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낡아지게 하소서

2007.02.02 10:42

이윤홍 조회 수:126 추천:14



          더 낡아지게 하소서





          주님
          이제쯤이면
          세상과 부딪치는 일없이
          살아갈 때도 되었으련만
          아직도 풀 먹은 빳빳한 성깔이 날을 세울 때는
          닿는 곳마다 상처가 납니다

          돌아보면
          지나온 곳마다 성한 곳 없고
          시뻘겋게 입벌린 생채기들이 여기저기에서
          아프다 아프다 외쳐대고 있습니다

          주님
          새해에는 더 낡아지게 하소서
          꼭 쥐어짜면
          마지막 남은 성깔 한 방울까지 떨어내고
          닦을수록 순해지는
          그런 걸래가 되게 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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