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 야외시장
2007.01.31 10:07
고물 야외시장
파장 무렵
일찌감치 자리를 떠나려는 상인들의 차가
제 무게의 몆 십 배로 다시 쌓이는 잡동사니에 눌려
여기저기에서 가릉가릉 허파 끊어지는 소리들을 내고있다
동전 몇 잎으로 찾아낸 한나절 작은 행복이
저마다의 플라스틱 백 안에서 달그락거리고 있다
좌판 한쪽 구석에서 팔리지 않는 꿈을 팔고있는 아빠 대신
하루를 접고있는 열 대여섯 살 난 계집아이는
오가는 사내의 눈 속 깊이 사진을 박고 있다
파킹랏 두 자리에 제멋대로 쌓여있는 원서原書들 속에서
공동번역 성서 한 권이
낭랑한 모국어로 말씀을 봉독奉讀하고있다
장터를 찾아왔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상인들도 떠나간 자리마다
폐비닐이랑 온갖 쓰레기들이 넉넉하게 자리를 잡고
오가는 바람과 흥정을 하고 있다
그림자가 점점 엷어지는 사내 하나
그 자리에 서 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2 | 빗소리 | 이윤홍 | 2007.02.03 | 192 |
101 | 무당 벌레 | 이윤홍 | 2007.02.02 | 192 |
100 | 기도 | 이윤홍 | 2006.12.23 | 192 |
99 | 올드 타이머 | 이윤홍 | 2007.02.03 | 191 |
98 | 그녀를 따라 | 이윤홍 | 2007.01.31 | 191 |
» | 고물 야외시장 | 이윤홍 | 2007.01.31 | 190 |
96 | 사진 찍는 날 | 이윤홍 | 2007.02.03 | 189 |
95 | 안개 도시 | 이윤홍 | 2007.02.03 | 186 |
94 | 거미줄 | 이윤홍 | 2007.02.03 | 185 |
93 | 어깨 | 이윤홍 | 2007.02.03 | 185 |
92 | 첫 눈(1) | 이윤홍 | 2007.02.03 | 183 |
91 | 막연한 그리움 | 이윤홍 | 2007.02.02 | 183 |
90 | 중독 | 이윤홍 | 2007.02.03 | 182 |
89 | 노릇하기 힘드네 | 이윤홍 | 2007.02.02 | 181 |
88 | 개만도 못한 하루 | 이윤홍 | 2007.01.31 | 181 |
87 | 하늘 | 이윤홍 | 2006.09.25 | 181 |
86 | 사막이 사막인 이유 | 이윤홍 | 2007.02.03 | 180 |
85 | 노인, 그 깊은 그늘 | 이윤홍 | 2006.12.17 | 178 |
84 | 어째서 사랑이 | 이윤홍 | 2007.02.03 | 177 |
83 | 그 곳 | 이윤홍 | 2007.01.31 | 1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