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4 16:08
봄날의 정원 - 이만구(李滿九)
어느덧, 그리 소중히 여기던 것들이
무심히 걸어온 세월 속에서
눈 길에 묻힌 발자국처럼
사라진 것 아니라면 슬퍼할 일만은 아니다
긴 겨울의 시련을 견디고 일어나
버거우리 만큼 피던 봄꽃들도
희망 안고 시들어 가는 것
식탁에 놓인 과일의 향기 그윽하지 않던가
대지를 어루만지는 바람의 숨결이
옛집의 뜨락, 그 뒤안길 돌아
동백꽃 피어나던 봄날의 정원
다가갈 수 없는 아쉬움 스쳐가는 오후
나는 혼자 눈 녹은 들길 거닐며
산바람과 새소리 벗 삼아
이산 저산 어디에 숨어 있을 법한
잃어버린 나의 정원을 찾아 길 떠난다
계절의 창문 열고 바라보는 숲 속의 봄
저만치, 하얀 들꽃이 피어나고
잔 가지 위 박새 한 마리
먼 산으로 날고 나니, 바람은 잎새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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