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59
어제:
352
전체:
4,969,833

이달의 작가
2021.08.16 14:33

바나나 속이기

조회 수 6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바나나 속이기 

이월란 (2019-1)

 

바닥에 널브러진 당신을 부축해

바나나 걸이에 걸어요

여기는 나무에요 여전히 자라야하고 여전히 샛노랗게 익어가야 해요

바나나는길죠 긴것은기차 기차는빠르죠 빠른것은비행기 비행기는높죠

높은것은백두산 백두산뻗어내려 반도삼천리

삼천리도 같이 걸어요 백두산까지 데려다 줄께요

비행기를 타고 갈 거에요 빠른 기차도 타구요

아침마다 바나나를 드세요 공복을 채우세요

텅 빈 머리도 노랗게 익어야 해요, 한 입씩 무거워지는 거에요

무게가 열매처럼 열려요

씨가 없으면 어때요 아무도 당신을 뱉어낼 수 없잖아요

앙상한 헛줄기도 세월 탓이 아니에요

여기는 나무에요 아름드리나무, 넓고 긴 잎이 영문 없이 뭉쳐나지요

울창한 숲이 만발한 떨어지지 않는 땅이에요

발밑에서 솟아오르는 아기나무를 보세요 신비로움 투성이에요

당신이라는 열매를 달고 우거진 나무는 신선하고도 높아요

아무도 오를 수 없죠 그래서 흔들리지도 않아요

당신을 베어 집을 지을 순 없죠

당신을 베어 불을 지필 순 없죠

삼킨 빛들을 하나하나 토해보세요 빨간 바나나도 파란 바나나도

보랏빛 바나나도 될 수 있어요

안심하고 익어가요

당신이 먹음직스럽다면 나는 정말 배가 부를 거에요

 

당신의 껍질을 벗기고 있어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51 히키코모리 이월란 2011.03.18 358
1650 흰긴수염고래 이월란 2010.01.04 523
1649 흙비 이월란 2010.03.22 507
1648 흔적 이월란 2008.08.28 259
1647 흔들의자 이월란 2008.05.08 529
1646 제2시집 흔들리는집 / 서문 (오세영) file 이월란 2016.08.15 83
1645 제3시집 흔들리는 집 6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 이월란 2008.11.12 461
1644 흔들리는 집 5 이월란 2008.11.12 264
1643 흔들리는 집 4 이월란 2008.11.11 270
1642 제2시집 흔들리는 집 3 이월란 2008.06.16 181
1641 흔들리는 집 2 이월란 2008.05.10 235
1640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해설 (임헌영) file 이월란 2016.08.15 145
1639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135
1638 제2시집 흔들리는 집 이월란 2008.05.10 666
1637 흔들리는 물동이 이월란 2008.05.09 244
1636 흑염소탕 이월란 2009.10.08 643
1635 흐림의 실체 이월란 2008.10.24 252
1634 제3시집 흐린 날의 프리웨이 이월란 2009.09.04 360
1633 흐린 날의 악보 이월란 2021.08.16 30
1632 흐린 날 이월란 2008.05.10 27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