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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11.09.09 05:32

인형의 눈

조회 수 465 추천 수 3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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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눈


이월란(2011-8)


동공에 까맣게 칠해진 염료가 벗겨지고 있어요
모조품에 깃드는 노안이 정말 사실적이네요
비즈 공예품 같은 드레스는 이미 탈색을 끝냈구요
퀼트로 짜놓은 캐릭터는 출입금지 당한 늪지까지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녔지요
마디가 살아 있는 구체관절은 희망 위에 모로 누워 있기도
절망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기도 했는데
손발까진 미세하게 빚어지진 않아 값진 것들을
수시로 떨어뜨리며 살았네요
나를 안아주거나 세워두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제 막 출시된 신제품처럼 반짝여요
성성이 같은 나를 다시 빚어 주세요
분명 수제품이라고 했거든요
태반 라인 위에서 함부로 찍어낸 것들이 아니에요
독자적인 상품일수록 불티나게 팔리는 세상이잖아요
인류가 만든 가장 오래된 장난감
출생신고도 없었으니 사망신고도 필요 없네요
엄마가 나를 눕히면 나는 눈이 감기는 인형이었는데
살아 있는 몸속에서 눕혀도 눈 떠 있고 싶었죠
눈 감고 누워 있으면 꼭 죽은 사람 같잖아요
어느 날부터인가 누워서도 눈이 감기지 않아
어리둥절 영문을 몰랐죠
그래서 사람처럼 아프네요
아세요? 오래된 인형에게는 영혼이 깃든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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