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3 21:28
11월의 밤 - 이만구(李滿九)
가을, 그 흔적 쓸쓸히 남겨 놓고
우기 낀 하늘 저물녘,
거센 바람 옷깃 스치며
찬비는 겨울의 창문을 두드린다
밤사이 첫눈, 진눈깨비 내리려나
도시의 가로등 불빛 아래
텅 빈 거리에 뒹구는 낙엽들
빗물에 젖어, 바람 흩어져 날리는데...
창백히 야위어가는 위령 성월
그 무거운 밤의 침묵
지난 추억의 시간 속으로
다시 한번 그곳에 돌아가고 싶어라!
기억 속의 뿌연 안개 헤치고
푸르른 강언덕 건너
아, 찬란한 초록의 계절아!
꿈속에서 거닐던 옛 꽃마을 궁전
이제, 어느 먼 항구 도시에서
희망의 등대지기, 11월
아침 햇살 된서리 맞으며
그 무얼 기다리며 서성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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