 작은형수가 급히 뒤따라르고 있었다. 친정 조카인 지은이를 호랑이 오빠 대하듯, 애지 중지 돌봐온 성희누나로서는 큰형님의 처사가 억울하기 짝없을 것이었다. 물컵을 든 큰형수는 그런 두 사람의 뒷모습을 착잡한 눈으로 바라 보고 있다. 허지만 정작 큰형님은 내가 뭐 못할말 했느냐는 얼굴로 팔장을 틀고 있다.
작은형은 망연한 눈길을 창밖으로 던져두고 있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지은이 문제로 큰형님이 오시는 이참에 성희누나와도 관계 개선을 하도록 하자고 주먹을 쥐어 보이던 작은형이었다. 그런데 큰형님은 되려 지은이 일까지도 성희누나에게 덮어 씌웠다. 일이 호전 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꼬여들어 가고 있다. 사실 지은이 일이야 한다리 건너 큰형님의 문제이다. 허지만 성희누나는 다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랑이 유별났던 아들 삼형제 집안의 고명딸이다. 결혼 전의 다정 다감했던 누님상은 접더라도, 작은형과 나를 초청해서 이만큼 자리잡도록 뒷배를 보아준 누님이다. 성희누나가 우리에게 배푼 헌신적인 사랑은 작은형이나 나 보다도 아내와 작은형수가 더 잘 안다. 형님은 지은이 일이 발등의 불이겠지만, 작은형과 나에게는 성희누나를 온전한 우리 가족의 일원으로 회복 시키는 일이 목구멍 속의 가시다. 물론 큰형님이 지은이의 결혼을 인정하게면 성희누나 문제도 자연히 한 줄에 꿰어 해결될 것이다.
큰형님, 술 한잔 하실래요?
내 말에 큰형님은 반색을하며 어, 그러자, 하고 상체를 벌떡 세웠다.

옆자리에 앉은 큰형님은 차창밖으로 시선을 던져둔 체 입을 꽉 닫고 있다. 막상 나를 재촉해 나오기는 했지만 마음이 무거운 것을 어쩔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그래보아야 이미 돌처럼 굳어진 지은이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건 큰형님 자신이 더 잘알고 있을 것이었다. 큰형님은 흩어지는 마음을 다잡으려는지 가끔씩 크게 숨을 내쉬며 입술을 굳게 다물곤했다. 집을 나서기 전에 재차 만류를 해보았지만 큰형님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자신의 행동을 큰형수가 눈치 챌까 걱정이 되어서 그런지 두말도 못하게 했다.
지은이가 기숙사를 나와 대학 근처 아파트에 방을 얻어 찰스라는 백인 청년과 동거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기막히게도 서울로부터 걸려온 큰형님의 전화를 통해서였다. 지은이를 잘안다는 남자애가 전화를 했는데, 지은이가 기숙사를 나와 동거를 한단다, 너희들 모두 뭐하고 있는 거냐, 지금 당장 알아보고 사실대로 보고 해라, 흥분으로 숨이 턱에 찬 큰형님은 당장이라도 달려 올 듯 식식 댔다. 작은형과 나는 기절하도록 놀랐다. 지은이가 동거를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다. 그것도 상대가 백인 청년이라니.
작은형과 나는 아침이 되기를 기다려 득달같이 성희누나네 가게로 달려갔다. 우리 얘기를 들은 성희누나도 까무라치듯 놀랐다. 오후 1시부터 저녁 8시까지 매일 얼굴을 맞대고 지내는 성희누나 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성희누나는 자기에게 한 큰형님의 처사가 떠올랐는지 어깨를 부르르 떨며 의자에 털석 주저앉기까지 했다. 크리스마스나 추수감사절은 물론, 각종 연휴와 무슨 날과 때마다 거르지 않고 참석하는 지은이는 성격이 온순하고 자기 앞가림이 반듯한 아이다. 제 숙모들을 언니처럼 잘 따르고, 어린 사촌들의 한국어 교육은 자기 몫이라며 틈틈이 달려와 읽기와 쓰기 공부를 가르치는 착한 조카딸이다. 그런 아이가 동거라니, 그것도 외국 사람과 말이다. 정말로 아이들 일은, 아니 사람 일은 모를 일이었다. 성희누나와 작은형과 나는 낙담이 되어 서로 멍하니 얼굴만 쳐다보았다. 여하튼 사실 여부부터 알아보자는 작은형의 말대로 지은이가 나오는 오후 시간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 그런 우리는 큰형님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분명히 확인하게 되었다. 지은이는 착하기도 하고 일면 앙큼하기도 했지만 또한 정직하기도 한 아이였다.
큰형님, 커피 한잔 하실래요?
저만큼 맥도날드의 노란 아치가 보이길래 큰형님을 돌아보며 물었다. 코리아타운을 등지고 윌셔가를 따라 서쪽으로 가는 중이었다. 지은이의 아파트가 있는 샌빈센트가를 1마일쯤 앞둔 지점이었다. 큰형님은 선뜻 그러자고 했다. 아침 시간이 지난 맥도날은 한적했다. 큰형님과 나는 커피 한 잔씩을 뽑아들고 거리가 내다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큰형님은 막상 커피를 앞에 놓고보니 마실 맘이 없어졌는지 설탕도 넣지 않은 커피를 슬슬 젓기만 했다. 자신이 원했지만 결코 유쾌할 수 없는 상황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 두려운 모양이었다. 그런 큰형님은 밝은 햇살 아래서 보니 전혀 딴사람처럼 늙어 있었다. 검은 유도복을 입고 태극기 앞에 서서 주먹을 들어보이던 형님이 아니었다. 이국땅 이국 거리에서 이국 사람과 동거 하는 딸을 찾아나선 추래한 중년의 동양 남자에 다름 아니었다.
큰형님, 꼭 가셔야겠어요?
나는 조금 울적해져서 한숨 쉬듯 그렇게 말했다. 큰형님은 대답없이 커피만 저었다. 나는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그리고 조금 사이를 두었다가 다시 무료해져서 하얀 스티로플컵을 집어들었다. 어제 큰형수가 작은형수와 함께 지은이 아파트로 가서 직접 찰스를 만나보았는데 크게 싫은 내색을 하지 않더라는 말을 아내에게서 들었다. 어쩌면 지난밤 큰형수가 찰스 만난 것을 말해서 두 사람이 다투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큰형님이 어디 이번엔 내가 한 번 보겠다고 나선 것이나 아닐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슬적 건너다 보니 고개를 푹 꺽은 큰형님은 자신이 젓고 있는 커피잔을 하염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큰형님, 동족이 아니라는 것만 빼면, 찰스는 괜찮은 청년입니다. 지은이 말이긴 하지만 그만하면 집안도 좋고, 누차 말씀드리지만 아주 예의 바르고 똑똑한 젊은이예요. 석사과정을 밟으며 연방 하원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는 것만 보아도 알수 있잖습니까. 성희누나에 이어 지은이까지 국제 결혼을 하겠다니 큰형님 마음이 어떨까 짐작 못하진 않습니다. 허지만 이렇게 쳐들어가듯 들이닥쳐서 어떻하실려고 그러세요? 하나라도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질 게 없잖아요. 큰형님, 생각을 한 번 바꿔보세요, 이제 시대는...
거기까지 말 했을 때였다. 큰형님이 젓던 커피잔을 버려두고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그래, 돌아가자.
나는 조금 놀랐지만 왠지 집을 나설 때부터 이렇게 될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기에 두말없이 큰형님을 따라 일어 섰다. 마치 아침 산보를 나왔다 돌아가는 다정한 형제처럼, 큰형님과 나는 맥도날드의 유리문을 밀고 햇살이 밝은 윌셔가로 나왔다.

어서오세요, 환영합니다.
유창한 한국어로 그렇게 말하며 내민 병수 처의 하얀 손을 머뭇머뭇 맞잡으며 큰형님은 아, 네네, 하고 쑥스러운 미소를 허옇게 흘렸다. 오는 차속에서 주의를 주었건만, 당황한 큰형님은 또 현관 밖에서부터 구두를 벗으며 인사를 받느라 허둥지둥 했다. 오히려 큰형수는 병수 처의 희고 늘씬한 체수에 눌리지 않고, 안녕하세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하며 여유롭게 인사를 했다.
큰형님의 기억에서는 가물가물 하기만 할 고등학교 동창 병수네 집을 방문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었다.
광우야, 네 동창 중에 미국 여자하고 결혼한 친구 있다고 했지?
며칠전 형님 문제로 누나네 집에서 머리를 맞대고 묘안을 짜내던 작은형이 좋은 수라도 생각난 듯 눈을 빛내며 말했었다. 병수는 고등학교 졸업을 몇 달 남겨두지 않고 미국으로 이민을 간 친구였는데, 동창회에서 만나보니 백인 여자와 결혼해 있었다. 그런 병수에게 작은형의 제안대로 큰형님 문제를 털어놓고 도움을 청했다. 병수 네가 국제 결혼으로 행복하게 사는 모델이 되어다오 그거 였다. 병수는 혼쾌히 응낙을 했다. 오히려 부탁을 한 나보다도 제가 더 열성을 보였다. 병수는 용의주도하게도 큰형님께 초대의 전화를 하기까지 했다.
병수의 처인 헬렌이 내온 차를 마시며 넌지시 큰형님의 눈치를 살폈다. 예상 했던 대로 큰형님은 어, 이것봐라, 하는 얼굴로 거실의 벽을 따라 왕방울 눈을 슬슬 굴려가고 있다. 큰형님의 시선을 슬몃 좇아가 보니, 무쇠 자물쇠가 채워진 쌀뒤주를 지나 얼룩이 누렇게 진 비단족자속의 해서체를 주르륵 읽어 내리는 중이었다. 큰형수는 티테이블 위에 놓인 떡살과 다식판을 신기하다는 눈으로 요리조리 살피고 있다. 헤벌린 입가에 서린 야릇한 미소 속에, 미국에 와서 이런 것을 본다는 놀라움이 숨김없이 드러나 있었다. 지난 설날 떡국이나 같이 끓여먹자고 동창 몇이 모였을 때 야, 병수야, 너 우리들 기죽이려고 작정을 했냐? 하고 한 친구가 농담처럼 말했듯이, 병수는 자기 집을 온통 민속촌같이 꾸며놓고 산다. 자기 아내가 한국 사람이 아닌 것을 그렇게라도 상쇄 하려는 듯 말이다.
얘들아, 어서 나와서 아저씨께 인사 드려라.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던 듯, 초등학교에 다니는 병수의 두 딸이 지난 번 우리 친구들이 왔을때처럼 예쁜 한복을 입고 나왔다. 제 엄마의 흰 피부와 또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병수의 동양적 이미지가 혼합된 아이들의 모습은 색다른 예쁨을 갖고 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김미령이구요, 제 동생은 김미주예요. 아저씨께서 저희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올 가을이면 주니어 하이스쿨에 들어간다는 병수의 큰딸이 제 동생을 앞세워 굽신 인사를 하며 똑똑한 한국말로 자신들의 이름을 말했다. 오, 그래. 하고 인사를 받는 큰형님과 큰형수의 입이 놀랐다는 듯, 벙긋 벌어졌다. 눈은 동양이고 코와 머리칼은 서양인 아이의 분홍 입술에서 앙증맞은 한국어가 튀어나온 것이 못내 신기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놀라실 것 없습니다. 주말 한국학교에 다닌지가 벌써 3년이 넘은걸요. 요즈음은 국어 쓰기도 제법 잘해요. 노래도 한국 동요를 더 잘 부른답니다. 하하.
큰형님의 놀란 기색을 훔친 병수가 자랑을 밑에 깔고 이해를 돕는 것처럼 껄껄대며 한마디 거들었다. 그러자 큰형수가 냉큼 병수의 말을 받아 들었다.
아예 이 자리에서 따님들의 노래를 한 번 들을 수 없을까요?
큰형님도 덩달아 그래, 좋지, 하며 맞장구를 쳤다. 병수는 으레 그 말이 나올줄 알고 있었다는 듯, 그럴까요? 네, 그러지요 뭐, 하고 얼른 대답을 했다.
미령아, 미주야, 큰아저씨와 아주머니께서 너희들 노래를 듣고싶어 하신다. 어때? 꽃밭에서를 부를까, 아니면 과수원길을 부를까?
아이들은 제 아빠의 추임에 입술을 바짝 여며물고 음, 하며 서로 쳐다보더니 과수원길, 했다. 거실의 왁자지껄한 소음이 궁금 했던지 행주치마를 앞가슴에 걸친 병수의 처 헬렌도 거실로 나왔다. 병수의 두 딸은 제 엄마까지 나오자 어깨를 펴고 노래를 시작했다. 둘러앉은 어른들은 박수 장단을 쳤다. 헬렌도 아이들의 옆에 서서 입모양으로 따라 불렀다. 어릿어릿 하던 큰형님의 눈빛도, 상기 되었던 큰형수의 얼굴도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생경하고 낮선 것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진 자리에 이해의 마음과 긍정의 미소가 들어서고 있었다.

수화기 저편에서 흘러나오는 어머니의 한숨 소리는 태평양을 격하고 있다는 생각이 무색하도록 선명했다. 외골수인 큰형님을 떠나보내고 혼자 집을 지키고 있는 어머니는 이곳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걱정이 태산 인 모양이었다. 벌써 나와 세 번째 통화를 하며 어머니 나름대로 이곳 상황을 파악 하고 있는 중이다. 어머니 역시 무엇보다도 성희누나가 걱정이 되어서 더욱 그럴 것이었다. 그동안 성희누나는 귀국을 해서도 매형(폴)과 조카들은 호텔에 두고 친정엔 혼자 만 왔다 갈정도로 큰형님과 냉랭한 사이였다.
그래, 어쨌던 니 큰성이 맘을 접었다니 다행이다. 어디 좀 바꿔봐라, 내 니 말대로 단단히 못을 박으마.
한창 집안의 씀씀이가 큰 시기에 남편을 사별하고 3남 1녀의 자식들을 이끌어 온 어머니는, 언제나 큰형님을 아버지의 빈자리에 앉혔다. 좀 어거지다 싶어도 큰형님이 고집을 부리면 선뜻 물러섰다. 그것을 잘아는 큰형님은 거꾸로 어머니가 완강할 때는 얼른 복종을 한다. 지금 어머니는 큰형님에게 자신의 강한 뜻을 펼 적당한 시점에 왔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나는 거실로 나가 큰형님에게 수화기를 건네 주었다.
네에... 그렇지요... 뭐 어쩌겠어요 이제. 네에... 알겠습니다. 그럼요, 그래야 되겠지요. 네에... 어머니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네에...
큰형님의 꺽어진 고개를 바라보며 나는 비죽이 웃음을 베어 물었다. 깃발을 빼앗긴 장수처럼 수화기를 끌어안은 큰형님의 등은 자꾸 휘어졌다. 마치 수화기를 베고 잠이라도 자려는 것처럼.

설마 큰형님이 않오시는 건 아닐테지?
담배를 뻑뻑 빨아대며 식당 주차장에 버티고 선 작은형도 애가타서 그런다는 걸 뻔히 알면서, 나는 자신도 모르게 불쑥 내뱉고 말았다. 큰형님 내외를 제외하고는 오늘 참석할 사람 모두가 식당 테이블에 좌정해 있는지 벌써 30분이 지나 있었던 것이다.
그러기야 하시겠어, 허지만 너무 늦으니까 몸은 단다. 너 혹시 형님 친구분네 전화번호 있니?
작은형은 입술에서 뽑아낸 담배꽁초를 구두발로 짓이기며 그렇게 되 물었다.
글세, 그걸 받아뒀어야 하는 건데 그랬어. 어쨌거나 좀 늦어서 그렇지 오시긴 오실거야. 형님이 작은형과 나를 앉혀놓고 분명히 말씀 하셨잖아, 너희들 의견을 받아 들이겠다구. 또 큰형님 스스로도 확실하게 결정을 내렸노라고 하시지 않았어? 그래서 오늘 이런 자리를 마련 한거구. 그렇잖아, 형.
이틀전 우리 형제 앞에서 선언 하듯 내린 큰형님의 결단을 상기 시키자 작은형도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참, 이럴게 아니라 넌 들어가서 적당히 둘러대며 이야기도 하고 음료수도 권하고 해라. 네가 나보다 이게 낫잖냐.
찡그린 미소를 띠운 작은형은 손 하나를 입에 대고 열었다 닫았다 하며 말하는 시늉을 했다. 성희누나의 초청으로 5년전에 함께 이민을 온 작은형은 영어가 시원찮았다. 자주는 아니지만 오늘처럼 외국인들이 한둘 섞인 자리에 동석을 하면 작은형은 으레 내 등을 떠 밀었다.
큰형님이 안쪽에 앉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모두들 입구 근방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성희누나네 옆에 지은이와 찰스가 앉아서 무료한 시간을 메우고 있었다. 큰형님을 처음 만나기는 매형이나 챨스가 다를바 없지만, 챨스의 활달한 모습에 비해 매형의 표정은 긴장으로 뻣뻣이 굳어 있었다. 챨스와 애기 하는 중에 내가 들어서자 큰형님이 오시는줄 알고 벌떡 일어서기까지 했다. 성희누나와 아이를 셋이나 낳고 살면서도 큰형님으로부터 철저히 무시를 당했지만, 그는 크게 서운한 마음을 품지 않는 호인이다. 오히려 이제라도 큰형님이 만나준다는 사실에 감격해서 마치 첫선 보는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매형은 성희누나가 미국 생활이 서툰 동생들에게 시간이나 물질적으로 과분한 도움을 베풀어도 전혀 내색을 않는다. 그럴 때면 오히려 소주 한 잔 해? 순대 먹으러 가? 하는 한국 말로 우리의 미안한 마음을 배려 하는 속 깊은 사람이다. 큰형님은 매형을 지칭 할 때 한마디로 검둥이, 라고 하지만 동유럽을 모계로, 남아프리카를 부계로 둔 매형은 보기 좋게 가무잡잡한 피부를 갖고 있다. 실력도 있다. 지금은 엘에이 남쪽에서 마켇을 하고 있지만, 성희누나와 결혼하던 15년전에는 종로 학원가의 몇 않되는 인기 영어강사 였다.
큰아버지 오셨어요?
아내가 작은형수와 거의 동시에 일어서며 그렇게 물었다.
어, 이제 곧 오실거야. 친구분과 애기가 좀 길어지시나봐. 아이들은 모두 누나집에 데려다 놓았지? 작은형네 애들도?
두 여자의 의혹에 찬 시선을 뿌리치며 나는 우정 큰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물컵을 집어 들었는데, 바로 그때 작은형의 들뜬 목소리가 열린문 저쪽으로부터 들려왔다.
광우야, 형님 도착하셨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얼른 뛰어 나갔다. 그러나 목을 곳추세우고 들어서는 큰형님의 콧등에 청색 선글라스가 얹혀진 것을 발견하자 반가운 마음이 풀석 사그라졌다.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지체없이 선글라스를 꺼내 쓰는 큰형님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내게, 호호 거리며 넣어주던 큰형수의 귓속말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삼촌, 형님이 선글라스를 왜 쓰는지 알우? 검둥이고 흰둥이고 다 보기싫어서 그러는 거래. 호호, 웃기지?
큰형님은 내 표정이 이상했던지, 왜그러니? 하는 얼굴로 걸음을 멈추었다. 나는, 아니예요 어서 들어 가세요, 하고 큰형님의 등에 팔을 두르며 슬적 한마디 했다.
큰형님, 선글라스 벗으시면 않되요?
내 말에 큰형님은 잠시 멈칫, 하고 돌아보더니 가타부타 대답 없이 어서 들어가자는 몸짓으로 어깨를 밀었다. 허지만 내 말에 기분이 상한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큰형님 스스로도 선글라스를 착용한 자신의 모습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아는 얼굴이었다. 큰형님은 자신의 얼굴로 달려들 이질적 시선을 차단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의 멋적음을 감추려는 의도에서 인지 실내로 들어서며 험험, 헛기침을 쏟았다.
큰형님이 들어서자 모두들 교관을 맞는 훈련병처럼 퉁기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내와 작은형수가 어서오세요 아주버님. 형님, 이제 오세요? 하며 이구동성으로 인사를 했다. 성희누나는 큰형님이 지나가도록 다소곳이 한켠으로 비켜서 있고, 매형은 진짜 훈련병처럼 부동 자세로 벽에 착 붙어 섰다. 찰스는 지은에게 교육을 받았는지 제법 깊숙하게 허리를 굽혔다. 지은이는 큰형님 뒤를 따르는 제 엄마에게 살짝 붙어 서더니 재빠르게 귓속 말을 집어 넣는다. 지은이 뭐라고 했는지 큰형수는 입을 앙다물며 눈꼬리를 치뜬다. 찍소리 말고 얌전히 앉아 있어, 하는 표정이 분명 했다.
형님, 시장 하시지요? 이제 곧 음식이 나옵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우선 시원하게 냉수부터 한잔 드세요. 아니, 맥주를 한컵 따를까요?
큰형님이 자리에 앉기 무섭게 작은형은 냉수를 권한다, 맥주병을 딴다, 하며 부산을 떨었다. 작은형은 그런 설레발이 초반에 발생하기 쉬운 어떤 변수를 둔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작은형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큰형님은 건성으로 그래 괜찮다, 천천히 마시지 뭐, 하며 여유를 보였는데, 정작 냉수는 큰형수가 들이켰다.
어쨌던 작은형의 작전이 주효한 것일까, 두 세 번에 나눠 맥주 한 잔을 비운 큰형님의 얼굴은 처음 들어설 때 보다는 많이 풀려 있었다. 큰형님의 빈잔에 다시 맥주를 채운 작은형은 자신감을 얻은 듯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 하며 눈짓을 했다. 이제부터는 네가 해라, 그런 신호였다. 나는 작은형에게 알았다고 한 차례 고개를 주억여 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큰형님 곁으로 갔다.
큰형님, 제가 소개 드릴테니까 인사 받으시지요. 맘 편안히 잡수시고 그저 저희들에게 하듯 따듯이 말하세요.
내 귓속 말에 큰형님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 했다. 나는 성희누나와 지은이에게 중요한 대목은 각자 통역을 하도록 이르고, 오늘 이 자리의 성격과 의미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런 후 매형 폴을 먼저 소개 했다. 매형은 아직도 긴장이 풀리지 않아 표정이 굳어 있었지만 매우 똑똑한 발음으로 안녕하십니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폴 데이비스 라고 합니다, 하고 인사를 하며 정중히 허리를 굽혔다. 매형에게 집중 되었던 모든 시선이 일제히 큰형님의 얼굴로 돌려졌다. 큰형님은 무의식적으로도 매형의 입에서 영어가 튀어나올 거라고 생각했던지 잠시 멈칫 했다. 허지만 이미 병수네서 한 차례 겪은바가 있어 그런지 붉끗 하던 얼굴이 이내 본색으로 돌아갔다.
형님, 매형 한국말 잘합니다. 물어보실 것 있으면 말씀해 보세요. 무엇이던 막힘이 없습니다.
챤스를 놓칠리 없는 작은형이 잽싸게 다리를 놓는 바람에 그만 왁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큰형님도 어쩔 수 없었는지 허허, 하고 웃었다. 매형은 그렇게 잘 넘어 갔다. 그런데 찰스가 일어나자 분위기가 일변 했다. 큰형님의 표정이 몹시 굳어지는 것이었다. 이제 어쩔수 없다며 혼쾌하게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막상 그 대상이 자기 앞에 성큼 다가서자 불쑥 반감이 일어난 모양이었다. 애지중지 길러 유학까지 보낸 딸의 마음을 홀랑 빼앗은 대상이다. 게다가 판단이나 쉽게 할수 있는 동족이라면 모를터인데, 빛깔도 다르고 모양도 낮선 이국인이다. 새하얀 우유빛 피부는 안보이겠지만, 훌쩍 큰 키와 칼날 같은 코, 그리고 흔들거리는 긴 두 팔은 선글라스로 가려지지 않을 것이었다. 찰스도 매형이 하듯 허리를 깊숙이 꺽었다 펴더니 불러주셔서 감사 하다는 뜻을 매끄러운 영어 발음으로 말했다.
안영하시미카.
분명 지은이 가르쳐주었을 한국말을 그렇게 어설피 발음하며 찰스가 한쪽 팔을 큰형님 앞으로 쑥 내민 것은 그 직후였다. 처음엔 모두 찰스가 큰형님께 뭔가를 드리려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찰스가 큰형님과 악수 하자며 손을 내민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작은형과 나는 물론 테이블에 둘러앉은 모두의 눈이 왕방울만해졌다. 누구보다도 지은이 먼저 헤이, 찰스, 하고 손사래를 치며 일어났다. 지은의 행동으로 보아 둘 사이의 각본에는 전혀 없었던 것이 분명했다. 찰스는 이상하게 변한 사람들의 얼굴을 한 바퀴 빙글 둘러보더니, 뭐가 잘못되었느냐는 표정을 지으며 지은에게로 도움의 눈길을 돌렸다. 형님을 향해 내민 손은 그대로 버려둔 체였다.
절박한 순간이었다. 온 식구들이 한 걸음 한 걸음을 징검다리 밟듯 정성을 들여 걸어온 길이다. 이제 한 발짝만 더 내딛으면 안전한 뭍에 닿는다. 그런데 그 마지막 순간에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 아차, 하면 차거운 개울 바닥에 사정없이 나동그라질 판이다.
큰형님의 얼굴에 벌겋게 열꽃이 피었다. 거칠게 내쉬는 숨소리가 선명히 들렸다. 큰형님이 곰같은 몸을 벌떡 일으킨다. 그러더니 어떻게 생긴 놈 인지 자세히 보자는 듯, 거칠게 선글라스를 벗어 젖혔다. 아, 저양반이 이제 어떻게 하시려나, 나는 큰형님은커녕 작은형의 얼굴도 쳐다보지 못한체 굳어버렸다.
이런, 버릇없는 녀석이라니!
나는 그 소리려니 하고 고개를 벌떡 들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큰형님은 단지 목가래만 컴컴, 끌어 올린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큰형님의 오른손이 찰스에게로 쓰윽 내밀어져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악수를 하는 것이었다. 곰발바닥처럼 두터운 다갈색과 희다 못해 투명 하기까지 한, 전혀 다른 두 손이 악수를 하고 있었다. 멋적음과 어색함으로 생강 씹은 얼굴을 한 큰형님과, 그래 내생각이 옳았어, 하는 찰스의 의기 양양한 표정 역시 맞잡고 있는 손만큼이나 서로 다른 모습이었다.
허, 참. 이놈의 나란 여자나 애나... 어째 이리 악수를 좋아 할까...
큰형님이 웅얼웅얼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못들은척 했다. 찰스에게 붙들리고 남은 반대편 손에서 흔들리고 있는 큰형님의 청색선글라스에 정신을 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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