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99
어제:
255
전체:
4,969,091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8.31 16:26

할러데이 편지

조회 수 230 추천 수 1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할러데이 편지


                                                                                               이 월란




내일은 푸른 눈들의 휴일입니다
검은 눈동자를 가진 우리들도 가두어진 목숨 한 줄기 풀어놓아 보겠습니다
Labor Day, 우린 유산의 진통으로 죽은 아이를 매일 낳아도 보았습니다
혀꼬부라진 기층말로 대거리질 놀려, 이삼일 무너져 놀다 오신다 하였습니까
향토예비군처럼 줄지어 희망을 눌러쓰고 목멘 함성 아끼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빈둥빈둥 마른 몸이 또 축나도록 숨가쁘게 지켜 온 자유이민의 땅은
모음과 모음을, 자음과 자음을 잇다라 찍었을 땐
여지없이 영어로 바뀌어버리는 세상이었습니다
우리들의 자판에선 모음 다음엔 자음이 와야 했습니다
자음 다음엔 어김없이 모음이 와야 했습니다
유치부 수준의 아주 쉬운 발음도 가끔 한컴사전을 의지합니다
L.O.V.E.라는 음절 속에서 나는 미치도록 ㅅ.ㅏ.ㄹ.ㅏ.ㅇ.하고 싶었습니다
어제 클리블랜드의 미술박물관에서 왔다는 Monet to Picasso의
전시회를 뚫어져라 관람하고 왔습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작은 조각상이었습니다
커트리나로 피난 중이던 뉴올리언스엔 구스타브란 허리케인이 몰려 오는 중이랍니다
시속 130마일을 견딜 수 있는 스타디움이 150마일로 달려오는 태풍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내륙 깊숙한 이 곳도 오늘 갑자기 비가 뿌리고 천둥이 칩니다
내일 저 록키산 정상은 흰눈을 맞을지도 모른답니다
가을은 성화의 질주를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앞마당의 메이플 나무는 겨우 어깻죽지만이 발갛게 데였습니다
고향의 가을은 훨씬 길었습니다
비명을 싼 가방을 들고 출국 준비를 서둘러야 합니다


                                                                                        2008-08-3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7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해설 (임헌영) file 이월란 2016.08.15 145
76 제2시집 흔들리는집 / 서문 (오세영) file 이월란 2016.08.15 83
75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135
74 제2시집 까막잡기 이월란 2008.09.16 264
73 제2시집 벽 2 이월란 2008.09.14 252
72 제2시집 자해 이월란 2008.09.01 188
» 제2시집 할러데이 편지 이월란 2008.08.31 230
70 제2시집 모하비 이월란 2008.08.26 777
69 제2시집 밤비행기 이월란 2008.08.24 246
68 제2시집 분신 이월란 2008.08.13 193
67 제2시집 동거 이월란 2008.08.12 215
66 제2시집 탈놀이 이월란 2008.08.11 222
65 제2시집 이월란 2008.08.09 216
64 제2시집 입추 이월란 2008.08.08 298
63 제2시집 빈방 이월란 2008.08.02 259
62 제2시집 쇼핑 이월란 2008.07.29 313
61 제2시집 혓바늘 이월란 2008.07.28 272
60 제2시집 숲길을 걸으면 이월란 2008.07.26 234
59 제2시집 카시오페이아 이월란 2008.07.24 287
58 제2시집 실종 이월란 2008.07.22 21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