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구의 문학서재






오늘:
55
어제:
105
전체:
249,380

이달의 작가

고향에 눈은 내리고

2023.12.31 19:12

Noeul 조회 수:63

고향에 눈은 내리고 - 이만구(李滿九)

바다를 낀 고향에 도착한 것은 
어느 초겨울 날,
바람이 사뭇 몰아치던 그때의 이별 후 
또 다른 해후이었다

텅 빈 거리에 진눈깨비 날리고 
나는 외투의 눈을 털고
누이랑 들어간 곳은 
따스한 벽난로가 온기를 주는 카페였다

창밖에는 세월의 파편처럼 
눈이 내리고 둘이서 안경에 낀 
기억을 닦으며 
눈가에 어린 물기도 애써 지웠다 

가로등은 찬바람에 여위어가고 
정든 사람들은 가고 없는 
쓸쓸한 생각에 
이방인이 되어버린 설야의 귀향이었다 

거리 따라 내려다본 옛집터에는
함께 웃고 살았던 
가족들 표정이 얼어붙은 
눈만 수북이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내렸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1 침묵 앞에서 [1] Noeul 2018.01.03 530
80 봄이 오는 길목에서 Noeul 2017.12.22 471
79 겨울 멜로디 Noeul 2019.12.28 390
78 도시의 겨울비 [1] Noeul 2020.05.13 358
77 걷다 오는 행길 [1] Noeul 2021.05.01 325
76 오레곤에 와서 [1] Noeul 2022.11.01 286
75 국화꽃 한 송이 Noeul 2024.02.08 249
74 여창의 달빛아래 Noeul 2024.02.04 210
73 가을에 핀 배꽃 Noeul 2023.01.14 201
72 길 위의 자유인 Noeul 2024.02.05 197
71 유월의 소나무길 Noeul 2023.06.24 183
70 자카란다꽃 Noeul 2023.07.11 135
69 국제전화 Noeul 2023.09.21 135
68 거울 속의 아버지 Noeul 2023.11.06 133
67 몽고반점 Noeul 2024.02.08 126
66 외로운 별빛 Noeul 2024.02.08 122
65 망향 Noeul 2023.11.24 122
64 윤사월 붉은 봄꽃이 Noeul 2024.04.03 110
63 봄의 자리에 누어 Noeul 2024.03.17 110
62 그때 생각이 Noeul 2023.06.21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