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 이윤홍 낭송/유현서

2007.02.01 21:53

유리미소 조회 수:523 추천:7





    가지/이윤홍 낭송/유현서




    산고 産苦의 열熱이 심해서 그랬는지
    그도 아님, 덩치 큰 바람이 맷집좋은 엉덩이로
    깔고앉아 그랬는지
    제 몸 하나 가누지못한 가지가
    땅으로 머리를 쳐박고 있다
    속 뼈가 보이도록 허리 꺽은 가지가
    한 점 피부로 겨우 붙어있는 가지가 꽃을 피웠다
    하늘로 곧추 선 가지들 보다 더 기를 쓴 모양인지
    그들보다 열배는 더 넘게 꽃을 피워내서는
    오가는 이들을 가로 막는다
    아무도 가지가 피워낸 꽃을 피해가지 못한다
    아니, 피하려고 하지않는다
    정신없이 걸어오다 부딛친 사람들은 꽃인 줄 알고
    머리를 한번 더 살그머니 부딛쳐 본다
    그때마다 이마엔 꽃이 새겨지고 꽃향기가 난다

    가지는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싶었을게다
    제 허리를 꺽어서라도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었을게다
    내려서는 길만이, 낮아지는 길만이 다가가는 길임을
    알았을게다

    잡아당기면 그냥 툭- 끊어져 버릴것같은 저 가지가
    끊어질까 오히려 안달하는 사람들이 가지 주위를
    조심스레 돌아서 간다

    가지의 꺾여진 자리가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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