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22 14:05
여름 원두막 - 이만구(李滿九)
장맛비가 몹시 오는 날에도 한평 남짓한
원두막에 올라앉던 시절
창문 없는 그 윗자리에서 내려다보면
노란 참외 위에 큰 수박 위에도 떨어지는 빗소리
흩뿌리는 비를 피하여 비끼어 앉아도
빗방울은 자꾸 안으로 안으로
볏단 지붕 만들어 사다리 받치고
빈집문위에다 멍석 깔고서
오후의 정적을 깨는 매미소리 벗 삼아
한나절 누워 지내던 원두막
여름방학이라 모처럼 집에 온 아랫마을 금동이도
탱자나무 울타리집 아들 권세도
바둑판 싸들고 찾아와
어설픈 산수공부, 바둑을 두던
해 질 녘, 시원하게 불어오던 저녁 바람결에
어느새 스르륵 잠이 들다
홑겹 담요 걷어차고 돌아앉으면
하늘 저 멀리 은하수 수많은 별들이 반짝거리는
까딱 알 수 없던 나의 유년시절
우리들의 유일한 소통장소, 작은 집이었지요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1 | 또 하나의 계절 | Noeul | 2023.10.22 | 57 |
60 | 사랑은 더디 오더이다 | Noeul | 2024.01.17 | 57 |
59 | 밤과 낮 | Noeul | 2023.11.23 | 58 |
58 | 차창 밖 풍경 | Noeul | 2023.06.14 | 58 |
57 | 초여름 아침햇살 | Noeul | 2023.06.14 | 58 |
56 | 아카시아 꽃길 | Noeul | 2024.01.02 | 58 |
55 | 독방 | Noeul | 2024.01.20 | 58 |
54 | 충무공 이순신 | Noeul | 2024.01.23 | 59 |
53 | 어머니의 빨랫줄 | Noeul | 2023.06.14 | 59 |
52 | 9월의 가로수 | Noeul | 2023.06.14 | 59 |
51 | 꽃그늘 | Noeul | 2023.12.29 | 60 |
50 | 길은 멀어도 | Noeul | 2023.12.27 | 60 |
49 | 고향에 눈은 내리고 | Noeul | 2023.12.31 | 61 |
48 | 천년의 바위 | Noeul | 2023.06.14 | 62 |
47 | 아침 둘레길 | Noeul | 2023.06.14 | 62 |
46 | 풀숲 속 무꽃향기 | Noeul | 2023.06.09 | 64 |
45 | 바닷새의 꿀잠 | Noeul | 2023.06.13 | 64 |
44 | 물밥 식사 | Noeul | 2024.01.20 | 65 |
43 | 뒷모습 | Noeul | 2024.01.20 | 66 |
42 | 나를 찾는 숲 | Noeul | 2024.01.21 | 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