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염장이에게 들은 말 / 이승하

2007.02.0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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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은 염장이에게 들은 말/ 이승하 낭송/유현서



      누구나 꼭 한 번 죽는데
      목숨대로 살다 편안하게 죽는 기
      그기 그리 쉬운 기 아이다
      내 한평생 염하다 보이
      사고로 동강난 송장 염하기
      얼어 죽어 굳은 송장 염하기
      만삭이 다된 부인 염하기
      안 해 본 기 없다마
      남녀 노소 남남북녀
      고관 대작 장삼이사
      안 만져 본 송장이 없다마
      관 하나에 두 살마 넣어서는 안 되는 법이라
      나 원 참 요새는 빙운서 얼라 꺼내지만
      만삭으로 죽은 부인의 하문에
      손 쑤욱 집어 넣어 억지로 꺼내모
      핏덩이는 싸늘히 식어 있었지러
      쌍디도 죽은 몸에서 끄집어내봤지러
      그 얼라의 혼도 있을라나?
      있으모 저승으로 갔을라나?
      내가 뜬 눈 쓸어 감게 주고
      내가 턱 로여 입다물게 하고
      내가 칠성판에 눕힌 송장의 수가 멫인지
      알 수가 있나
      참 더럽게 산 자나
      참 깨끗하게 죽은 자나
      송장은 그기 다 소중한 기라
      향나무 담근 따신 물로
      머리부터 감기고 얼굴을 씻기고
      수건에 향물 축여 몸도 씻겼지러
      버드나무 숟가락으로 쌀을 퍼
      세 번 입에 넣는데, 넣을 때마다
      천 석이오! 오천 석이오! 만 석이오!
      참 많이도 외쳐댔지러
      수의를 다 입히고 나면
      염포를 일곱 조각으로 잘라 송장을 묶지러
      여자는 아래부터 먼저 매야 하는데
      그래야 항문과 하문에서
      추깃물이 흘러 나오지 않거든
      제기랄 그래 봤자 썩을 걸 누가 모르나
      누가 모르긴 아무도 모르지
      죽을 걸 알모 이렇게들 살어?
      귀신 될 걸 알고도 이렇게들 살어?



      *빙운, 얼라, 쌍디, 따신은 병원, 아기, 쌍둥이, 따뜻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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