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구의 문학서재






오늘:
112
어제:
124
전체:
248,114

이달의 작가

거울 속의 아버지

2023.11.06 19:33

Noeul 조회 수:132

거울 속의 아버지 - 이만구(李滿九)

창가에 가을 햇살이 비치는 주말 아침
두 식구 사는 집, 사랑스러운 아내가
내 머릴 깎고, 염색도 하고, 거울을 보니

바람 가듯 멀어져 간 이별의 긴 세월
거울 속 희미해지는 기억으로 남은
아버지의 모습이 내 얼굴 안에 어린다

어릴 적, 상고머릴 좋아하신 아버지
그 가엾은 마음도 어렴풋이 스쳐 간다

아내는 신혼 초부터 함께 이발소에 가
노인 아버지의 상고머릴 깎게 하고
둥그스름한 두상이 잘 어울리신다 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내 머리의 앞과 뒤
아버지처럼 볼록한 두상은 아니지만
양지바른 곳에  앉아 있는 나의 노후
흰 모자에 지팡이 짚으시던 모습이려나

거울 속의 내 모습에서 아버지를 보며
이제, 어쩔 수 없이 나의 속 마음도
점점 모질지 못한 세월을 닮아가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3 물밥 식사 Noeul 2024.01.20 64
62 뒷모습 Noeul 2024.01.20 65
61 독방 Noeul 2024.01.20 57
60 빛바랜 작은 수첩 Noeul 2024.01.20 67
59 마음속 줄금 Noeul 2024.01.18 46
58 사랑은 더디 오더이다 Noeul 2024.01.17 56
57 좁은 길 Noeul 2024.01.13 79
56 밥상 Noeul 2024.01.10 54
55 아카시아 꽃길 Noeul 2024.01.02 57
54 고향에 눈은 내리고 Noeul 2023.12.31 60
53 꽃그늘 Noeul 2023.12.29 59
52 길은 멀어도 Noeul 2023.12.27 58
51 겨울비 우산 속 Noeul 2023.12.23 100
50 겨울밤 풍경 Noeul 2023.12.09 103
49 마지막 생일처럼 Noeul 2023.12.06 105
48 귀로의 밤 Noeul 2023.12.03 67
47 망향 Noeul 2023.11.24 120
46 밤과 낮 Noeul 2023.11.23 57
» 거울 속의 아버지 Noeul 2023.11.06 132
44 또 하나의 계절 Noeul 2023.10.22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