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83
어제:
166
전체:
4,965,833

이달의 작가
2016.09.08 05:14

화상을 입다

조회 수 28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화상을 입다


이월란 (2016-6)

 

더 이상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뜨겁고 빨랐다

주치의는 간단히 진단을 내렸다

제대로 데이셨습니다

 

LPG 가스 폭발처럼 확 덮쳐오던 화마

괴사된 조직들이 서로를 붙들고 버티지만

결코 과거로 돌아갈 순 없다

 

손이 먼저 챙기는 스카프마다

어제인 듯 피어있는 봄꽃들이 작위적이다

벌레의 큰 눈처럼 덧씌운 선글라스 또한 공상적이다

 

어릴 땐 국그릇을 엎고 뱃가죽에 감자를 붙이고

며칠을 누워 있었더랬다

감자가 떨어질까 배를 움켜쥐고

수돗가에 쪼그리고 앉아 오줌을 누었더랬다

그리곤 새살이 돋았었는데

 

거울 속엔 이제 그녀가 없다

사고는 늘 안전한 집안에서 일어나기 마련,

전류는 이미 발바닥까지 훑고 돌아 나왔다

재활 시도는 좌절된 지 오래다

안전밸브는 장식에 불과하고

투명한 고압선은 거미줄처럼 노출되어 있다

 

은밀히 오고 조용히 사라진 화제 사건

실체가 없는 것들이 한 둘이 아니다

미제로 남은 완전범죄다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세월이라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51 히키코모리 이월란 2011.03.18 358
1650 흰긴수염고래 이월란 2010.01.04 523
1649 흙비 이월란 2010.03.22 507
1648 흔적 이월란 2008.08.28 259
1647 흔들의자 이월란 2008.05.08 529
1646 제2시집 흔들리는집 / 서문 (오세영) file 이월란 2016.08.15 83
1645 제3시집 흔들리는 집 6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 이월란 2008.11.12 461
1644 흔들리는 집 5 이월란 2008.11.12 264
1643 흔들리는 집 4 이월란 2008.11.11 270
1642 제2시집 흔들리는 집 3 이월란 2008.06.16 181
1641 흔들리는 집 2 이월란 2008.05.10 235
1640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해설 (임헌영) file 이월란 2016.08.15 145
1639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135
1638 제2시집 흔들리는 집 이월란 2008.05.10 666
1637 흔들리는 물동이 이월란 2008.05.09 244
1636 흑염소탕 이월란 2009.10.08 643
1635 흐림의 실체 이월란 2008.10.24 252
1634 제3시집 흐린 날의 프리웨이 이월란 2009.09.04 360
1633 흐린 날의 악보 이월란 2021.08.16 30
1632 흐린 날 이월란 2008.05.10 27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