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3 11:42
바닷새의 꿀잠 - 이만구(李滿九)
불 꺼진 항구에 출렁이는 밤바다
솟대 위에 앉아 망망대해 바라보는 물새여
어찌, 하얀 공상의 나래 펼치고
등대 넘어 저 멀리 날아가려 하는가
밤하늘 별들이 쏟아져 내린 바다 저편
수많은 은빛 물결 반짝이는데...
불면의 절벽 앞에 서서
심연에서 밀려오는 파도소리 귀 기울인다
떠나온 터전, 그 강촌의 아련한 그리움도
갯바위 소리쳐 깨어지는 물거품도
그러는 사이, 밤안개처럼 사라져 가고
텅 빈 마음으로 이끌어 내는 스르륵 꿀잠
몰입의 벼랑 끝에서 곯아떨어지는
깊은 물속에서 떠오르는 표류의 고요함으로
눈 감고 스쳐 지나갔을 뿐
이제 한 순간도 지난 일 감지 못한 체...
머나먼 길, 혼자 날아와 지친 날개 접고
떠오르는 눈부신 아침햇살 비치는
새 날을 꿈꾸며 아무 생각도 없이
바닷새는 혼자 하룻밤 곤한 잠 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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