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서
2007.02.10 09:13
꽃밭에서
데스칸소 가든*엘 갔습니다
75종 2만2000송이의 튤립이 피어있는 곳
봄 보다 먼저 제 철을 만난 꽃들에 눈이 빠져
그만 그녀를 잃어 버렸습니다
꽃만 보이는 꽃밭을 왼 종일 헤매다가
그녀가 꽃이 된걸 꽃속에서 알았습니다
무슨 빛의 튤립이 되었는지 알려나 주시지
화려하게 만개한 저 많은 꽃들 중에
어느 꽃이 그녀인지 알 수가 없어
이제 막 자태를 드러내는 보라 빛 튤립들을 향해
"여보" 하고 큰 소리로 불렀습니다
오호,
그 많은 튤립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리더군요
그녀가 화들짝 놀라 옆구리를 콕 찌르며
"미쳤어" 하는 말에
꽃들이 목 젖히며 까르르 웃어대고
봄바람탄 상춘객도 깔깔대는 바람에
그녀 손 잡아끌고 꽃밭 깊이 뛰어들었습니다
머리카락 보일라 꽃속으로 꼭꼭 숨었습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02 | 소리 | 이윤홍 | 2007.11.21 | 628 |
201 | 백곰 | 이윤홍 | 2008.02.14 | 612 |
200 | 여자의 아침 잔소리는 남자의 수명을 단축 시킨다 | 이윤홍 | 2007.02.02 | 586 |
199 | 야외미사 | 이윤홍 | 2008.02.14 | 581 |
» | 꽃밭에서 | 이윤홍 | 2007.02.10 | 563 |
197 | 물 | 이윤홍 | 2007.11.21 | 560 |
196 | 나비, 가을의 환(幻) | 이윤홍 | 2006.11.03 | 556 |
195 | 그리움의 문제 | 이윤홍 | 2007.02.25 | 549 |
194 | 삼월 -1- | 이윤홍 | 2008.02.26 | 545 |
193 | 목숨 | 이윤홍 | 2004.01.02 | 535 |
192 | 성당안의 장식용 모자이크 창문 | 이윤홍 | 2007.01.26 | 530 |
191 | 새해 아침에 | 이윤홍 | 2004.01.04 | 513 |
190 | 그대는 나의 갈비뼈 | 이윤홍 | 2007.02.01 | 498 |
189 | 나, 불 댕겨버릴까 봐 | 이윤홍 | 2004.01.22 | 493 |
188 | 벌 집 | 이윤홍 | 2006.12.21 | 481 |
187 | 매일 주고받는 덕담(德談) | 이윤홍 | 2006.12.17 | 480 |
186 | 파고다 공원 앞에서 노래 부르는 타고르 | 이윤홍 | 2007.02.03 | 478 |
185 | 사랑 예보 | 이윤홍 | 2004.01.15 | 474 |
184 | 나의 사제, 부르노 | 이윤홍 | 2007.02.14 | 470 |
183 | 깊고 푸른 밤이 | 이윤홍 | 2004.01.10 | 4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