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푸른 밤이

2004.01.10 05:20

이윤홍 조회 수:464 추천:31

깊고 푸른 밤이


우리는 그렇게 앉아있었지요
나의 어깨에다 머리를 기댄 건 그녀였는데
사실은 그녀의 향기로운 머리채 보다 더 아스라이 다가서는
초저녁이었지요
사실은 고요도 익을대로 익어 저 큰 나무 나뭇잎 하나 손놓는
소리였지요

우리는 그렇게 앉아있었지요
나의 무릎에 머리를 누인건 그녀였는데
사실은 그녀의 맑은 눈 속으로 이제 막 떠오른 별
하나였지요
사실은 서늘한 남서녘하늘 아미에 걸려있는 흰 조각구름
하나였지요

우리는 그렇게 앉아있었지요
나의 가슴속으로 들어선건 그녀였는데
사실은 수묵처럼 풀어지는 풍경이었지요
사실은 깊어가는 어둠속에서 그녀가 지핀 불이었지요

우리는 그렇게 앉아있었는데요
깊고 푸른 밤이 밤새도록 우리를 지나갔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 비, 조금은 더 깊어진 침묵 속에서 이윤홍 2006.09.22 265
21 이윤홍 2007.11.21 560
20 구월 이윤홍 2008.08.31 907
19 소리 이윤홍 2007.11.21 628
18 책의 향기 이윤홍 2007.12.27 734
17 나뭇잎, 그 배면을 보다 이윤홍 2007.11.21 648
16 아담 -이브 5- 이윤홍 2006.09.19 260
15 이브 -이브 4- 이윤홍 2006.09.19 126
14 나뭇잎 하나 -이브 3- 이윤홍 2006.09.19 152
13 능금 -이브 2- 이윤홍 2006.09.19 143
12 뱀 -이브 1- 이윤홍 2006.09.19 147
11 물소리 이윤홍 2004.04.01 442
10 헛것 이윤홍 2004.01.27 347
9 나, 불 댕겨버릴까 봐 이윤홍 2004.01.22 493
8 사랑 예보 이윤홍 2004.01.15 474
» 깊고 푸른 밤이 이윤홍 2004.01.10 464
6 새해 아침에 이윤홍 2004.01.04 513
5 목숨 이윤홍 2004.01.02 535
4 새해에는 이윤홍 2003.12.31 343
3 밤의 소리 이윤홍 2003.12.30 359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0
전체:
604,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