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야, 또 시집가나 /염동진

2007.02.02 17:41

유리미소 조회 수:407 추천:10








    누나야, 또 시집가나 /염동진 낭송/유현서


    누나야
    엄니가 바늘장수에게 꽃신을 부탁했던 때가 꼭 이맘때였었는데
    흑청화(黑靑花) 목깃 두 번쯤 움추렸을 뜸부기가 뜸 뜸하며 울던 저녁
    아부지 빈술병을 씻어 자줏빛 과꽃 한 송이 꽂아놓고
    빨갛게 숙이고 다니던 때가 꼭, 이맘때였었는데
    법랑 그릇 몇 개 얹은 서랍장을 싣고 달달거리던 용달차
    따라가고 싶던 때가 꼭, 이맘때였었는데

    ㅡ 무슨일이 있던 너는 인자 그 집 귀신인겨!

    호령 같은 아부지 일갈에 시집 가는 누나를 영영 못 보는 줄 알고는
    엄살가슴에 부항단지 올려놓고 한 사날 잘 놀았는데

    누나야
    또 시집가나
    지금도 그때처럼 무논에선 뜸부기 울고 능소화 밑에는 빨간 과꽃이
    한창이야

    누나야
    지금도 그때처럼
    달팽이의 빈집이라도 가슴에 얹고 부항놀이 해 볼게
    산 귀신으로 돌아왔어도 아부지는 없었잖아
    서랍장 놓고 돌아왔어도 아부지는 없었잖아...

    누나야, 또 시집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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