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2007.02.03 02:04
안개
밤 늦게
밖에 나간 아들은 돌아오지 않고
졸음겨운 소파위의 어머니는
멀리 밖으로 잠귀를 세운다
뒷 길 어디선가
자동차의 급커브에 채인 밤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고
벌떡 일어선 창 너머로
짙은 안개가 몰려온다
안개는
아들의 길 소리없이 삼키고
어머니의 눈도 빼앗아 버린다
닦아도 볼 수없는 창문을 열자
스르르 엉키며 들어서는 안개
뒷 걸음치는 어머니를 삼키고
거실을 차지한다
놀란 소파의 비명이
안개속에서 질식한다
- 어머니, 들어가 주무세요 -
일으켜 세우는 아들의 등 너머로
안개의 가는 꼬리가 감기고
이른 새벽이 불편한 듯 돌아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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