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22 14:05
여름 원두막 - 이만구(李滿九)
장맛비가 몹시 오는 날에도 한평 남짓한
원두막에 올라앉던 시절
창문 없는 그 윗자리에서 내려다보면
노란 참외 위에 큰 수박 위에도 떨어지는 빗소리
흩뿌리는 비를 피하여 비끼어 앉아도
빗방울은 자꾸 안으로 안으로
볏단 지붕 만들어 사다리 받치고
빈집문위에다 멍석 깔고서
오후의 정적을 깨는 매미소리 벗 삼아
한나절 누워 지내던 원두막
여름방학이라 모처럼 집에 온 아랫마을 금동이도
탱자나무 울타리집 아들 권세도
바둑판 싸들고 찾아와
어설픈 산수공부, 바둑을 두던
해 질 녘, 시원하게 불어오던 저녁 바람결에
어느새 스르륵 잠이 들다
홑겹 담요 걷어차고 돌아앉으면
하늘 저 멀리 은하수 수많은 별들이 반짝거리는
까딱 알 수 없던 나의 유년시절
우리들의 유일한 소통장소, 작은 집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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