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0 05:08
하얀 고백 - 이만구(李滿九)
하얀 배꽃이 피는 고통의 사순시기
눈 내리는 사월의 가로수
그 꽃잎 떨어진 눈길을 걸으며
나는 용서받고 싶은 하얀 마음 간절하였다
내게도 잊고 살아온 과오가 있다는 걸
스쳐간 세월의 바람은
어느새 봄비 되어 내리고
앞산 언덕 위, 갈까마귀 울고 나는데
집 대문밖, 부슬부슬 내리는 비
산 넘어 성당에 가는 날
목요일 밤의 고해성사
아그네스홀 고상 앞 시간 반 기다려야 했다
조용히 내 마음속 들여다보는 시간
스물한 살 날 바라보시던
우리 어머니 눈빛
너무 환하게 비쳐 나의 뉘우침 떠오르고
휘장 뒤, 어느 사제의 귀 익은 목소리
촛불아래 하얀 배꽃 지듯
털어낸 나의 고백
그 천상의 음성, 보고픈 정 신부님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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