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상 시
2017.12.16 04:05
형상形象
그래드캐년, 수십억 년 시간을 새겨 넣은 절벽 바위
지구 탄생 이래 지금 이 시간까지
지구에 머물다 간 모든 인간의 형상이 다 새겨져 있다
아담과 이브의 얼굴에서부터
내 먼 조상과 내 아비와 애미의 얼굴까지
그리고, 내 청춘을 훔쳐간 수많은 아련하도록 괘씸한 그녀들
길 내려서 몇 발걸음 나아가다 다시 돌아보면
크고 작은 선으로 뒤덮인 묵묵무언 그저 거대한 바위 절벽
그러면 그렇지, 하는 순간
그 옛날 낮 익은 향기로운 여인, 내 곁을 스쳐지나간다
땀방울 송송, 손 내밀 듯 눈 마주칠 듯 지나간다
절벽 바위 위, 가늘고 요염한 선線 하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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