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국수

by 이월란 posted Sep 0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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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국수

이월란 (2016-8)

 

국수 귀신이 들렸나

매일 국수 타령인 젊은 영감이

꼼꼼히 적어 준 조리법을 들고

잔치국수를 들이민다

매일 얻어먹을 심보로

내 거보다 훨씬 맛있네, 끝내줘

면발보다 긴 칭찬발에

잔칫상보다 더 흥겨워진 점심상

어느 날엔 홧김에 차를 몰고 나간

여편네 찾으러 밤새 핸들을 돌렸고

어느 날엔 펄쩍 뛰는 여편네 성깔에

앞머리가 훌러덩 벗겨졌을

가엾게 쉰을 넘긴 젊은 영감

서로를 사고팔던 실크로드처럼 길어진

반백의 면발을 보며

결혼잔치, 돌잔치, 생일잔치, 환갑잔치까지

세상의 잔치는 모두 머리 싸매고 치러 본

잔치 고수들끼리

이젠

서로를 뜯어 먹던 아린 청춘

그립게도

우리들의 잔치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