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3 18:30
겨울비 우산 속 - 이만구(李滿九)
한 해의 끝자락, 즐거운 성탄휴가 첫날
비가 오려나, 오래전에 쓰던
우산을 꺼내 주머니 속에 넣고 집을 나선다
길섶은 파릇하고 계곡 물소리 커져
민들레 홀씨 날리던 봄산이
비에 젖어가는 겨울 풍경
눈이라도 한바탕 내렸으면 참 좋겠다
다시 겨울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펼친 우산 위에서
차가운 빗방울 떨어져
구멍 난 운동화에 스미어 발끝이 시리다
해어진 옷이란 꿰매어도 입고
저 낡은 신발은 이제 버릴 만도 한데
내 마음에 흐르는
지울 수 없는 그리움 하나
먼 하늘 눈송이 눈물 되어 궂은비 내린다
그래도, 인생에서 소중한 추억이란다
옛이야기 스치는 마파람 소리
겨울비 우산 속, 사랑의 멜로디 들리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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