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0 09:21
빛바랜 작은 수첩 - 이만구(李滿九)
아주 낡을 때까지 쓰자던 손지갑
그 안에 끼인 오래된 수첩을 펴보니
깨알처럼 써 놓은 글들이
눈앞을 아른거리는 옛 기억 담고 있다
묵은 손때 다닥다닥 묻은 겉표지와
이제는 곱게 단풍이 든 글씨가 보인다
다시는 잊지 말자 밑줄 친 메모와
텅 빈 가슴에 떠도는 낙서....
여태껏 무슨 사연 있길래
보란 듯이 매달린 겨울 참나무 잎새
한 장 한 장 넘기며 한참 살피어 보니
예전에 등지고 떠나 온 빈자리마다
세월의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고
스쳐 간 지난날들, 내 애증의 시간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이 담겨있다
한때는 고스란히 태우고 싶던 기억들
그 속에서 헤집어 보는
몇 개의 잿빛 진주알....
아직 내게 소중한 추억이라 만지작거리며
다시 챙겨 넣는 빛바랜 작은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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