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일이 있기로서니....

2005.10.17 22:32

최영숙 조회 수:262 추천:18

콜로라도에 안 오신 건 정말 섭섭합니다.
가을이야 어디서건 제 나름대로의 색을 갖고
있겠지만 그곳은 스테이트 이름부터 어딘지
가을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않아요.
"콜로라도의 달밝은 밤은~~"
노래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영낙없이 비행기 스케줄이 또 꼬여서
결항이 되는 바람에 예정 시간에 도착을 못했어요.
그리고 거기서 막춤 한번 추고 매스컴을 탔답니다.
중학교 시절에 무용 선생님이 고전 무용을 전공하셨는데
덕분에 우리는 고전 무용만 배우다가 끝났고,
이민 오기 직전 동네 근처에서 탈춤 무료 강습이
있길래 잠시 기웃 거린데다 저희 시대가 또 얼마나
요란스런 춤의 격동기였습니까.
어린 시절에는 미군들이 흘리고 간 레코드에서 흘러 나오는
스윙이, 담에는 트위스트, 맘보, 차차차, 또 뭐드라... 도돔바
룸바, 그리고 블루스는 너무 흔했지요. 그런 리듬에 젖어 살다가
쏘울이 나오고 고고,여기에서 탄생된 다이아몬드 스텝, 개다리 춤,
어깨털기 춤, 디스코, 트로트의 이차 전성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게다가 종친회 어른들을 모시거나
친척들 회갑 집에 가게 되면 영락없이 흘러 나오는 레파토리,
-아파트, 진정 난 몰랐었네....등등.-
이런 노래에 맞춰서 리듬을 타려면 다른 것 다 필요없어요.
막 추면 되거든요. 게다가 위의 여러 리듬이 믹스가 되어 버리니
정신 없이 빠져 들다 보면 종착역은 역시 관광버스 춤에 막춤,그리고
발바닥을 옆으로 떼었다 붙였다 하면서 추는 아파트 춤에서
끝나게 되지요.
선배님 계셨으면 더욱 진진한 시간이 되었을텐데요.
이 변명은 제가 노래를 못하기 때문에
'노래를 시키지 말고 차라리 춤을 추라 하세요'라는
저의 모토를 성실히 수행하기 위한 노력이 어떠했는가를
선배님께 보고 드리는 것입니다.

전 남 앞에서 노래 부르는 걸 싫어해요. 그리고 소리도 안나오고.
초등학교 사학년 때 학교 대표 독창자로 뽑혀서
열심히 연습하고 다른 아이들이 전부 알고 있었는데
실제 대회에는 한 학년 위의 언니가 나가 버렸어요.
고음처리가 잘 안되어서 전 짤렸거든요.
친구들한테 얼마나 창피하던지. 그 충격이 한 평생을 지배해 버렸어요.
근데 제 딸의 전공이 성악이예요.
제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아이가 그렇게 노랠 좋아해요.

아무튼 이 좋은 가을 날에 들리는 소식, 반갑습니다.
건강하시고 소식이 열매 맺으면 꼭!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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