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이 소요하니...

2004.11.19 03:27

나마스테 조회 수:238 추천:14



                    이형

내 집 사랑방... 아니 목로주점도 아닌데 너스레를 떨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최영숙씨도 이 방에서 저를 호명했으니 할랍니다.
하기사 군자연하며 품위와 격조가 천정에 닿아 있는 목로주점이 세상천지 어디 있겠습니까.
필시 그런 주점은 썰렁 하기가 한국 불경기 맞은 식당 쥔장, 하마 손님 기다리듯 조용할 것은 불문가지이지요.

목로주점은 객적은 소리, 북적이는 사람들, 적당히 취한 흥겨움등이 어울러 져야 제 격이라고 볼수 있지요.
외상 손님만 빼고.

각설하고
왜 미국이 미국인가.
아름다울 美자를 쓰는 국명, 한국어로 작명된 세계의 나라 중 유일하게 아름다운 나라로 불리는 미국이냐. 그래서 美國인가.

아름다움의 반대말은 무엇인가.
간단하게 정의 한다면 아름답지 않다는 말일게고 그건 즉, 反美다.
이런 뜬 금없는 생각을 요즘 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버는 것보다 한국에서 버는 돈이 더 크기에 그노무 웬수인 돈 따라 이산 가족 가장의 입장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거지요.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미국은 결코 아름다운 나라가 아니라고 목청 돋우는 한국에 머물다 보니 조금은 곤혹스럽습니다.

그 말이 일방주의를 지향하는 미국의 정책을 반대하는 생각인지, 다른 정치적 함의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는 나는 모릅니다.
거대 담론적 발상이긴 하지만 반미 감정이 분명 존재하는 곳이 한국이지요.
그곳에서 몇 일 전 왔습니다.

그러나 호.불호를 떠나 그들의 반미反美생각에 한가지는 분명히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자마자 산도반들과 찾은 산정에서 그걸 느꼈다는 거지요.

                낮은 산

물이 낮은 데로만 모여 바다를 이루듯
산은 저희끼리 치솟아 산맥을 이룬다
물이 물끼리 모이듯 산은 산끼리 모여 산다

흐르는 게 물뿐일까
물 흘렀던 계곡 위로 가뭇하게 산도 흐르고
그 사이 사람도 따라 흐르는 가을 산행

옳다, 그르다, 다 맞다 죄다 틀리다는 그런 복잡한 정치적 함수는 나로서도 모를 일이지만 미국은 분명 美國이라는 것입니다.
그걸 어제 알았지요.
재미 산악회 21회 산악축제를 겸한 Point Mugu State Park 산행에서 나는 왜 미국인지 불현듯 알았다는 겁니다.

미국은 그 뜻 글 단어대로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황소 등짝처럼 펑퍼짐한 산정과 드넓은 초원과, 지구가 둥글다는 걸 보여주듯 눈앞에 펼쳐진 질펀한 바다.
때 맞춰 내려준 간밤의 비에 말끔하게 씻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가을 깊고 투명했던 하늘.
귀한 단비에 파르르 살아 난 초목들.
귓가를 스치는 바람에선 허브 향기가 나는 듯도 했습니다.

그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는 생각만으로도 나는 황홀했어요.  
그렇게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 또 다른 풍경이 될 거라는 상상에 즐겁고 신이 났습니다.  

흐르다 종내 눈빛에서 사라지는 수평선과
산정 억새를 흔들고 지나는 바람소리와
산비탈에 숨어사는 선인장 붉은 꽃이
느릿느릿 가는 가을을 사유한다  

산을 마주한 바다가 그윽히 갈아 앉고
산이 기른 숲에는 어느 사이 가을 깊어
여름내 신열 앓듯 무성했던 나무 잎새들은
저를 키워준 땅으로 붉게 낙하하고 있다

맞바람 속 순탄한 Mugu Park 하늘금 산마루 능선을 훠이훠이 걸으며 참 좋다, 참 좋다라는 말만 자꾸 떠올랐어요.
그래서 아름다울 美자를 쓰는 미국이다고 생각 들었습니다.
지금 한국 산정은 꽁꽁 얼어 붙어 있고 겨울 삭풍이 부는 때인데 가을 볕 따가운 산길을 간다는 것이 신기하더라구요.

귓 볼을 간지르며 흐르는 청명한 바람이 눈앞의 태평양을 건널 수 있다면,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그 사람들에게 이 느낌과 풍경을 전해주고 싶었지요.
아름다워 부럽고 눈물겹도록 아름다워 美國이라고.

껍데기는 가라고 외쳤던 시인 말대로
가을 산은 보낼 것 죄다 보내고
속까지 투명한 적막으로 만 남았는데
비워버린 산과 바다 사이
사람아, 아직 서성이고 있는가

버리고 온 세상 길 다시 찾아
이젠 하산을 서두를 때.



                 최영숙씨

반가워요.
시끄럽기가 공해 수준인 나마스테가 나타나자 당연히 엘에이 소설가 모임이 있었어요.
목로주점에서. 아니 소주타운인가?.
정겨운 목로주점이란 이름 놔두고 '소주타운'이라는 한문, 한글, 영어 합성어 간판을 쓰는 걸 보니 미국은 역시 미국인가 봐요.

이 주점 쥔은 목하 동의보감에 열중하고 있는 바, 요즘 몸이 좀 않 좋다고 하데요.
그것은 필시 본 구신의 잡고 늘어지기, 끝장보기 음주에 외상 버릇을 경계하려 미리 방어선을 친 것도 같습디다.
왜냐하면 한국 인사동 막걸리 집에서 본 얼굴 보다 한층 더 히여멀겋게 통통 살이 찐 모습이라 그렇습니다.

좌간 기혈의 운행과 섭생으로 건강을 지킨다!는 주장을 풀어 놓더니 쇠주 두 잔 묵고 말더라구요.
잘생긴 허연 얼굴에 아주 건강해 보였습니다.

조정희 선배가 아구찜을 내게 빗지고 있는데 그걸 산다고 하는 장소가 내 기억으로는 최선생 내외분과 함께 했던 집 같습니다.
아구찜 찾아 삼만리라고 한번 올 의향없으신지요.
그 날 누가 모였나는 이집 갤러리 사진 보면 알것 입니다.
*그날 가르켜 준대로 갤러리에 비밀번호를 쳐 넣고 아이디를 쳐 넣고 발광을 해도 안 올라가 글 윗쪽에 첨부했어요. 사진을. 그걸 클릭하시면 보입니다. 새벽 두시까정 영업한다는 안내문을 모독하고 열시에 나왔다는 걸.

너무 길게 쓰면 어제 술이 아직 안 깼다는 핀찬 들을 까봐 이만 줄입니다만 방선생님에게도 안부 전해 주시고 인연 되면 중국 이야기 많이 해 줘요.
나중 한국에 가면 시간 내서 나도 최선생 목로주점에 가서 너스레를 떨겠습니다.
술값... 외상 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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