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8 21:23
마음속 줄금 - 이만구(李滿九)
동네 안길, 콘크리트 보도 위에
아이들의 색분필 그림이
마음 내키는 데로 형형색색 그려져 있다
비 오면, 말끔히 지워지겠지
어릴 적, 마당에 금 긋고 놀던 때
대빗자루로 깨끗이 쓸면
아무런 자국 남김없이 지울 수 있었다
그런 일은 장대 같은 비라도 내려
아주 없었던 일처럼
흔적 없이 다 지울 수 있겠지만
어쩌다 비켜갈 수 없었던
마음에 두고 쉽게 삭아지지 않는 줄
그 누가 쳐놓은 금이던가
평상심과 감정 잘 저울질하여
마음 가늠해야 했었는데
무엇이 그리도 시시비비 분명하다고
대책도 없이 죽 줄금 그었던가
알게 모르게 쌓인 편견과 아집
떠오르는 마음의 상처 쉽게 지울 길 없다
깊이 새겨야 할 참회의 눈물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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