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4 11:32
이월의 바람 - 이만구(李滿九)
꽃향기 스쳐오는 쌀쌀한 바람이여!
눈이 덮인 겨울 산을 쓸고 와
저 수풀 끝에서 뾰쪽한 꽃망울 터트린다
어제 내린 비로 물이 찬 산여울
내 마음 흔들고 가는 헤적이는 물결
이월의 바람은 날 일깨우고
물 위에 비친 하늘 살얼음처럼 차가웁다
산천은 여전하나 그 빛깔 푸르러
해묵은 가지 위로 덩굴풀 기어 올라와
파릇파릇 새순 돋아 생기롭고
바람은 벌써 와 흰꽃을 피우고 있다
낮달 떠가는 봄이 오는 발걸음 인가
봄 마중 서성이는 바람의 소리
푸르른 언덕에 내 님이 오시는가
하늘빛이 따스한 저녁 햇살 감미롭다
바람의 노래 날 깨우고 내 눈 뜨이어
상큼이 피어난 봄꽃의 눈망울로
아름다운 것들 더 맑게 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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