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2 07:40
또 하나의 계절 - 이만구(李滿九)
나에게는 춘하추동 이외에도
세월이 가며 몰래 숨겨둔
또 하나의 다섯 번째 계절이 있어요
그 계절 속에서 나의 생각은
꽁꽁 얼어 멈추어 있고
봄날의 햇살 속에서도 잘 풀리지 않아요
그러다, 눈 속에 부러진 소나무 속
배어나는 향기에 훌쩍거리곤 하지요
삶은 평범하리만치 고요하기만 한데
점점 야위어가는 나날 속에서
아침에 생수를 마시는
그 계절에는 하얀 꽃을 피워요
쇠박새가 날아와 한참을 지저귀는 동안
말 못 하는 나의 언어로
한 편의 시를 써 보기도 하고요
세월은 그저 유수같이 흐르고
전과 달리, 잠시 머물다 가는
또 하나의 계절을 느끼며 살아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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