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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16.08.15 06:56

흔들리는 집 / 해설 (임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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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해설]


임헌영(문학평론가, 중앙대 겸임교수)

 

 

모하비 사막의 샤갈

이월란의 시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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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받은 언어로는 허기진 시인

 

 

시란 악마의 술이다고 한 건 아우구스티누스였다. 그래서일까, 이월란의 시는 빼앗긴 낙원의 언어처럼 달콤하고 자극적이다. 언어의 요리에 혀를 대면 그냥 스르르 녹아나는 시적 이미지들이 환상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 달콤함은 갓 달아오른 사랑이나 꿈을 이뤄낸 순간의 자족, 혹은 남보다 우월한 능력과 소유에서 솟아나는 삶에의 환희에서 나온 게 아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역겨울 것이다. 어설픈 인생론의 전개 역시 아니다.

 

요즘 한국 시들이 겪고 있는 노장의 발바닥을 핥는 것 같은 인생이란 그저 그런 거야는 식의 교훈 아닌 듯 위장한 인생무상 설교시에 신물이 나는 판이 아닌가.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그런 노장사상의 재탕도 아닌 백탕, 아니 천탕 만탕이 오늘날 우리 시단의 대세라 거기서 벗어난 시를 보고 싶다.

 

이월란은 그 생활 무대가 한반도를 벗어난 탓인지 이런 병폐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 시가 우선 신선하다. 거기에다 미국 대륙에서도 우리 동포들이 한국어로만 살아가는 다인종 국가 안에서의 집성촌아닌 유타 주에 뿌리를 내렸기에 한국적인 선입견이나 지적인 관념의 공해가 없다. 모하비사막의 양귀비나 선인장처럼 그녀의 시는 무공해의 산물이다. 모하비사막의 샤갈적 접근이란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지구상의 많은 사막을 두고 구태여 모하비를 들먹이는 건 분방한 상상력으로 엮어낸 시적 이미지가 저 드넓은 모하비의 하늘에 뜬 여름구름처럼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그저 보통사람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성공과 좌절, 따분함과 애태움에 대하여 이 시인은 안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 누구나가 겪는 보편적인 고뇌를 샤갈풍으로 이미지화시켜 내는 게 친근감을 준다. 이월란에게는 어떤 문학적 이즘이나 문단적 소속감이 느껴지지 않는데 그 신선함이 곧 자산이다.

 

차라리 그녀에게는 나는 선도 악도 품는다. 아무렇게 말하는 것도 허용한다/ 자연이란 거리낄 것이 없고 원래의 에너지를 가진 것(I harbor for good or bad, I permit to speak at every hazard,/ Nature without check with original energy.)”이라는 월트 휘트먼의 건장한 시세계가 제격일 것이다.

 

저 광막한 모하비에서 바람이 오라 손짓하면 언제든지 따라갈 수 있는, 그러나 비우면서도 다 못 비우는 한없는 욕망의 존재로서 견딜만한 슬픔과 즐길만한 외로움을 간직한 채 번지점프를 꿈꾸는 시인 이월란.

 

그녀에게 나쁜 시란 달콤하고도 말랑말랑한, 애매해서 도무지 안개 같은 시/ 암컷과 수컷 간의 사랑 일색으로 식상한 연시풍의 시/ 자기감정을 과장해서 덧칠하는 일에 시간을 낭비한 시/ 일회성의 공허한 유희만 있을 뿐 삶을 관통하는 반성적 성찰이 없는 시/ 안일한 감상주의와 자아 분열적 글쓰기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시/ 상황의 개연성도 개성도 없으며 시 정신을 철저히 망각한 시/ 시류적인 어투와 관념어, 클리쉐(cliche)로 일관된 시/ 불필요한 산문형식과 억지로 만든 흔적이 앙상하게 드러난 시/ 삶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개안이나 절실한 감동이 없는 시/ 절제와 균형이 부족하여 추상적 관념의 나열로 마무리된 시/ 비문, 오문의 남발과 시적 사유가 부족한 시”(나쁜 )이다.

 

이렇게 읽고 있노라면 이 시인이 겁도 없이 한국 시를 비아냥대는구나 여길 테지만 정작 그 공격의 겨냥으로 삼은 건 오늘의 한국시가 아니라 바로 자신의 시가 여기에 해당된다는 겸양의 미덕을 발휘한다. “엄마, 나쁜 시인 줄 알면서도 계속 나쁜 시를 쓰고 있는 난 나쁜 시인이에요.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이기보다는 시 같지 않은 시를 쓰는 인간 같은 인간이고 싶은......”(위와 같음) 이라고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자신을 시는 못 써도 인간이고 싶다는 구절이 이월란을 오히려 더 시인으로 돋보이게 만든다. 그래, 차라리 시인은 아니어도 좋으니 인간이 되라는 말을 들어야 할 분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가.

 

이월란 시인은 배급받은 언어로는 늘 허기가 지는 체질이다. “사랑 위엔 또 다른 사랑이 있어 닿을 수 없었고, 그리움 속엔 또 다른 그리움이 있어 들여다 볼 수 없었고, 외로움 옆엔 또 다른 외로움이 있어 아직도 다 안아보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고압전류가 나를 뇌사시키기도, 부활시키기도 했다.”(카시오페이아)고 그녀는 고백한다.

 

빼앗긴 낙원의 언어가 화석처럼 피하에 새겨져 있기 때문인지도, 추방당한 에덴의 멜로디가 오감 속에 흐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고 또 해도 허탈해지는 우리들의 말, 아끼고 또 아껴도 가난해지는 너와 나의 언어. 고통을 식별하는 장치는 오늘도 너무 헤프게 작동하고 있다.”는 이 시인의 말은 바로 오늘의 한국시가 직면한 답답한 시단에 대한 진단서이기도 하다.

 

2. 비를 갈구하는 사막

 

인간, 사람다운 사람을이 시인은 늑대, 여우, 사자, 살모사, 살쾡이, 스컹크...... 모두 모두 사이좋게도 살고 있다/ (......)/ 이제야 말이지만, 육신의 우리 안에 개미새끼 한 마리 키우지 않는 인간을 내가 본 적이 있었던가”(사육)고 정의 내린다. 삭막한 사막도 생명을 품는데 하물며 인간이 생명을 품지 않을 수 있느냐는 우주의 섭리인 모성을 그녀는 인간다움의 첫째로 꼽은 것이다. 그렇게 육신이나 정신이 남의 생명을 품었을 때 야기되는 아픔을 시인은 문신으로 표현한다.

 

새들이 날아오고 바람도 집을 지어요 나무처럼 뿌리 내리다 새처럼 날아가는 맨발의 인연들 그이와 들길을 걷고 싶었을 땐 한 쪽 팔 가득 들꽃을 심었어요 낙엽이 떨어지면 낙엽이 되고 싶어 발목 가까이에 낙엽을 찔러 넣었구요 난 가을나목 같은 거리의 분홍녀지만 백계 러시아 소공주의 얼굴이 가슴에 새겨져 있답니다 호수에 내 얼굴을 비춰볼 땐 나르키소스처럼 수선화가 되고도 싶었죠 누군가 등 떠밀어 나와 본 세상은 그렇더군요 나를 기다리고 있던 마네킹 같은 몸속에 잠시 머물다 가는 거지요 나를 사랑하고 싶었어요 오늘은 호면같은 허벅지에 파문을 새기러 가요

-문신중에서

 

문신, 여기서는 바로 삶의 상처의 은유다. 상처 없는 삶이 없지만 그 상처가 두렵거나 손상을 가져다 준다고 피하는 건 사람다운 삶이 아니라는데서 시인의 문학적 창조는 이뤄진다. 그러기에 이월란의 시는 곧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면서도 모든 생명과 그 아픔을 푸는 모성에 바탕하여 그로 말미암은 문신 같은 상처로 남거나 그 아픔을 치유해 낸 분비물에 다름 아니니데 그게 바로 이다.

 

온 몸이 항문이다/ 별을 보면 별똥이 마렵고/ 꽃내를 맡으면 꽃똥이 누고 싶다/ 인분이 때론 너무 독한 거름이라던가/ 진실을 똥처럼 끌어 덮는 인간들에게/ 글발 독한 똥물 세례가 퍼부어지기도 한다네/ 온갖 천태만상들을 눈에 넣었어도/ 시린 가슴팍에 고였다 나온 탓인지/ 눈으로 나오는 눈물똥은 언제나 맑고 투명하다/ 사지로 뜯어 먹은 분기탱천했던 욕기들/ 삭고 또 삭아 고물고물 기어 나온다/ 쉽게 곤비해진다는 오감 중의 후각/ 똥을 싸다가 자기 똥 냄새가 역겨워 화장실을 뛰쳐 나온 인간이 어디 있다던가/ 오늘도 지린내 풍기며 싸놓은 마음의 똥들이/ 쿠린내에 만성이 된 코앞에서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글방에 쌓이는 저 똥들을 언제 다 퍼낼꼬//

-전문

과연 이게 그저 똥일 따름이지 않음은 이내 진주에서 드러난다. 아픔도, 분비물도 다 영혼의 창조인 진주임을 이 시는 보여준다.

결코 원치 않은 불치의 종양/ 감싸 안고 가야 할 인고의 세월을 딛고/ 전신의 진액으로 부둥켜안은 아픔이 촉순이 되어/ 눈부시게 영근 소반만한 세상 끝날/ 누군가에게 전해져, 잊지 못할 / 사랑이 되고/ 기쁨이 되고/ 선물이 되고/ 영원을 향한 부장품이 되는/ 환생한 애고지정(哀苦之情)/ 대지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그대, 눈물의 보옥이었네라//

-진주중에서

진주만이 아니라 꽃씨까지도 한 시절 앙심어린 꽃 세월로/ 눈 띠 숨긴 절정의 언어// 허방 한 뼘 환히 살아낼/ 어무린 등잔 같은 생명// 단단히 여문 그리움 닮은/ 눈먼 기다림이었네”(꽃씨)로 승화되어 나타나는 게 상처에서 나는 진주로 상징된 시적 영혼의 결정체다.

이렇게 노래하는 시인의 바탕이 모성임은 이미 밝혔지만 정작 그 모성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게 무얼까 궁금해 할 필요가 있을까. 삼라만상의 원리인 사랑임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터이지만 그래도 어느 시인에게서든 사랑 노래를 그냥 넘겨버릴 수는 없다. 더구나 모하비 사막의 선인장 사랑을.

당신과 밥을 먹습니다/ 당신은 밥을 먹고 있는데/ 나는 당신을 먹고 있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집니다//

-사랑전문

사막이 비를 먹는 형상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갈증 타는 한 세상에서 인간은 누구나 풍요로운 샘물을 발견하지 못한다. 아니, 설사 넘쳐나는 샘물이 바로 옆에 있다한들 인간은 그 샘물 맛을 모른 채 시선을 먼 곳으로 향한다는 본성까지 이 시는 암시하고 있다.

그러기에 시인은 바람이 오라 하면 나 따라 가겠어요”(바람이 길 4)라고 읊는다. 그러나 맨발로 허겁지겁 따라가다 멈칫 뒤돌아도 보겠어요라고 소돔을 떠나는 롯의 아내처럼 미련을 둔다. 누군들 그러지 않으랴. 그러다 인생 망친 경우가 한 둘이 아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나? 여기에 시인은 이렇게 답한다. “그렇게 세월을 허비했다 혼쭐이라도 난다면/ 저 바람 탓이라 베시시 웃고 말겠어요.” 플라스틱 섹스세대다운 발상이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노마드의 삶 자체가 원래 그런 게 아니었던가. 넉넉한 미 대륙이 품고 있는 낙천성이 건장하게 꿈틀거리는데, 그 정령이 곧 <광녀>를 연상한다.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보헤미안처럼 정처 없어진 사랑에/ 우린 잠시 가슴 저렸을 뿐인데/ 그녀의 달아난 가슴은 평생 돌아오지 않는다.”

사막에 뿌리 내린 선인장이 얼마나 별과 하늘과 바람과 먼 다른 대지은 꿈꾸는가를 정작 그 꿈이 실현되어 떠난다 해도 자신의 고향을 못 잊는가를, 설사 갔다가 돌아온대도 떠돌던 그 낯선 바람의 향기를 못 잊는 것을 이 구절은 담아내고 있다.

3. 빅세일 광고로 덫을 놓은 인생

사랑시에서 그녀는 나쁜 시라고 분류한 섹스를 은유로만 녹여낸다. 사랑의 바탕은 섹스에 못지않게 존재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존재의 가치매김으로서의 실체를 그녀는 울음으로 상징화 한다.

대체 어떤 짐승의 소리로 울어야 하나, 나의 몸을 검색한다. 사랑도 검색 당하고 진실도 검색을 당하는 세상. 내 몸 어딘가에 오래 전 삼킨 울음의 끝자락이 살짝 보일지도 모른다. 성대는 비어 있다. 짐승의 이름은 업그레이드가 중지되어 사실상 음성파일의 기능은 마비되어 있었다. 음메에 소, 꿀꿀 돼지, 휘이힝 말, 멍멍 개, 야옹 고양이, 메에에 염소,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나의 울음소리는 이 집안에 없다.

-포효중에서

울음이란 존재의 증명이고 존재란 사랑의 발광체이다. 그래서 울음은 곧 사랑의 전파탐지기이다. 새와 짐승이 울 때는 존재의 시원인 먹이나 사랑의 짝을 찾는 것이 아니던가. 시인도 소처럼 돼지처럼 말처럼 포효하고 싶을 때가 어찌 없겠는가. 그러나 그럴 때마다 시인은 그립다는 것은 번개처럼 보였다 사라지는, 두 눈이 번갈아 저지르는 착시인 줄 알았던 거지. 그립다는 것은 한 시절 피었다 저버리는 저 간사한 꽃 같아서 마음이 걸어오는 수작인 줄만 알았던 거지.”(그리움의 제국)라며 그 불길을 진화한다.

이런 원초적인 생명욕의 의지의 표상으로서의 인간상을 이월란은 미주 원주민에게서 찾는다. 그랜드 캐년과 인디언 보호구역인 Arizona Page City를 다녀와서 “74,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에 보호구역 속에 감금되어 있는 원주민들의 독립을 생각하며썼다는 시 붉은 남자 Red Man는 북아메리카 원주민(redskin)Cherokee 족인데, 시인은 그들을 일러 땅이 사람에 속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땅에 속한다는 뜨거운 신앙을 품고/ 사막 위에 낮게 엎드린 움막을 닮아 있는 저 비운의 민족으로 정의하면, “평원 위에 살아 숨 쉬는 혼백을 두고 불모지의 늪으로 밀려난 대지의 주인이라고 풀이했다. “엉덩이를 까보면 푸른 몽고반의 흔적이 남아 있을 것도 같은그 친근감은 혈통주의나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진정한 대지의 주인으로서의 인간다운 삶의 전범(典範)으로 시인은 다가서고 있다.

이런 인디안들의 시각에서 보노라면 현실이란 검색 리스트에 오른 지는 오래되었다. 위험한 수배자가 된 지도 오래되었다. 잡히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도 저 끈질긴 미행을 따돌릴 재간은 없다.”(도망자). 그들만이 아니라 후기 산업 사회에 살고 있는 문명인은 누구나 체포영장이 없는 도망자임을 부인할 수 없다. 문명으로부터, 부와 권력과 명예로부터 쫓기고 있는 현대인의 운명이 곧 추방당해 보호받는 영원한 디아스포라인 인디언과 무엇이 다르랴.

디아스포라에게는 언제나 고향상실의 아픔이 작용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슬픔의 품목이 한 가지 더 있다. “이승의 향기가 단지 슬픔뿐이었다고하면서도 정작 삶이란 한없는 욕망, 존재”(가연(佳緣)가 아니던가. 그래서 시로도 풀 수 없는 존재의 미망이 방향 잃은 커서처럼 파르르 떠는 게 우리네 생명인가.

가슴 화면 스치던/ 무심한 커서/ 익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얼어붙은 두 발/ 움직이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깜빡/ 깜빡/ 깜빡//

-미망(未忘)전문

자아의 존재 인식을 이 시인은 비행정보로 간략히 재치 있게 나타내기도 한다.

나의 비행 정보 : lwl.gazio.com

* 현재 비행 고도 : 견딜만한 슬픔, 즐길만한 외로움, 매장량이 불확실한 눈물의 고빗사위
* 현재 비행 속도 : 뇌세포의 노화로 망각의 순간들이 쌓여 지나는 시간들이 자꾸만 빨라진다고
느끼지만 착각일 뿐이며 정상 보폭으로 비행 중
* 현재 바람의 속도 : 시도 때도 없이 순풍과 강풍이 뒤섞여 불고 있음
* 목적지까지 남은 시간 : 행복과 불행의 간격만큼
* 목적지 현재 날씨 : 보시기에 좋았던 창조 직후의 날씨
* 목적지 현지 시각 : 4차원의 알파와 오메가

-비행정보중에서

미망비행정보에 반영된 자아의 존재의식은 현대 첨단문명에 의탁한 포스트모더니즘적인 기법으로 참신하게 다가선다. 이런 기발성이 이월란을 충동질하며 시를 다양화시킨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시인은 쇼핑에서 뭘 살까 기대하는 독자의 상상력을 뒤엎고는 나를 사러 간다/ 나는 세상 곳곳에 파수병처럼 진열되어 있다.”고 뒤통수를 친다. “명품도 싸구려도 아닌 중저가의 몰로 간다. 나는 중년이며 중산층이다. 이 어중간한 넉살은 고가로도, 저가로도 감당이 안 된다.”는 이월란의 너스레.

“Sale, Sale, Sale, Sale, 세상은 손해 보지 못해 안달이 난 것처럼, 빈민구제 하듯 빅 세일의 광고도 덫을 놓지만 인생에는 에누리가 없다는 것을 난 진즉에 알아봤어야 했다는 시인의 넋두리는 나를 사고 싶다. 암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하는지 어느 날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기도 하는 나를......” 사겠다며 시장(곧 세상)을 헤매고 있다.

바로 이월란 시인의 모하비 사막의 양귀비 같은 자아 인식 방법이다. 아무리 황량한 벌판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는 시인의 기지다. 바로 샤갈적 상상력과 이미지의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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