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나의 갈비뼈

2007.02.01 03:13

이윤홍 조회 수:498 추천:27

               그대는 나의 갈비뼈


               첫째 아들녀석이 제 방 책상머리 앞벽 옆벽을 온통 최진실 사진으로 도배해
             놓은 것을 보았을 때 나는 속으로  피는  못속이는구나하고  감탄을 하면서도
             아비의 체면으로 아들을 불러 엄숙히 훈계하기로 했습니다.
             "너가 아무리 그래봐야 너의 갈비뼈는 따로있으니 조용히 이야기할 때 진실이
             떼어버리고 엄마아빠 사진이나 붙여놓으면 어떻겠니? 아빠도 너만 했을 때
             세계에서 제일가는 미녀 오드리 햅번사진을 줄줄이 붙여놓고 바라보았지만
             결국은 아빠의 갈비뼈인 엄마를 만나지 않았느냐. 그러니 다 소용없는 일이
             니까 아빠의 충고를 들었으면 좋겠구나. "
             이렇게 충고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레지나의  싸늘하고  으시시한 목소리가
             전신을 조여왔습니다. " 아니, 내가 어때서요? " 갑자기 식은 땀이 나면서 다리
             가 후들거리더군요.
             결혼생활하고 계시는 분들이야 말안해도  잘아시겠지만  여자의 질투란 나이
             와는 상관없이 남편의 공상속의 여인에게는 더 심한 질투를 드러내보이는 것
             으로 그것은 이미 세상창조의 날 여성의 어머니인 이브로부터 물려받은 본능
             적인 것인바 이런경우에 남편된자는 모름지기 순간의 위기를 재빠르게 잘 넘
             겨야하는 순발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여자의 질투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말씀 더 붙여보면 이브가   세상에 태여나
             면서부터 단 하루도 안빼놓고 한 일이 무엇인가 하면 그것은 혼자 에덴동산을
             거닐다가 돌아오는 아담을 꼼짝 못하게 눕혀놓고는 갈비뼈를 세어보는 것이
             였습니다. 만일 아담의 갈비뼈가 하나라도 없어졌다면 아담은 그만 이브의
             날카로운 손톱에 가슴이 몽땅 파헤쳐져... 생각만해도 끔찍하지 않습니까.
               각설하고 레지나의 목소리에 놀란 나는 재빨리 방어태세를 갖추면서 부드럽
             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 당신? 당신 좋지." "밑도끝도없이 무엇이 좋다
             는 거예요?" " 응, 내 갈비뼈로 좋다는 거지." " 흥. 말돌리지 마세요. 내 말은
             내가 당신의 오드득 뼌가 뭔가하는 배우보다 어떠냐는 거예요.
             허,허,허, 내 참. 부부싸움이라는게 이렇게도 시작될 수 있는거군요. 그런데
             아들녀석은 옆에서 싱글벙글 웃으며 아빠 엄마의 말다툼을 즐기는 눈치였습
             니다. " 당신은 아름답고 예쁘다기 보다는 활달한 매력 즉, 다른 여인이 갖고
             있지 못한 매력을 지니고있지. 나만이 볼 수있는 유니크한 당신의 매력.
             다른 남자들 눈에는 별볼일 없어도 나의 눈에는 틀림없는 나의 갈비뼈였으니
             까. 사실 지금도 그렇고. 그리고 옛날에 연애할 때 당신이 그랬잖아 - 그대의
             가슴은 나의 영원한 고향이라고- 그 말에 내가 넋이 빠져서 말했지. - 하느님
             이 가련한 그대를 창조하시여 이 험한세상의 수많은 늑대들 한 가운데 홀로
             놓았으나 무시무시한 늑대가 그대를 가로채가기 전에 내가 먼저 찾아낸 나의
             갈비뼈라고. -  
             그러자 아내는 킥킥거리며 나의 풀밭같은 가슴을 주먹으로 쿡쿡치면서 " 소설
             쓰시네."하고는 부엌으로 들어가는거 였습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
             다. 하마트면 아들 앞에서 망신당할뻔한 순간이였으니 말입니다.
             그 때 아들이 말했습니다. "책에서 읽었는데요, 진실이 사진을 걸어놓고 자꾸
             바라보면 진실이 닮은 여자를 만날 수있다고 하던데요. "
             나는 아주 한심한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면서 조그맣게 말했습니다. "아빠를
             보아라." "아뇨. 엄마를 보세요." 어느틈에 아내는 내 뒤에 서서 우리의 이야기를
             다 들었나 봅니다. " 그래,그래, 아빠를 보아라. 오드득 뼈 사진만 들여다 본
             덕분에 엄마를 만나게 된거 아니겠니. 네말이 맞다. 진실이 만세."
               그날밤 나는 잠들기 전에 하느님께 기도를 올렸습니다. " 하느님, 이 세상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 아무리 강성한 것도 유순해지고 모든
             힘이 다 달아나게 만드셨으면서도 유독 갈비뼈만은 그 반대로 처음에는 갸날
             프고 힘이 없어도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더 억세지고 사나워져서 갈비의 고향
             도 꼼작 못하게 만드신 이유는 무엇인지요.
             주님, 이번 사순절중에는 이 세상의 모든 남편들을 위하여 갈비뼈도 때가되면
             부드러워질줄아는 지혜를 지니게하여 주옵소서. 그것이 힘드시면 갈비의 고향
             에게 만이라도 버틸 수있는 힘을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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